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단행본

[세종정책연구 2026-04] 미국의 인도-태평양 중거리미사일 배치 구상과 한반도: ‘거부방어’의 최전선과 한국의 선택

등록일 2026-09-23 조회수 543 저자 조비연

본 연구는 미 육군의 중거리능력체계(MRC: Mid-Range Capability, 일명 타이폰)를 중심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중거리미사일 구상이 최근 어떠한 방식으로 구체화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분석 시기는 MRC가 역내에 처음 전개된 2024년부터 2026년 9월까지이며, 필리핀・일본・호주・한국・괌 및 자유연합협정(COFA: Compacts of Free Association) 국가의 배치・운용 현황을 비교한다. 분석틀은 호눙(Jeffrey W. Hornung)이 2022년 제시한 중거리미사일 배치 방안을 현재의 MRC 운용환경에 맞게 재구성하여, ① 동맹 기반 MRC 전력・생산기반 확대, ② 위기 시 MRC의 신속전개를 위한 접근・수용 기반 확대, ③ 평시 MRC 전개・기동을 통한 다거점 운용망 확대, ④ 후방거점을 활용한 MRC의 전방-후방 연계운용이라는 네 가지 경로의 발전 현황을 비교하였다. 분석에는 미국과 각국 정부・군의 공식문서와 훈련・전개자료 등 1차 자료를 우선적으로 활용하였다.

 

분석 결과, 미국의 역내 중거리미사일 구상은 MRC를 특정 동맹국에 고정배치하기보다 동맹별 지리적・군사적 강점에 따라 기능을 분담・연계하는 ‘분산형 거부방어 태세’로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미 국방전략서가 강조하는 거부방어(denial defense)는 방공・미사일방어와 같은 방어적 수단뿐 아니라, 상대가 공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핵심 군사능력을 직접 타격하여 그 작전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공세적 거부수단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MRC는 전방에서는 분산・기동을 통해 중국의 해・공군 전력과 A2/AD 체계를 타격권에 두어 그 운용을 제약하는 공세적 거부수단으로 기능하고, 후방에서는 전력의 보존・보충과 재전개를 통해 거부능력의 지속성을 뒷받침한다. 요약하면, 필리핀은 MRC의 반복적 순환전개와 다거점 기동이 이루어지는 ‘유연한 전방거점’, 일본은 순환전개와 전구 내 보관까지 추진되는 ‘전진비축형・준상시적 전방거점’, 호주는 자체 장거리화력과 생산・군수기반을 결합한 ‘후방 군수통합형 거점’, 괌・COFA 국가는 전력의 분산・보존과 전방 재전개를 지원하는 ‘후방 분산거점’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한국은 자체 정밀타격능력과 방위산업 기반, 미군 접근・수용 여건을 갖추고 있으나 MRC의 실제 전개와 역내 역할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잠재적 거점’으로 평가되었다.

 

정책적으로 한국은 MRC의 상시배치 여부를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한반도 방위를 동맹의 우선적 임무로 유지하면서 미국의 역내 장거리 화력 운용체계와 필요한 범위에서 선택적으로 연계하는 접근을 취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 직접 대치하고 중국과도 인접한 한국의 전략적 조건을 고려할 때, 이러한 신중한 접근을 단순한 정책적 주저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한국이 한반도 억제와 방위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동맹의 핵심 임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부담을 분담하는 하나의 기여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역할분담이 작전적 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미연합훈련과 ISR・지휘통제・정밀타격 분야의 상호운용성을 유지하고, 한국의 자체 장거리화력과 방위산업・군수기반을 활용한 기능적 역할분업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핵심은 MRC의 배치 자체가 아니라, 한국의 전략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필요시 동맹의 역내 작전과 연결될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하는 데 있다.

 

본고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II장에서 미국의 거부방어 전략과 MRC의 전력화・운용방향을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III장에서 인도-태평양 주요 국가에서 나타나는 MRC의 배치・운용 양상과 동맹 간 역할 분업을 비교분석한다. 이어 IV장에서 이러한 변화가 한미동맹과 한반도에 갖는 함의를 살펴보고 한국의 정책적 대응방향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