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일본의 새 총리로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아시아판 나토(NATO) 창설, 미일 지위협정 개정,북일 연락사무소 설치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기존과 차별화된 구상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취임 이후 첫 국회연설에서 미일동맹의 억제력 및 대응력 강화, 한일협력의 심화, 중국과의 건설적 관계 구축 등을강조했으나, 선거 당시 내세운 논쟁적인 안보 의제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시바의 외교안보정책은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시바의 안보 구상은 일본의 헌법 및 제도적 제약, 미중 전략 경쟁의심화, 아시아 국가들의 신중한 태도, 그리고 미국의 대외전략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자민당 내부에서아시아판 나토 구상이나 핵 공유 논의 등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 특히 2025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이시바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지속되거나 변화할 것인지가 중요한 변수로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시바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아베-스가-기시다 정부로 이어진 일본의 기존 정책 흐름을 상당 부분 계승하고 있다. 2013년과 2022년의 국가안보전략 제・개정을 통해 구축된 일본의 외교안보 기조는 중국의 군사력증강,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위비 증액, 대만 유사 사태관련 대비책 마련 등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추진되어 왔다. 이시바 정부 역시 이러한 정책적 연속성을 유지하며 일본의 안보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미일동맹의 대등화와 일본의 외교안보 자율성을 강조하며 기존의 기조와는 차별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아시아판 나토 구상과 미일 지위협정 개정은 일본의 독자적 안보역량 강화를 모색하는 시도로 평가된다. 다만 이러한 구상은 동남아 국가들의 신중한 태도,미국과의 협의, 국내 정치적 합의 부족 등으로 단기간 내에 실현되기는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북 정책에서도 이시바 정부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자민당이 2024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패배하고 이시바 내각의 지지율이 낮아지면서대북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여력이 부족해졌다. 표면적으로는 “김정은과 조건 없는 만남”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전 기시다 정부만큼 적극적인 비공식 접촉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또한 북한과 러시아의협력 강화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국제정세 변화는 일본의군사적 대응 강화와 미일동맹, 한미일 협력 심화로 나아가게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시바 정부는 북한보다는 중국을 최대 안보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아시아판 나토와 핵 공유 논의 역시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향후 한일관계에서도 이러한 인식 차이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대만 유사 사태와 센카쿠 열도 방어 등 남서지역 방위 강화에집중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여전히 최우선안보위협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일 간 안보협력의 우선순위 차이가드러날 수 있으며, 한국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한미일 공조를 기반으로한 대응전략을 정교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24년 체결된 캠프데이비드 정신을 바탕으로 한 합동 군사훈련 정례화, 북한 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체계 구축 등 실질적인 협력의 발전이 요구된다.
이시바 정부는 권력기반이 취약해 2025년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교체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시바 내각이 교체되더라도 일본 외교안보정책의 큰 틀은 아베 외교의 연속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시바가 제기한 안보쟁점들 또한 자민당 내부 혹은 여야 간 논쟁의 중심에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 미일동맹 강화와 안보 자율성을 병행추진하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는 만큼,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복합 안보질서 속에서 한일 및 한미일 협력의 의제 설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