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화물 운송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복원되어 온 북한의 대외 교류가 여객 이동과 인적 교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3월 베이징-평양 및 단둥-평양 여객열차 운행 재개와 중국 항공사의 베이징-평양 직항 노선의 복원은 기존의 화물 중심 교통 복원이 인적 왕래 재개의 준비 단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북·중·러 초국경관광의 가능성과 전략적 함의: 접경 교통·교류의 재편을 중심으로 |
| 2026년 5월 7일 |
-
최은주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ej0717@sejong.org
-
코로나19 이후 화물 운송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복원되어 온 북한의 대외 교류가 여객 이동과 인적 교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3월 베이징-평양 및 단둥-평양 여객열차 운행 재개와 중국 항공사의 베이징-평양 직항 노선의 복원은 기존의 화물 중심 교통 복원이 인적 왕래 재개의 준비 단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철도·항공 노선이 동시에 재개되었다는 점은 접경지역 왕래를 넘어 중국의 수도와 평양을 잇는 외교·경제·관광 교류의 기본 통로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동시에 두만강 너머 러시아와의 육상 교통 통로도 확장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2025년부터 하산-나선을 잇는 신규 자동차 전용 다리를 건설하고 있으며 2026년 6월 완공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측 발표에 따르면 이 다리는 하루 차량 300대와 2,000명 이상이 통행할 수 있는 규모이다. 이는 기존 두만강 철교 중심의 북러 연결에 도로 교통 통로가 추가되는 것으로, 관광·무역·물류·인적 이동 확대를 위한 기반 시설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는 북러 전략협력의 심화, 북중 인적 교류의 재개, 북한의 제한적 관광 수용 경험이 맞물리는 국면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 관광 재개의 선행 파트너로 부상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철도·항공 연결까지 복원되면서, 북한의 대외 인적 왕래는 러시아 중심의 제한적 시범 사업에서 보다 넓은 교류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변화는 북한이 정치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상대와 관리 가능한 경로를 중심으로 인적 이동과 관광을 선별적으로 복원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북한이 우선적으로 개방하는 대상 국가와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그 선택이 북·중·러 접경협력과 한반도 주변 질서에 갖는 의미를 분석하는 일이다.
이 글은 2026년의 이러한 흐름을 북·중·러 접경 교통·교류 구조가 재편되는 초기 국면으로 보고, 초국경관광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검토한다. 특히 북·중·러 3국의 접경지역인 두만강 삼각지대를 중심으로 북한 대외경제의 재가동, 접경 차원의 관광·경제 협력 가능성, 한국의 향후 다자·접경협력 활용 조건을 살펴보고자 한다. 다만 이는 당장 3국을 동시에 연결하는 완성된 관광협력이라기보다, 북중 및 북러 양자 관광 재개가 축적되면서 형성될 수 있는 중장기적 가능성에 가깝다. -
1. 초국경관광의 의미와 성립 조건
초국경관광(Cross-Border Tourism)은 둘 이상의 국가에 걸쳐 있는 접경지역을 하나의 관광권역으로 기획 및 운영하는 관광 형태이다. 이는 특정 목적지 국가를 향한 일방향의 이동을 의미하는 일반적인 해외여행과 구별된다. 초국경관광은 인접한 국가들이 맞닿아 있는 접경 공간 자체를 관광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특징을 갖는다. 이는 서로 다른 체제·문화·생활권·교통망이 만나는 경계 공간의 경험을 관광 콘텐츠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초국경관광은 관광객 규모보다 이동 경로, 통관 절차, 접경 인프라, 지방정부 간 협력 구조가 함께 작동할 때 현실화될 수 있다.
초국경관광은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될 때 가능해진다. 첫째는 지리적 희소성이다. 둘 이상의 국가가 만나는 접경 공간은 그 자체로 관광 콘텐츠가 된다. 둘째는 교통 회랑이다. 철도·도로·항공·해운 네트워크가 접경 국가들을 하나의 이동 경로로 엮을 때 관광 경로가 형성된다. 셋째는 제도적 협력이다. 초국경관광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통관, 비자, 안전관리, 결제, 보험, 지방정부 간 협력 등이 일정 수준 이상 제도화되어야 한다.
2. 두만강 개발 구상과 동북아 접경협력의 유산
동북아에서 초국경관광과 접경협력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1991년 UNDP 주도로 출범한 두만강지역개발계획(Tumen River Area Development Programme, TRADP)은 두만강 유역을 중심으로 교통, 물류, 관광, 투자 협력을 모색한 대표적인 다자협력 구상이었으며, 2005년 광역두만강개발계획(Greater Tumen Initiative, GTI)으로 전환되었다. 현재 GTI 회원국은 중국, 몽골, 한국, 러시아로 구성되어 있고, 북한은 2009년 탈퇴 이후 복귀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제도적 틀은 존재하지만, 현 상황에서 북한이 직접 참여하는 관광협력은 다자 방식보다 북중 및 북러 양자협력을 중심으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초국경관광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북중 및 북러 간 관광 재개가 지속될 경우 접경지역에서 형성될 교통·관광 질서의 윤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북러 단체관광, 북중 철도·항공 복원, 두만강 자동차 다리 개통 준비, 훈춘·나선·하산·블라디보스토크의 접경 관광자원이 결합될 경우, 양자 간 관광협력의 축적은 장기적으로 북·중·러 접경지역 관광권 형성의 기반이 될 수 있다.
3. 북·중·러 초국경관광의 세 가지 유형
북·중·러 초국경관광은 기획 방식과 공간 구조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국경지대의 지리적 희소성이나 이질적 체제·문화를 관광자원화하는 접경지 관광형이다. 중국 단둥의 압록강 경관 관광, 방천에서의 북·중·러 3국 접경 조망, 훈춘에서 나선과 연해주를 연계하는 접경 체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유형은 북한 지역의 방문이 제한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 측에서 먼저 기획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둘째는 철도·도로·항공 인프라를 따라 복수 국가를 연결하는 회랑 관광형이다. 베이징-단둥-평양 철도 경로, 블라디보스토크-하산-나선 철도·도로 경로가 대표적이다. 2026년 현재 운행 중인 북중 여객열차와 북러 두만강 자동차 다리 완공 및 개통 준비는 이 유형의 인프라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셋째는 GTI, 동북아 지방협력, 두만강 유역 개발계획 등 다자 경제협력의 틀 속에서 관광을 교통·물류·생태·문화교류와 함께 발전시키는 광역경제권 연계형이다. 이 유형은 제도적 기반과 다자 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실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지속가능성과 규모 면에서 잠재력이 가장 크다.
이러한 유형 구분을 통해 볼 때, 최근의 변화는 교통망 복원을 넘어 과거 두만강 개발 구상에서 제기되었던 접경 관광협력 의제가 변화된 정세 속에서 다시 주목받는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
1. 북중 철도·항공 노선의 복원
전술한 바와 같이 북중 관계에서는 철도 여객 운행의 재개와 중국 항공사의 평양 노선 복원이 인적 교류 확대의 핵심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 고려항공의 북중 항공 운항은 이미 2023년부터 재개되었으나, 2026년에는 베이징-평양 및 단둥-평양 여객열차 운행이 복원되고 중국 항공사인 에어차이나의 베이징-평양 직항 노선도 다시 열렸다는 점에서 북중 인적 교류의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다만 재개 초기인 현재는 비즈니스 비자 보유자 등을 중심으로 탑승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에어차이나 직항 첫 편의 탑승객 규모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교통 노선의 복원이 곧 관광 재개를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인적 왕래가 다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북중 관광 재개의 전제 조건이 마련되고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점에서 북중 관광 재개 여부는 북·중·러 초국경관광의 향방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이다. 중국은 북한 관광의 최대 잠재시장이며, 단둥·훈춘·연변 등 접경지역은 북한 관광과 결합될 수 있는 지리적·경제적 유인을 갖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대북제재, 한반도 긴장, 북러 밀착에 대한 전략적 계산, 자국민 안전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러시아처럼 북한 관광을 빠르게 정치적 성과로 부각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북중 관광은 즉각적인 대규모 재개보다 제한적·단계적 방식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다.
2. 북러 육상 연결과 비군사 협력의 확대
북러 관계에서는 육상 교통 통로의 질적 변화가 예상된다.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하산과 북한 나선 지역을 연결하는 두만강 자동차 다리는 기존의 철도 중심 연결을 도로 교통으로 보완하는 인프라이다. 이 다리가 완공될 경우 버스·승용차·화물차를 통한 인적·물류 이동이 한층 쉬워질 수 있다. 러시아 또한 이 다리가 관광, 무역, 인적 이동을 강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북러 관광협력은 이미 제한적으로 진행되었다. 코로나19 이후 북한이 처음 허용한 외국인 단체관광은 러시아 관광객 방문이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ederal Security Service, FSB) 국경서비스 통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적자의 북한 방문 건수는 2023년 1,238건에서 2024년 6,469건, 2025년 9,985건으로 증가하였으며, 이 중 2025년에 관광 목적으로 분류된 방문은 5,075건이다.1) 중요한 점은 북한이 중국인 일반 관광보다 러시아 단체관광을 먼저 제한적으로 허용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북러 전략협력의 심화 속에서 관광이 양국 우호관계를 가시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와의 선제적 전략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관광·교통·인프라 등 비군사적 경제협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려는 방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 단체관광의 선행 재개는 단순한 관광 수요 대응이 아니라, 북러 전략협력을 경제·민생 협력으로 확장하는 초기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북러 협력은 관광과 교통 인프라를 넘어 보건·민생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2026년 4월 북한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인근에서 ‘북러친선병원(조로친선병원)’ 건설 착공식을 진행했다고 보도하였다.2) 이 병원은 북러 정상 간 합의 이행의 일환으로 설명되었으며, 북한은 이를 두 나라 인민의 복리 증진과 친선협조관계 발전을 보여주는 사업으로 부각하고 있다. 북러친선병원은 직접적인 관광시설은 아니지만,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결합될 경우 외국인 체류, 응급의료, 보건서비스 기반을 보완하는 인프라로 기능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 사례는 북러 협력이 군사·전략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관광지구 주변의 생활·보건 인프라와 결합하면서 비군사적 협력의 외연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
1. 두만강 삼각지대의 공간적 잠재력
북·중·러 초국경관광의 가장 유력한 공간은 두만강 삼각지대이다. 동북아에는 중국·러시아·몽골이 만나는 접경지역도 존재하지만, 두만강 삼각지대는 북한의 나선, 중국의 훈춘·방천, 러시아의 하산·블라디보스토크가 인접한 북·중·러 접경 공간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문제와 직접 연결된다. 특히 이 지역은 북한의 대외경제 거점, 중국 동북지역의 출해 구상과 접경관광 기반, 러시아 극동의 항만·도시관광 자원이 맞물릴 수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두만강 삼각지대는 단순한 3국 접경의 지리적 희소성을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의 교통·관광·경제협력이 연결될 수 있는 전략적 접점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가운데 북한의 나선경제무역지대는 1990년대 이후 외자 유치와 접경무역의 거점으로 개발이 추진되어 온 지역으로, 초국경관광의 초기 거점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관광 측면에서 나선은 북한 내부 깊숙이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북한 방문이라는 희소성을 제공할 수 있는 지역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동 동선을 비교적 쉽게 관리할 수 있고, 외부 방문객을 제한된 접경 공간 안에서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 관광 협력의 시험 공간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이러한 나선의 입지는 주변 관광자원과 결합될 때 두만강 삼각지대가 하나의 접경 관광권으로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한다. 북한은 나선·두만강 하구 등 북·중·러 접경지역 특유의 지리적 상징성과 경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동북지역은 연변 조선족 문화, 장백산 관광, 훈춘 등을 중심으로 접경 관광의 수요와 기반을 갖추고 있다. 다만 북한 방문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중국 측 접경관광이 북한 관광의 대체재로 기능할 수도 있지만, 북중 관광이 재개되고 훈춘-나선 등 접경 경로가 열릴 경우 연변과 훈춘은 북한 관광의 출발지·경유지·소비 거점으로 기능하면서 보완적으로 결합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연해주는 블라디보스토크 도시 관광과 극동 자연생태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북한 접경지역과 비교할 때 숙박·교통·관광 서비스 기반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결국 두만강 삼각지대의 관광자원은 현재로서는 대체와 보완의 가능성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향후 북한의 관광 개방 수준과 접경 이동 방식에 따라 그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2. 잠재 발전 경로와 단계적 확장 가능성
현재의 인프라 복원 동향과 지리적 조건을 종합하면, 북·중·러 초국경관광은 세 가지 연계 경로를 중심으로 발전 가능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세 경로 가운데 단기적으로 가장 현실성이 높은 것은 두만강 삼각지대 연계형이다. 베이징-단둥-평양 경로는 북중 인적 교류 회복을 상징하는 의미가 크지만, 북·중·러 3국을 직접 연결하는 초국경관광의 핵심 경로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훈춘-나선-하산-블라디보스토크 경로는 중국, 북한, 러시아가 모두 접속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두만강 자동차 다리가 개통될 경우 러시아 연해주에서 북한 나선으로의 버스 이동이 가능해지고, 중국 훈춘과 연계한 3국 접경 관광 경로를 구성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도 강화된다.
환동해 연계형은 중기 이후의 과제로 볼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나선-원산갈마를 연결하는 해양·휴양 관광은 상징성과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으나,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해상 교통, 항만 인프라, 보험, 결제, 안전관리 체계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두만강 접경 관광 경로를 중심으로 관광 협력의 시범 사업이 먼저 진행되고, 중장기적으로 원산갈마와 환동해 관광권을 결합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
1. 체제안전 우려와 관리형 관광의 딜레마
북·중·러 초국경관광의 현실화 여부를 좌우하는 첫 번째 변수는 북한의 체제안전 우려이다. 관광객 유입은 외부 정보 유입, 주민과의 공식·비공식 접촉, 이동 통제 부담을 수반한다. 북한은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유여행보다 단체관광, 지정 동선, 관리형 소비공간, 현지 안내원 동행 방식을 선호해 왔다. 향후 관광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이러한 관리 방식은 신원 확인, 이동 동선 관리, 결제·정산을 결합한 디지털 관리 인프라와 연계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방식이 부분적으로 활용되더라도 이는 개방적 관광 플랫폼이라기보다 지정된 구역과 승인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관리 인프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지난 2월 개최된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관광을 수익성과 외화 조달 기능을 갖춘 경제부문으로 규정하고 ‘산업화’하려는 정책이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국제관광은 북한이 재개하고 확대하려는 대외경제 분야로 볼 수 있다. 다만 국제 관광 확대의 경제적 필요가 외부 정보 유입과 관광객 동선 관리 부담을 자동으로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2025년 나선지역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 외국인 관광객 수용이 재개된 직후 중단 또는 일시 중단된 사례도 북한 국제관광의 재개 과정이 아직 안정적인 운영 단계에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북한의 국제관광 확대는 외화 수입을 위한 산업화 필요와 체제안전을 위한 관리 요구 사이에서 조정되어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다.
2. 비대칭적 관광 구조와 인프라 제약
북·중·러 초국경관광은 일반적인 의미의 쌍방향 관광과는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인 초국경관광은 국경을 넘는 관광객의 상호 이동을 전제로 하지만, 북한의 경우 북한 주민이 관광객으로 중국이나 러시아를 자유롭게 방문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당분간은 중국인·러시아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북한 지역을 방문하거나, 중국·러시아 접경지역에서 북한과 연계된 관광 경로를 이용하는 방식이 중심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 주민은 안내, 서비스, 공연, 상업시설 운영 등 관리된 관광 공간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서 북·중·러 초국경관광은 자유로운 인적 왕래라기보다 북한이 승인한 제한적·비대칭적 접경관광의 성격을 띤다.
북한의 관광 인프라와 서비스 역량도 중요한 제약 요인이다. 북한은 원산갈마, 삼지연, 나선 등 거점을 중심으로 관광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개발해 왔지만, 숙박, 위생, 의료, 통신, 결제, 응급대응 체계는 여전히 취약하다. 초국경관광은 국경 통과, 차량 이동, 보험, 사고 처리, 다국어 안내 체계가 함께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단체관광보다 제도적 조정과 현장 관리 부담이 크다. 북·중·러 관광협력이 일회성의 상징적 교류에 그치지 않고 산업적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접경 인프라의 확충뿐만 아니라 실제 관광 경로의 경제성이 검증되어야 한다.
3. 제재 회색지대와 3국의 상이한 이해관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금융·결제 문제도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관광 자체가 곧바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은 아니지만 관광 수입의 귀속 구조, 제재 대상 기관과의 거래, 운송·금융·보험 서비스 제공, 시설 투자 등이 결합될 경우 제재 이행과 관련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대규모 현금 결제, 불투명한 정산 구조, 북한 국영기관을 통한 관광시설 운영, 제3국 여행사·운송기관을 매개로 한 우회 거래는 제재 회피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는 관광과 민생 교류를 제재와 분리된 영역으로 해석하려 할 여지가 있다. 이 때문에 북·중·러 관광협력은 제재 이행의 해석과 정치적 문제의 제기가 교차하는 회색지대에서 제한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미국의 자국민 북한 여행 금지 조치가 유지되는 한 서방 관광객 수요도 제약될 수밖에 없으며, 대러제재 환경 역시 제3국 관광객과 국제 사업자의 참여를 위축시킬 수 있다. 따라서 북·중·러 초국경관광은 당분간 대규모 투자형 개발이나 광범위한 국제관광 확대보다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소규모 접경 관광 형태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중·러 3국은 관광협력에 모두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만, 그 동기는 상이하다. 중국은 동북 3성 경제의 활성화와 대북 정치적 영향력의 유지라는 유인을 갖고 있으나, 한반도 정세 관리와 대외관계의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적 고립 속에서 북한과의 우호 관계를 가시화하려는 동기가 강하며, 관광을 북러 협력의 비교적 부담 낮은 성과로 활용할 수 있다. 북한은 외화 수입과 지방개발이라는 성과가 필요하지만 정보 통제와 체제안전 문제를 우선시한다. 이러한 비대칭적 동기 구조는 초국경관광의 속도와 형태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이다. 이에 따라 북·중·러 관광협력은 특정 시기, 특정 대상, 특정 지역에 한정된 방식으로 열리고 닫힐 가능성이 크며, 이는 북한이 선호하는 제한적이며 관리 중심의 접경 교류 방식과도 부합한다. -
1. 접경 교류 운영 관행의 선점 가능성
북·중·러 초국경관광의 전략적 의미는 관광객 규모 자체보다 접경 교류의 운영 방식이 먼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관광이 제한적으로라도 재개되면 이동 경로, 통관 절차, 결제·정산 방식, 안전관리, 여행사와 지방정부 간 역할 분담 등 접경 교류를 운영하는 실무적 기준이 축적될 수 있다. 이는 관광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접경 관광을 통해 축적된 운영 관행은 향후 물류, 인적 왕래, 특구 개발, 보건·재난안전 협력 등으로 확장될 때 하나의 준거로 활용될 수 있다.
이 점에서 두만강 자동차 다리와 북중 철도·항공 노선의 복원은 단순한 이동 수단의 재개를 넘어선다. 이들 인프라가 관광과 결합될 경우, 북중 및 북러 양자 협력은 접경지역 단위에서 일정한 운영 경험을 축적하게 된다. 북·중·러 삼각 협력이 공식적으로 제도화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경험이 누적되면 접경 교류의 경로와 운영 방식은 중국·러시아 중심으로 먼저 자리 잡을 수 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관광객 수의 즉각적 확대보다 이동 경로의 설계, 결제·정산과 안전관리 기준의 형성, 운영 주체의 배치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이다.
2. 제재 환경과 접경경제 질서의 변화
북·중·러 관광협력은 대북제재 환경의 운용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제재의 회색지대 문제는 단순히 관광협력의 제약을 의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가 관광과 민생 교류를 제재와 분리된 영역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은, 북·중·러 접경지역에서 국제제재라는 공식 규범과 현장 수준의 경제협력이 병존하는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접경지역 경제협력의 작동 방식 변화와도 연결된다. 북·중·러 관광협력이 제한적으로라도 진행될 경우, 결제·정산 방식, 운송기관의 역할, 지방정부와 특구의 관여 방식이 현장에서 먼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는 제재 체계의 실효성 문제를 넘어, 접경지역에서 실제 경제협력이 이루어지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3. 한국의 전략적 소외 가능성
금강산·개성 관광이 중단된 상태에서 북·중·러 관광협력이 확대될 경우, 북한의 관광 인프라와 접경 교통·교류 구조는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먼저 구축될 수 있다. 이는 향후 남북관계 개선 국면이 열리더라도 한국이 기존 금강산 관광 재개 방식만으로는 변화된 북한 관광협력의 공간 구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은 현재 GTI 회원국이지만, 북한을 포함한 접경관광 협력에 직접 관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은 금강산·개성 중심의 기존 남북 관광협력 복원뿐 아니라, 두만강 삼각지대와 환동해 관광권 등 다자·접경협력 구상과 연계할 수 있는 방식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이는 향후 남북관계 개선 국면에서 한국의 협력 공간을 넓히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의미를 갖는다. -
북·중·러 초국경관광은 단순한 관광 동향이 아니라 접경 교통·교류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흐름이다. 결국 한국은 북·중·러 접경관광의 전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 국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자·접경협력의 정책 공간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한국에 필요한 대응은 세 가지이다. 첫째, 관련 동향을 체계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북·중·러 교통망 복원, 관광 프로그램 출시, 여행사 동향, 관광객 국적과 규모, 북한 내 수용 지역, 결제 방식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북중 관광 재개는 북·중·러 초국경관광보다 먼저 나타날 수 있는 핵심 변수라는 점에서 별도로 주목해야 한다. 단둥-평양 중심의 전통적 경로가 먼저 복원되는지, 훈춘-나선 등 접경 관광 경로가 우선적으로 열리는지와 함께, 단체관광·비즈니스 방문·문화교류 명목의 결합 양상, 중국 중앙정부·지방정부·여행사 간 역할 분담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 북중 관광의 운영 방식은 향후 북·중·러 접경관광이 어떠한 운영 방식과 구조 속에서 형성될지를 가늠하게 하는 선행 사례가 될 수 있다.
둘째, 중장기 다층적 관광협력 구상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2026년도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미 및 남북 대화 재개 시 개성공단·금강산 정상화를 신속 추진하고, 국제 원산갈마 평화관광과 연계한 금강산 관광 재개를 공식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북·중·러 접경관광은 금강산·개성 중심의 기존 남북협력 틀과는 다른 공간과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백두산, 원산, 나선, 두만강을 포괄하는 다층적 남북 관광협력 비전을 미리 수립하고, 북·중·러가 먼저 구축해 가는 접경 공간에 한국이 연계할 수 있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한국은 기존 남북협력 의제의 복원뿐 아니라, 두만강 삼각지대와 환동해 관광권을 포함한 다자·접경협력 구상까지 함께 준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생태·보건·재난안전·문화유산 등 기능적 협력 의제를 활용해 동북아 접경협력과의 연계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GTI를 포함한 기존 다자협력 틀의 활용 가능성을 점검하는 동시에, 생태관광, 접경도시 협력, 문화교류, 재외동포 방문, 학술협력 등을 통해 한국이 동북아 접경관광 협력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두만강 유역 공동 생태 조사, 접경지역 감염병 공동 대응 체계, 산림병해충·수해·산불 등 재난안전 협력, 철새 이동 경로 및 습지 보전 조사, 접경지역 문화유산 공동 조사 등은 제재 저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다자협력의 명분을 확보하기 쉬운 사업이다. 이러한 의제는 당장 관광협력을 재개하기 위한 직접적 방안이라기보다, 향후 남·북·중 또는 남·북·중·러 접경관광 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는 정보와 현장 협력 기반을 축적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은 북·중·러 접경관광을 주변국의 제한적 관광협력으로만 한정해서 이해하기보다, 동북아 접경지역의 교류 구조와 남북협력의 조건 변화를 보여주는 초기 흐름으로 파악하고 전략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Ⅰ. 문제 제기: 대외 교류 복원과 관광 가능성의 부상
Ⅱ. 초국경관광의 개념: 접경 공간을 하나의 관광권역으로
Ⅲ. 최근 동향: 북중 연결 복원과 북러 연결 확장
Ⅳ. 북·중·러 초국경관광의 핵심 공간과 발전 경로
Ⅴ. 가능성과 제약: 관리형 관광의 현실화 조건
Ⅵ. 전략적 함의: 접경 교류 구조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 공간
Ⅶ. 한국의 전략적 준비
1) Meduza, "Russian travel to North Korea surges in wartime, with nearly 10,000 trips in 2025 alone," February 10, 2026.
2) 로동신문, "조로친선병원건설착공식 진행", 2026년 4월 23일, 1면.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파일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