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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정책 2022-2월호 제12호] 바이든 행정부 외교의 중요 시험대가 된 우크라이나 위기

등록일 2022-01-28 조회수 906

바이든 행정부 외교의 중요 시험대가 된 우크라이나 위기

 

신범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sbsrus@snu.ac.kr

 

 

우크라이나 위기의 발단

 

작년 말부터 고조된 우크라이나 위기가 왜 이 시기에 일어났는지에 대한 답은 그다지 명료하지 않다. 우크라이나와 NATO의 군사적 관계의 강화는 지난 수년간 꾸준히 진행되어 왔으며, 러시아의 이에 대한 대응적 군동원은 작년에만 이미 여러 차례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작년 10월 러시아의 자파드군사훈련 이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머물고 있다는 동향을 폴리티고지가 보도했는데, 우크라이나에 어떤 위협적 징후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11월 초 미 CIA의 번스 국장이 이 상황에 대해 경고한 이후, 미 정부는 유럽의 동맹국들에게 전쟁 시나리오를 제기하면서 이를 국제안보 이슈로 본격화시켰다. 사실 중국 문제에 집중해야 할 미국으로서 유럽 방면의 안보 도전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복잡한 국내정치의 혼란과 아시아에서 중국과의 대만 관련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 위협을 여론으로 압박하여 조기 진화하거나 전통적인 적 위협을 부각시켜서 유럽의 동맹국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노려볼 수도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러시아의 대응은 미국의 발목을 잡은 듯하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문제 제기를 자신의 방식으로 받았다. 그가 처음부터 치밀한 계산 하에 이런 사태의 전개를 염두에 둔 것 같지는 않지만,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에 마련된 러시아군의 임시주둔지 시설에 자파드 훈련을 마친 병력을 좀 더 머물게 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문제제기를 받아 미국이 이를 국제적으로 이슈화하게 되자, 병력을 추가적으로 배치하여 위협 수준을 도리어 고조시켰던 것이다. 국면 전환을 통한 자국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러시아의 전략이 작동한 것이다. 11월 중순 푸틴은 외교안보 확대 간부회의에서 외무장관에게 러시아의 안전보장을 위한 장기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였고, 러시아는 1215일 미국과 NATO에 러시아의 안보를 보장하라는 협정문의 초안을 발송하여, NATO의 동진 중단, 회원국 외부에 군사기지 구축 내지 핵과 중단거리 미사일 등을 포함한 공격무기의 배치 중지, 러시아 국경에 인접한 지역에서의 군사훈련 중지 등을 요청하였다.

 

결국 현 우크라이나 위기 상황은 미국이 다소 신중치 못하게 키운 판을 러시아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유럽안보체제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면서 본격적인 유럽 안보의 이슈로 비화 상황 전개로 이해해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위기의 배경

 

소련 붕괴 이후 유라시아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공백을 미국은 NATO를 중심으로 메워나가게 되었으며, 이는 NATO의 동진으로 현실화되었다. 1990년 베를린 장벽 붕괴 후 독일 통일을 논의하면서, 미국과 서독 외무장관의 나토는 동진(東進) 확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은 잊혀졌고 탈냉전기 나토는 평화를 위한 동반자동방 동반자계획을 앞세워 중동부 유럽과 구소련 지역으로까지 세력권 확장을 꾀했다. 1999년 중동유럽 비세그라드 3(체코, 헝가리, 폴란드), 2004년에 발칸반도 국가 및 발트3국이, 2009, 2017, 2020년에도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등으로 확장하였고, 구소련 공화국인 조지아와 우크라이나까지 확장하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을 위시하여 서방은 군사·안보적으로 나토의 동진과 함께 정치·사회적으로는 구소련 국가들의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 세력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을 통해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로 대표될 수 있는 서구식 가치를 전파하였고, 그 결과 2003년 이후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색깔혁명이 발생하였다. NATO의 동진이 러시아 서쪽 방면에서 안보딜레마를 고조시키는 위협이기도 하지만, 국내정치적으로 체제위협에 대한 우려도 크다. NATO의 확장이 군사·안보적 멤버십의 확장일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 민주화의 도전을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러시아는 NATO 확장이 자국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구소련 지역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심각히 훼손할 뿐 아니라 자국 국내정치의 안정성을 심각히 해치려는 행위라 인식하고 있다. 이런 인식은 푸틴 대통령의 2007년 뮌헨 안보회의에서의 연설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나토의 부쿠레슈티 정상선언 이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논의가 본격화 되고 우크라이나의 서방과의 접근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자, 2014년 러시아는 역사적이며 안보적 요충지인 크림반도를 전격적으로 합병함으로써 자국 흑해함대와 그 지중해 진출의 근거를 확보하였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하리코프의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하여 돈바스 전쟁(내전)을 방조하여 우크라이나를 분쟁지역화 하여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저지하고자 하였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독일과 프랑스가 중재한 민스크 협정의 체결로 이런 러시아의 시도가 일견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민스크협정에 불만을 가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 간의 크고 작은 갈등을 지속되었으며, 우크라이나는 돈바스의 광범위한 자치안을 실현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돈바스 반군 거점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갔으며, 반군의 세력권은 차츰 축소되었다. 돈바스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은 25억 달러를 군사원조로 지출했으며, 대전차 미사일을 비롯한 다양한 무기를 지원했다. 영국을 주축으로 우크라이나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미국이 지원한 해군 감시선이 배치되었다. 나토와 미국의 군사고문단도 파견되었다. 나토의 순항미사일 장착 군함의 흑해 순환배치가 주기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미국의 전략폭격기의 흑해 주변 기동이 증가하였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 역시 돈바스 접경지역에 참호선을 구축하고 전차 등의 지원 전력을 배치했다. 20206월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강화된 기회의 동반자(EOP)”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양자 관계가 격상하였으며, 20214젤렌스키 대통령은 돈바스 분리주의자들과의 싸움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나토 가입이라고 강변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권과의 관계개선 기대가 무위로 끝나고 우크라이나-NATO 군사관계가 이처럼 급속히 강화되자 민스크 프로세스에 대한 피로감이 고조된 러시아에게는 새로운 대응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파드 훈련을 계기로 미국이 전쟁 가능성을 이슈화하자 러시아는 이를 기회로 인식하여 군사력 및 그에 동반되는 경제적 및 사이버·정보 수단을 공히 동원하는 하이브리드전쟁을 시작함으로써 우크라이나 문제와 유럽안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게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위기의 해법과 전망

 

2021년 잦아진 서방 및 나토의 우크라이나와의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러시아는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경고를 보냈지만, 미국은 레드라인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이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기동성이 높은 부대를 배치하며 돌발 상황에 대한 대비 태세를 높여왔으며, 이러한 군사력 배치는 지난 해 이미 수차례 이뤄졌다. 2021년 긴장의 고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한 과정이었다기보다 우크라이나 및 흑해에서의 서방-우크라이나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의 의미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5만 정도로 추정되는 러시아 지상군 중 10만이 넘는 병력의 국경지역으로의 집중은 미국과 NATO로 하여금 러시아와의 협상을 위한 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넘어 유럽안보체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협상 라운드를 시작하였다.

 

110일 제네바에서 러시아(럅코프 외무부 차관)와 미국(셔먼 국무부 부장관) 간의 협상이 진행되었고, 112일에는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중단되었던 NATO-러시아 위원회가 재개되었고, 113일에는 러시아-OSCE 협상이 진행되었다. 예상처럼 연쇄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는 없었지만, 러시아와 서방 진영은 최소한 양측 모두 우크라이나 위기가 군사적 충돌로 번지는 일을 막고자 하며 외교적 노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적 우려와 요구를 상세하고 명백하게 서방에 전달했으며, 서방 또한 NATO의 개방정책을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점과 외교적 해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미-러 실무회담이 무위로 끝난 뒤 러시아는 접경지역에서의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였고 벨라루스와의 2월 합동군사훈련 계획을 발표하면서 군사적 위협과 압박의 강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27일 러시아의 요청에 대한 답변을 서면으로 전달하였다.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NATO의 개방원칙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유럽 안보의 견지에서 투명성과 안정성을 위한 높이기 위한 상호노력이 필요하며, NATO-러시아 관계를 재구축하자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ATO의 경우도 문호개방 원칙을 포기하기는 어렵지만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병력과 무기를 감축해 갈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민스크 협정을 도출했던 러-우크라이나--불 간 노르망디 포맷의 논의를 통한 노력도 진행되었으며, 민스크협정에 따른 휴전의 유지를 위한 각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다각적이며 지속적인 회담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이며, 특히 이런 일련의 회담의 국면과 주요 내용이 계속적으로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하지만 몇 가지 우려할 부분도 존재한다. 강력한 무력 압박을 통해 협상의 국면을 주도해 가고 있는 러시아가 이번 위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최소/최대의 목표치가 불분명해 보인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민스크 협정의 복원과 완전한 이행, 우크라이나의 NATO 불가입 구두/서면 약속, NATO-러시아 위원회 재건, 유럽안보체제의 조정과 러시아의 위상 정립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지만, 어느 정도에서 타협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불분명하다. 그리고 러시아가 자신이 원하는 최소한의 목표가 달성되지 않을 때에, 군사적 수단을 사용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가능성 까지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시기를 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조지아 전쟁은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식 시기에 벌어졌다. 그리고 러시아의 군사작전은 겨울철이 가장 적기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러시아가 군사적 위협을 통해 협상에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시간도 위협효용 체감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 이왕 시작한 위기적 국면을 통한 러시아의 자국 안보 증진의 노력이 협상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없을 경우에 군사적 수단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가능성을 조기 차단하는 선택에 대한 유혹을 계속 느끼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발발은 중국과 대만 문제에 대응하여야할 미국의 역량을 분산시키게 될 것이며, 미국으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이다.

 

향후 수주 정도의 시간은 외교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러시아에게는 전쟁의 가능성을 계속 타진하는 위험한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실질적인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여야 할 긴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형식적 내지 시간끌기 협상 전술은 러시아를 더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현 상태 외교의 시간이 의미있는 결실을 맺지 못할 경우, 그래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이는 세계경제에 인플레 요인을 가중하고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임에 분명하다. 북한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는 핵무기의 필수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할 것이며,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가기가 얼마나 난망한가를 교훈할 것이다. 대만 문제를 주시하는 중국에게는 미국과 서방의 유사한 문제를 처리하는데 대한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제한된 시간에 열려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 외교의 시간을 미국과 서방이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할 중요한 이유가 이것이다. 현재 안팎으로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력이 중요한 시험대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