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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모범 동맹(Model Ally)’의 조건

등록일 2026-04-01 조회수 241 저자 조비연, 이성원

파일명 ‘모범 동맹(Model Ally)’의 조건 저자명 조비연 연구위원 , 이성원 연구위원

2026년 2월 28일 발발한 미·이스라엘-이란 전쟁은 중동의 또 다른 무력충돌이라는 차원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해온 “모범 동맹(Model Ally)”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모범 동맹(Model Ally)’의 조건
2026년 4월 1일
    조비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bjo87@sejong.org

    이성원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sw.lee@sejong.org
    I. 서론
      2026년 2월 28일 발발한 미·이스라엘-이란 전쟁은 중동의 또 다른 무력충돌이라는 차원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해온 “모범 동맹(Model Ally)”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미국의 2026 국방전략서(NDS: National Defense Strategy)는 이스라엘을 미국의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지원” 아래에서도 스스로를 방어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동맹으로 평가하고, 이를 모범 동맹의 대표적 사례로 제시한 바 있다. 1) 또한 2026 NDS는 2025년 6월 B-2 폭격기 7대를 동원해 이란 핵시설 3곳인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을 타격한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Operation Midnight Hammer)’을 비중 있게 다루며, 이 역시 미국의 ‘결정적 지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즉, 최근의 미·이스라엘 군사작전은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는 모범 동맹의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지원’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도 커진다. 이스라엘처럼 스스로 싸울 의지와 능력을 갖춘 동맹은 분명 트럼프 행정부가 선호하는 동맹의 모습에 가깝다. 하지만 그러한 동맹이 언제나 미국의 국익과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해온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에 그대로 부합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동맹이 강하고 더 많은 부담을 떠안을수록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는 있지만, 반대로 미국을 원치 않는 확전과 정치적 부담 속으로 끌어들일 가능성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먼저 트럼프 행정부의 2026 국방전략서를 기반으로 ‘모범 동맹’이 어떤 조건을 갖춘 동맹을 뜻하는지 정리하고, 이어 이번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을 그 기준 위에서 검토해보았다. 나아가 유럽 동맹국들의 행보를 통해 트럼프식 동맹관의 편향과 한계를 살펴본 뒤, 끝으로 이러한 변화가 미국의 또 다른 ‘모범 동맹’으로 거론되는 한미동맹에 던지는 함의를 도출해보았다.
    II. 모범 동맹의 조건
      전술하였듯,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는 ‘모범 동맹’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우호적 동맹, 혹은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과는 결이 다르다. 2026 NDS가 적시하듯, 미국은 본토 방어와 인도-태평양에 더욱 집중하는 가운데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에게 자국이 직면한 위협에 대해 보다 큰 “일차적 책임(primary responsibility)”을 질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구상에서 미국은 동맹이 스스로를 방어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전제 아래 “결정적이지만 더 제한적인 지원(critical but more limited support)”을 제공하고자 한다.2)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는 모범 동맹은 미국이 대신 지켜주는 동맹이 아니라, 미국의 지원이 이전보다 제한적이더라도 전쟁을 억제하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동맹을 의미한다.

      이 개념을 조금 더 풀어보면, 적어도 세 가지 요소가 도출된다. 첫째는 스스로를 방어할 의지와 능력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능력만이 아니라 의지이다. NDS가 이스라엘에 주목한 이유는 단지 군사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실제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전면에 나서기 전에 먼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동맹이라는 점에 있다. 이는 같은 문서가 한국에 대해서도 “강한 군사력, 높은 국방비, 방산 역량, 징병제를 기반으로 북한 억제의 일차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평가하는 대목과도 연결된다.3) 트럼프식 동맹관에서 좋은 동맹은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안주하는 동맹이 아니라, 자국 안보를 자기 손으로 우선 책임지려는 동맹이다.

      둘째는 부담분담과 실질적 투자이다. 2026 NDS는 오랫동안 많은 동맹들이 미국이 자국 방위를 사실상 보조해 주는 상황에 익숙해졌고, 그 결과 미국의 동맹들이 “파트너라기보다 의존국에 가까웠다”고 비판한다. 4) 특히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이를 사실상 장려했다고 적으며, 이제는 동맹들이 “집단방위의 공정한 몫(their fair share of the burden)”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2026 NDS 발간 직후 세종연구소를 직접 방문한 엘브리지 콜비 미 전쟁부 차관도 공개연설에서 동맹은 “이해의 정렬, 위험의 공유, 비례적 기여, 상호 이익(aligned interests, shared risk, proportionate contributions, and mutual benefit)” 위에 서야 한다고 했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을 “모범 동맹”(a model ally)이라고 평가했다.5)

      셋째는 미 전략과의 적합성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동맹은 그 자체로 강한 동맹일 뿐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을 가능하게 해주는 동맹이다. 2026 NDS는 유럽·중동·한반도에서 동맹이 자국 방위의 일차적 책임을 더 많이 지게 될수록, 미국은 본토 방어와 중국 견제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모범 동맹”은 오로지 국방비를 많이 쓰는 나라가 아니라, “각자의 지역에서(their regions)” 눈에 띄게 더 많은 역할을 하고,6) 미국과의 무기협력·방산협력·정보공유를 통해 미국의 전략적 부담을 줄여주는 동맹으로 정의한다. 즉 트럼프식 모범 동맹은 미국우선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전략적 자산에 가깝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는 모범 동맹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스스로 싸울 의지와 능력, 더 많은 비용과 책임을 감당하려는 태도, 그리고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에 맞춰 지역에서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능성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좋은 동맹’의 기준은 전통적인 가치외교의 언어보다 훨씬 냉정하고 거래적이며, 무엇보다 미국의 힘과 시간을 아껴주는 동맹의 다른 이름에 가깝다.
    III.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과 모범 동맹의 조건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은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는 모범 동맹의 조건이 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그 상징적 장면이 2025년 6월의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이다. 미 전쟁부 발표에 따르면 이 작전에는 B-2 스텔스 폭격기 7대, GBU-57 MOP 14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24발 이상, 약 75발의 정밀유도무기, 그리고 125대 이상의 미군 항공기가 투입되었고, 타격 대상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의 핵시설 세 곳이었다. 특히 포르도처럼 깊이 매설된 지하시설은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완전한 타격효과를 보장하기 어려운 표적이었고, 바로 그 점에서 미국의 개입은 ‘보조적’이라기보다 말 그대로 결정적이었다. 동시에 이 작전이 전면전 수행이 아니라 특정 핵심시설에 대한 한정된 심층타격에 집중되었다는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는 ‘제한적’ 개입이 무엇인지도 잘 보여준다. 미국은 전쟁 전체를 대신 수행한 것이 아니라, 동맹이 혼자서는 처리하기 어려운 임계 영역에만 압도적 능력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이는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지원”의 전형적 사례에 가깝다.

      현재 진행 중인 2026년 미·이스라엘-이란 전쟁 역시 이와 유사한 분담 구조를 보여준다. 전쟁은 2월 28일 개전 이후 4주째로 접어들었고, 최근까지도 이스라엘은 테헤란과 이란 내 군사·정보·미사일 관련 시설에 대한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전면전을 대신 수행하기보다, 자신이 설정한 핵심 전쟁목표에 맞춰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이다. 물론 이번 전쟁의 목표에 대해 이란의 정권 교체 등 트럼프발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들도 있지만, 피터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브레드 쿠퍼 중동사령관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비교적 일관되게 이번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의 목표를 이란의 탄도미사일 능력 제거 및 불능화(생산능력 포함), 해상 능력 무력화, 핵무기 보유 저지로 제시하고 있다.7) 이는 미국이 이번 전쟁을 어디까지나 이란의 전략적 위협, 즉 미사일·해상교통 위협·핵능력의 제거에 초점을 맞춘 전쟁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구도에서 이스라엘은 전면에서 전장을 열고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는 역할을 맡고, 미국은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심층타격과 전략억제, 해상교통로 관리, 외교적 출구 마련에 무게를 두는 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이 전술적·작전적 차원에서 전쟁을 주도한다면, 미국은 전쟁의 목표와 수위를 조정하는 상층부를 떠받치는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분담이 지금은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지원’처럼 보일지라도,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연루를 오히려 더 깊게 만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란은 이스라엘 핵프로그램의 요충지인 디모나 인근을 겨냥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했고,8) 이는 이스라엘의 핵 관련 시설 주변까지 전장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압박하며 이란의 전력 인프라 타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자,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의 발전시설은 물론 역내 미군기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시설까지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9) 이 과정에서 이란의 담수화 시설 공격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전쟁은 더 이상 이스라엘과 이란만의 충돌이 아니라 걸프 지역의 에너지·전력·식수 인프라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국면으로 번지고 있다. 결국 미국이 애초에 생각했던 ‘제한적 지원’은, 중동 지역에서의 해상교통로 방어, 역내 기지 방호, 동맹국 핵심 인프라 보호, 국제 에너지시장 안정이라는 훨씬 넓은 부담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금의 전쟁은 동맹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범 동맹의 적극성과 전장의 확산에 의해 더 깊이 연루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만든다.

      이 두 사례가 보여주는 모범 동맹의 실체는 분명하다. 첫째, 모범 동맹은 미국이 대신 싸워주는 동맹이 아니라 먼저 싸울 의지와 능력을 갖춘 동맹이다. 둘째, 그것은 실제 비용과 위험을 더 많이 부담하는 동맹이다. 셋째, 단순히 친미적인 동맹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능적 동맹이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그 한계도 선명하다. 동맹이 강하고 자율적일수록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는 있지만, 동시에 미국을 원치 않는 확전과 정치적 비용 속으로 끌어들일 가능성도 함께 커질 수 있다.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과 현재 진행중인 ‘장대한 분노 작전’에서 보았듯 압도적인 심층타격은 군사적으로 결정적일 수 있어도, 그 자체가 전략적 종결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결국 핵심 질문은 ‘미국은 이번 전쟁을 통해 무엇을 얻고 있는가’이다. 이란의 핵·미사일·해상 위협을 약화시키는 성과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동시에 미국은 자신이 말한 ‘모범 동맹’ 때문에 오히려 더 깊이 전쟁에 연루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번 대이란 군사작전이 보여주는 것은 모범 동맹의 효용만이 아니라, 바로 그 효용이 미국을 다시 중동의 소모적 전장으로 끌어들이는 역설이기도 하다.
    IV. 유럽 사례: 균열 속 미국의 가장 오랜 동맹의 역할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 2기 하에서 동맹의 개념은 새롭게 조정되고 있다. 동맹은 전통적으로 ‘공유 가치’에 근간한 방위 공동체 개념을 넘어서, 안보 공여국이 설정한 국익에 대한 부합도와 기여 수준을 기준으로 한 ‘성과 지표’에 의해 그 존재적 가치가 매겨지는 거래적 개념으로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 ‘성과 지표’의 관점에서 이스라엘은 미국의 대외 전략에 부합하는 높은 수준의 정책 정렬도와 미국과의 방위(무기) 통합, 방위 비용 분담과 작전 수행 역량을 통한 지역 억제의 1차 책임이라는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모범 동맹’으로 인식되었다.

      반면 대조적으로 전후 안보 질서 설계와 유지에 중심축 중 하나로 작동해 온 북미와 유럽 간 대서양 동맹 관계에는 상당한 균열이 노출되고 있다. 지난 1월 발간된 미국의 NDS는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바라보는 유럽과 NATO에 대한 동맹 불신과 실망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비판의 핵심은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위험 인식, 낮은 수준의 자체 방위력과 미국에 대한 방위 의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문제에 대한 유럽의 소극적 기여 등 동맹 관계 전반에 녹아 있는 불합리성과 비대칭성이다. 특별히 그린란드 미국 영토 편입 시도를 둘러싼 유럽과 미국 간 외교적·군사적 긴장과 마찰은 대서양 동맹 균열의 현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힌다.

    이란 전쟁을 바라보는 유럽의 인식과 태도

      미국-이스라엘 주도의 이란 공습과 현 중동 전쟁 상황은 미국과 유럽 간 동맹을 바라보는 미묘한 시각차와 동맹국으로서 유럽이 보이는 양면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먼저, 유럽이 현 이란 전쟁을 바라보는 인식은 간단치 않다. 유럽의 입장에서 현 전쟁은 “원하지도, 선택하지도, 통제할 수도 없는 전쟁”으로 인식된다. 전쟁에 대한 유럽 내부의 인식은 신중한 중립에 방점을 두고, 방어적 지원과 원론적 지지 사이에서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다. 안보 이익의 관점에서 중동의 불안정과 핵 위협은 유럽에 늘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되어 왔다.10) 하지만 동부 전선에서 러-우 전쟁을 직면한 유럽의 가용한 방위 자산과 예산은 한계에 다다라 있고, 중동 위협 관리를 위한 여력이 역부족한 상황이다.

      미국이 전쟁의 목표로 내건 이란 정권의 교체와 핵·미사일 위협의 제거라는 거시적 목표는 성취된다는 가정 하에 결과론적으로 유럽에 긍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겠다. 이러한 전략적 고려에 따라 전쟁 초기 NATO와 EU의 고위직 인사들은 미국과 유럽이 같은 입장에 서 있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유럽의 입장에서 전쟁 목표 성취로 얻을 수 있는 간접적 이익보다, 승리가 불확실한 전쟁 개입으로 야기될 수 있는 부수 비용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중동에서의 확전은 유럽의 에너지, 해상 교역, 인플레이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동부 전선 억제를 위한 방위 자산의 분산은 유럽의 다중 취약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전쟁 개입의 리스크는 큰 반면 명분은 미약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유럽과 사전에 긴밀한 협의 없이 일방적인 대규모 군사 작전을 감행했고, 이후 유럽의 비자발적 관여를 유도 및 압박하는 양상을 보였다. 미국은 EU 및 NATO 일부 회원국 영토의 군사 기지 제공을 요청했고, 일부 국가는 이를 수용했지만 방어적 목적의 활용으로 개입의 경계를 확실히 하며 전쟁에 대한 직접적 개입은 자제해 왔다. 이어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철회를 위한 미국의 군사 작전 지원 요청에 대해서도 군사 자산 전개와 파병을 거절해 왔다. 유럽은 전쟁 개시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최대한의 자제, 국제법 존중, 외교적 해결, 지역 안정이라는 원칙을 근거로 중립적이고 신중한 기조를 유지해 왔다.

    유럽, 방관자인가 조정자인가?

      전쟁 승리의 부수적 수혜는 원하지만 직접적 개입에는 주저하는 유럽의 양면적 태도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반복적으로 실망과 불만을 표출해 왔다. 특별히,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럽의 군사 참여 거부 결정을 매우 어리석은 결정이라 일컫고, 이러한 유럽의 행태가 NATO의 집단 방위의 실질적 작동 여부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유럽이 마주한 딜레마는 명확하다. 미국과의 동맹 결속과 국제질서와 규범 수호 사이에서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유럽은 표면적으로 미국이 제시한 ‘모범 동맹’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럽은 현재 러시아의 위협을 가장 중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대우크라이나 지원과 동부 전선 강화를 최우선 안보 과제로 설정해 왔다. 미국의 유럽 지역에서의 방위 기여 축소 기조 속에서, 2025년 재무장 계획(Readiness 2030)을 발표하며 유럽 중심의 국방 기술 개발 촉진과 무기 생산력 확대, 통합 억제 및 작전 운용 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구상과 계획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장기화된 전쟁 국면에서 회원국들의 전쟁 피로도와 국방비 증액에 대한 국내 정치적 저항, 그리고 유럽 전반의 둔화된 경제와 성장 동력의 약화가 겹치며, 억제력 강화를 위한 결집된 의지 제고와 추가적 군사력 증강은 한계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유럽은 현 중동 문제에 관여할 여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남부 전선에서의 또 다른 전쟁에 대한 관여와 확대를 감당할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의지와 역량이 남아 있지 않다. 미국과 뜻은 같이하지만 리스크를 분담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분명 방관적 면모를 보인다. 트럼프의 표현대로, 말뿐인 유럽은 편승적 동맹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제시한 ‘모범 동맹’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에 해가 되는 동맹인지는 곰곰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유럽은 현 중동 분쟁이 발발한 시점부터 주변국에 대한 이란의 비대칭 보복과 해상 봉쇄 행위에 대한 집단적 규탄을 이어왔고, 에너지 안정과 민간 인프라 보호, 해상 안보 확보와 불필요한 확전 방지를 위한 외교적 해법을 촉구해 왔다.

      현재 출구 전략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미국은 전쟁의 일차적 책임을 이스라엘에 전가하며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군사적 역량을 기반으로 작전 수행의 높은 통합성을 보였지만, 이스라엘은 미국과 현 전쟁의 궁극적 목표와 전쟁 전개 방식, 그리고 출구 전략에 있어서 정렬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미국이 마주한 연루(entrapment)를 더욱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기능한 측면이 있다. 반면, 유럽은 미국의 결정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기보다는 자체적인 개입 정당성을 규범적 관점에서 따져 보고, 과잉 확전 방지와 확전이 초래할 수 있는 비용을 고려하는 가운데 군사 개입 임계점을 보수적으로 설정하여, 수평적 확전 방지와 미국의 연루를 최소화하는 방향, 즉 조정자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전쟁 수행에 동참하는 동맹의 역할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동맹 역할의 범위는 단순히 위협 대응과 전쟁을 함께할 수 있는 군사적 파트너로 한정되기 어렵다. 방위 분담은 동맹의 한 기능일 뿐, 동맹 전체의 메커니즘이 될 수 없다. 동맹국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돕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동맹국이 불필요한 연루가 심화되지 않도록 규범적 정당성을 보완하고 갈등을 관리하는 안정자의 역할이다.
    V. 결론
      현 이란 전쟁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모범 동맹’ 개념의 모순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가 표방한 유연한 현실주의를 우선순위의 명확성, 절제된 약속, 이행의 결단력, 그리고 억제의 진중함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 이스라엘은 미국과 높은 수준의 정렬된 위협 인식과 고강도 군사행동을 통해 이행의 결단력을 보여주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의 전쟁 출구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군사·정치·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우선순위의 명확성을 흐리고 억제의 진중함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면 유럽은 전쟁 주체로서 직접적 전쟁 수행에 대한 미국의 요청은 거부했으나, 국제법 준수, 긴장 완화, 자유항행 보장과 같은 규범적·외교적 프레임을 형성하며 전쟁의 범위를 제한하고, 간접적으로 미국의 전략적 부담을 완화하며 전쟁 출구 전략의 규범적 토대를 확대하고 동맹의 도덕적 해이를 견제하고 있다.

      이란 전쟁이 미국의 동맹 질서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모범 동맹은 단순히 누가 더 충성스러운가로 정의될 수 없다는 것이다. 동맹국이 연루된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돕는 역할만큼, 동맹국이 설정한 대외정책의 우선순위가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안정적 협력 질서를 도모하고, 더 깊이 분쟁에 연루되지 않도록 제한하는 규범적 기능 역시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한미동맹에 던지는 정책적 시사점도 분명하다. 첫째, 이란 전쟁의 향방에 따라 앞으로의 모범 동맹은 단순히 미국의 요청에 더 많이 응하고 더 멀리 함께 가는 동맹으로 정의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전략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면서도, 동맹이 불필요한 전쟁과 확전에 자동적으로 연루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시 말해, 동맹의 가치는 ‘기여’뿐 아니라 ‘조절’에서도 평가되어야 한다. 억제를 위해 필요한 역할은 분명히 수행하되, 그 기여가 곧바로 무제한적 군사 개입이나 전략적 동조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둘째, 이렇게 한미동맹이 기여와 자제가 가능한 능동적 동맹이 되기 위해서는 예측 가능한 원칙과 일관된 판단이 요구된다. 한국은 이미 높은 국방비, 강한 재래식 전력, 방산 역량, 주한미군과의 높은 수준의 상호운용성을 바탕으로 미국이 평가하는 ‘아시아의 모범 동맹’에 가까운 위치에 있다. 그러나 한국은 ‘모범 동맹’이라는 평가 자체에 함몰되기보다, 어떤 사안에서 어디까지 협력하고 어디서부터는 제한되는지에 대한 자율적 기준을 분명히 세워야 할 것이다. 동맹의 신뢰는 무조건적인 순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셋째,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역외 위기에서 한국의 역할은 ‘무엇이든 함께하는 동맹’이 아니라, 국익과 전략적 우선순위에 비추어 ‘할 수 있는 것을 분명히 하는 동맹’이어야 한다. 예컨대 한국은 자유항행, 해상교통로의 안전, 에너지 수급 안정, 민간 인프라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미 공동성명이나 다자 공동입장 표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정보 공유, 상황 평가, 선박 보호를 위한 비전투적 협력, 에너지 시장 안정 메시지 발신 등 비군사적·외교적 차원의 지원에서도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대가 곧바로 군사적 파병이나 전투임무 참여로 자동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같은 사안은 한국의 직접적 국익, 작전의 목표와 범위, 국제법적 정당성, 확전 위험, 그리고 한반도 대비태세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따져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특히 미국이 중동 전쟁에 깊이 연루되어 있고, 북한은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한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을 포함한 핵·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는 만큼, 한국은 어느 전선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란 전쟁이 보여준 것은, 오늘날 동맹은 단지 함께 싸울 수 있는 능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맹은 억제를 위해 기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불필요한 연루를 막고 전략적 우선순위를 지키며 외교적 출구를 넓힐 수 있어야 한다. 한미동맹이 앞으로도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모범 동맹’으로 남기 위해서는, 미국의 요구에 대한 단순한 찬반을 넘어, 실질적 기여와 전략적 자제, 군사적 연대와 규범적 조정 사이의 균형을 설계해 나가야 할 것이다.

    1) US Department of War. (2026). 2026 National Defense Strategy, p. 2.
    2) Ibid., p. 14.
    3) Ibid., p. 20.
    4) Ibid., p. 4.
    5) US Department of War. (2026. 1. 26.). “Remarks by Under Secretary of War for Policy Elbridge Colby at the Sejong Institute in South Korea (As Delivered).”
    6) US Department of War. (2026). 2026 National Defense Strategy, p. 19.
    7) US Department of War. (2026. 3. 19.). “Secretary of War Pete Hegseth and Chairman of the Joint Chiefs Air Force Gen. Dan Caine Hold a Press Briefing.”; US Central Command의 소셜미디어 X 계정은 브레드 쿠퍼 사령관의 영상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게재중.
    8) Aljazeera. (2026. 3. 22.). “Aftermath of Iranian missile strikes near Israel’s nuclear facility.”
    9) Reuters. (2026. 3. 23.). “Iran points at tit for tat retaliation if power plants targeted, statement.”
    10) 예로, 2025년 로버트 슈만 고등연구센터(EUI-RSC)가 유럽안보연구소(EUISS), 범유럽정책연구협회(TEPSA), 유럽 안보연구 이니셔티브(EISS)와 협력하여 유럽 외교·안보 전문가 약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위협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이란-하마스, 이란-이스라엘 분쟁은 유럽이 마주한 글로벌 리스크 Top 10 안에 포함되며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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