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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과 러시아의 지정학 갈등과 우크라이나 위기 [세종논평 No.2021-16]

등록일 2021-12-14 조회수 1,816 저자 정은숙

서방과 러시아의 지정학 갈등과 우크라이나 위기

 

 

[세종논평] No. 2021-16 (2021.12.14.)​

정은숙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chunges@sejong.org

 

 

올해는 구소련 붕괴 30주년 되는 해이다. 베를린 장벽 붕괴로는 32주년이다. 팬데믹 효과가 더 해지기는 하나, 이와 별도로도 2021년 말 현재 중국, 러시아, 그리고 서방 (미국, NATO, EU)이 함께 그리는 지정학 갈등이 국제안보 정세를 편치 않게 한다.

 

무엇보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두 권위주의 강대국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만해협우크라이나 접경지군사적 긴장을 말한다. 대만과 우크라이나는 각각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 독특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공통점은 현재 바이든 미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중국의 대만에 대한,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위협과 침략을 억지코자 양자 및 다자 차원 다각적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고는 최근 보다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군사적 긴장에 초점을 두고, 간략히 미러, 좀더 크게는 서방과 러시아간 지정학 갈등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미국, 캐나다 포함 30개 회원국을 지닌 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그리고 27개 회원국을 지난 EU(유럽연합)의 안보 및 안정성에 직결된 문제이며, 그 자체로서 대만해협 및 국제질서에의 함의가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2014년 크림합병과 반군지원을 계기로 현재까지 서방 (미국, EU, NATO)은 우크라이나의 독립, 주권, 영토보전에 대한 확고한 지지 속 대러 경제제재 및 동부지역 신속대응군 배치, 흑해 지역 억지력 강화에 주력해 오고 있다. 당시 유엔총회도 즉각적으로 크림합병을 규탄하는 결의를 낸 바 있다.

 

지난 달(11)부터 집중적으로 러시아군과 군장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로 집결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위성사진과 함께 유럽동맹국들과 현지 이동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현재 약 7만 정도의 병력이 탱크, 포 등과 함께 국경선 주요 전략지점으로 이동했으며, 이르면 내년(2022) 1월 경 약 17만으로 확충, 급속 진격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블링컨 미국무장관이 참석한 NATO 외무장관 회의(리가, 11.30-12.1)는 동맹국들의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보전 지지 재확인 및 대러경고를 다짐하는 자리가 됐다. 서방은 모스크바의 의도 파악에 급급하고, NATO의 파트너국가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군사적 침공 전 우크라이나 국내 불안정화 작전을 펼치는 것이라며 NATO가 선제적으로, 혹은 억지차원의 강력 대응을 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내 러시아 다음의 큰 영토(한반도 약 3) 및 인구 4,400, 군병력 약 20만을 소지한 국가이다. 동쪽으로 러시아와 긴 국경 (2,000km)을 접하고 있다.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공히 7년 전 (2014) 감행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존중 위반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소위 신종 하이브리드전’ (군사 및 비군사 영역 혼합전)에 대한 트라우마를 있다. 2013년 말 친러성향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갑작스런 EU와의 협력협정 체결 중단결정, 거센 시위에 직면 러시아로의 피신, 그리고 이어진 20143월 러시아의 크림합병과 1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동부지역 (도네츠크, 루한스크) 친러반군과의 내전을 말한다. 그해 7월에는 암스테르담을 떠나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시아 여객기가 도네츠크 상공에서 지대공유도탄에 맞아 298명 전원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유럽에서 재판이 지속되지만 아직 명확한 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다. 프랑스와 독일의 중재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민스크 평화협정’ (2015)이 체결됐지만, 아직도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간 분리선 주변 산발적 교전이 진행된다. , 동부지역은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9 대선에서 내전종식을 약속한 젤렌스키 현 대통령에게 작금의 팬데믹 경제 및 러시아군의 공세성은 대내외적 시련이 되고 있는 것이다.

 

202112월 현재 크렘린은 자국의 공격의도에 관한 한 애매성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i) 2008NATO정상들의 우크라이나, 그루지야 영입 결정; (ii)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NATO의 무기공급 및 우크라이나내 군사훈련이 각각 자국 서부국경 위협증강 요소라고 강변한다. 소련해체는 신생 우크라이나 엘리트들에게 EU NATO로의 편입이이라는 꿈을 안겨주었지만, 소련에 준하는 강대국 지위부활을 중시해온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에게는 마지막 남은 서방과의 완충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더하여 우크라이나 영토내 주로 동부에 거주하는 17% 러시아인의 존재는 적지 않은 명분을 안겨주고 있다. 2008년 러시아의 그루지야 군사작전 역시 그루지야 영토내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 분리주의 지원의 큰 명분에 속했었다. 122일 스톡홀름 연례 OSCE (유럽안보협력기구, 57) 각료회의에서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자국이 조만간 “NATO가 우크라이나를 회원으로 영입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유럽안보조약 초안을 제안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스톨텐베르그 NATO사무총장과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주권국 결정에 대해 제3국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 응대하고 있다.

 

같은 OSCE 회의에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과 동맹, 파트너들은 입수된 정보에 입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내부 불안정화 및 군사작전 조짐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러시아의 공세성이 2014년 러시아 행동과도 유사하다고 했다. “우리는 러시아의 정책선회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모든 우발사태에 대해 준비해야만 하고, 또 준비할 것이다.” 미러 국무장관 양인은 약 30분간 사이드라인 회담을 가졌지만 서로의 입장차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최근 몇 년 중국과의 경쟁에 좀더 초점을 두어온 미국에게는 금번 우크라이나 위기는 지난 8월 탈레반 정권 재출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유럽안보 현실도 녹록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설상가상의 도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미 관리들은 러시아군의 침략시 추가적 대러 경제 및 금융 제재 등 강경책을 강구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구체적 방안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미 의회 및 전문가들내 Nord stream-2 (러시아-독일 해저가스관) 제재 혹은 SWIFT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차단 등 보다 충격적인 조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지만, 미 정부는 역효과에 대한 우려, 동맹국들과의 조율 등 신중히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것은 127일 바이든-푸틴 정상간 통화에서 러시아와 NATO 주요국간우크라이나 위기 및 유럽안보를 논할 회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된 점,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 NATO 회원국들의 우크라이나 국방력 강화를 위한 지원이 현재 더욱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2022) 마드리드 NATO 정상회의에서 채택될 ‘NATO 2030’ 전략개념은 기존 ‘NATO 2010’전략개념 대비, 2014 크림합병 이후 러시아로부터 오는 안보도전을 한층 더 중대히 다룰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군사안보 이외에 사이버 안보와 해킹, 선거개입, 역정보, 독극물 사용, 에너지 안보 등 비전통 안보현안도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비전통 안보요소들은 2014년 이후 새롭게 서방의 추가대러제재를 불러온 요소들이다. 또한 NATO는 전문가들의 건의를 토대로 2018년부터 중국EU(유럽국가)간 기술경제협력 증대가 함의하는 안보도전 요소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역시 ‘NATO 2030’에서 새롭게 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직후 분석가들 사이에는 공히 비동맹국인 대만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공약이 시험대에 섰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다뤄야 하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중러는 각각 전략적 유연성을 유지한 채, 미국과 동맹국들을 시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방-러시아의 지정학 갈등과 우크라이나의 당면 위기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인권, 민주주의를 발전의 가치로 삼아온 우리의 군사 및 외교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세종논평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