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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시진핑 방북과 한반도의 전략적 전환 - 비핵화의 종언인가, 새로운 게임의 시작인가

등록일 2026-06-18 조회수 166

7년 만에 이뤄진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북이 숱한 화제를 남기고 마무리 됐다. 2019년 북-중 수교 70주년 계기로 이뤄진 방북에 이은 시진핑의 두 번째 방북은 1961년 체결된 조중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 65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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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핵화의 종언인가, 새로운 게임의 시작인가
2026년 6월 18일
하태원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taedee99@gmail.com
7년 만에 이뤄진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북이 숱한 화제를 남기고 마무리 됐다. 2019년 북-중 수교 70주년 계기로 이뤄진 방북에 이은 시진핑의 두 번째 방북은 1961년 체결된 조중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 65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른바 '꺾어지는' 해를 형식적인 명분으로 삼았지만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북한을 선택한 시진핑의 행보는 단순히 전통적 우의(友誼)를 재확인하고 더 높은 수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자는 다짐에 그치지 않았다. 5월 베이징으로 도널드 트럼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잇달아 불러들여 미-중, 중-러 정상회담을 개최한 직후의 방북이어서 더 의미심장했다. 앞서 2025년 9월 전승절 행사에서 푸틴 and 김정은을 좌우에 세우면서 미국이 주도해 온 세계질서에 대한 대항을 본격화했던 시진핑이었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전통적으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로 불려 왔다. 하지만 사회주의 형제국이자 혈맹(血盟)인 두 나라는 북한이 본격적인 핵 개발에 나서면서 양자관계에서 부침을 겪었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고 북-러가 사실상의 군사동맹으로 진화하면서 중국도 북한 핵을 부담이 아닌 '자산'으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핵을 가진 북한을 어디까지 용인할지는 그 원칙이 명확하지 않다.
관행대로 이번 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공식 합의문은 발표되지 않았다. 관영매체인 신화통신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자국 버전의 회담 결과를 내놨는데 강조점이 달랐고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됐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현안과 관련해서는 '비핵화'나 '한반도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 더 많은 해석을 낳았다. '핵 묵인(默認)'과 대만 지지의 맞교환, 그리고 새로운 '반미 전선'이라는 이름의 전략 동반자 관계의 공식 개막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가 내려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는 이번 방북이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지형에 던지는 전략적 의미를 다각적으로 따져 보려는 시도이다. 우선 북한과 중국이 평양의 협상 테이블에서 주고받은 내용을 통해 김정은과 시진핑이 원했던 것이 어떻게 관철 또는 부정됐는지를 분석해 본다. 또한 새롭게 재편된 북-중 관계가 비핵화 협상과 남북 관계에 던지는 구조적 함의를 짚어보고, 한국 정부가 추구해야 할 정책적 선택지는 무엇인지에 대한 제언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 북-중이 주고받은 것들, 그리고 '묵인'의 대가
양국 관영매체는 이번 회담을 문자 그대로 대서특필(大書特筆) 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6월 9일자 신문 1면 전체를 시진핑 방북 기사와 관련 사진 5장으로 꽉 채웠고, 관영 신화통신 역시 홈페이지와 모바일 홈 첫 화면을 관련 기사와 사진, 영상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북한도 9일 노동신문 발행면수를 6면에서 10면으로 늘렸고, 7면을 시진핑 방북 특집기사에 할애했다. 관련 사진만 80장을 게재했다.
화려한 미사여구를 총동원하며 양국 관계의 발전이 새로운 장을 열었고 각 분야의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고 강조했지만, 역설적으로 비핵화에 대해 침묵한 것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2025년 9월 베이징 전승절 계기로 열린 북-중 정상회담, 2026년 4월 왕이(王毅) 외교부장 방북에 이어 최고위급 공식 대화의 장에서 세 차례 연속 비핵화 문구가 빠진 셈이다. 시 주석이 2019년 방북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뭇 달라진 톤이다. 지난 5월 미-중 정상회담 직후에도 백악관이 "트럼프와 부시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정부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정도를 발표하는 데 그쳤다.1)
국제사회의 북핵 관련 논의에서 상용구(boilerplate)처럼 사용돼 온 '비핵화'가 적어도 북-중, 북-러 회담에서는 설 자리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명시적 지지와 중국의 암묵적 동의를 얻었다고 판단한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비핵화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시 주석 방북 직전 중국과 국제사회가 보란 듯 반(反) 비핵화 행보를 노골화했다. 김정은은 우라늄 농축 시설로 추정되는 새 핵물질 생산공장을 공개하고 "국가 핵무력을 더욱 확대 강화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는 것은 불변한 정치·군사적 입장이며 책임적 의무"라고 선언했다.2) 김여정은 미-중 정상이 비핵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는 미국 국무부 입장을 "거짓 유포 놀음"이라며 "국가수반이 천명한 자위적 핵전쟁 억제력의 끊임없는 강화노선은 무조건 실행되어야 할 불가역적인 최종결론"이라고 못 박았다.3)
김정은은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 당과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근거해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중국 당과 정부의 정책과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 성원할 것"이라고 했다.4) 핵 '묵인'의 대가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의 핵심 안보 사안에 대한 적극적인 정렬 신호(alignment signal)를 국제사회에 발신한 셈이다. 시진핑이 8일 노동신문 1면 기고를 통해 "최근 연간 백년이래의 세계적인 변화 국면이 급속히 발전하고 국제정세가 복잡하게 뒤엉키는 속에 있다"고 밝힌 뒤 “쌍방은 호상(상호)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이익을 수호하는 것을 견결히 지지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녕, 국제적인 공평과 정의 그리고 전후 국제질서를 공동으로 수호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한 화답의 성격이 짙다. 베이징에서 열린 5월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트럼프 면전에서 대만침공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5)
시진핑은 회담에서 "외교·법 집행·군대 등 분야의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시진핑 집권기인 2018년 이후 일곱 차례 북-중 정상회담에서 군사 분야 교류가 공개적으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확인했다.6) 시진핑이 향후 북-중 관계를 어디로 끌고 가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이미 러시아 동맹 수준의 군사협력을 강화한 북한과의 군사협력 강화를 대만 유사시에도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한 갈래다. 급속도로 밀착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에 대한 '헤징전략'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7) 두 해석 모두 틀리지 않는다. 중국은 대만 유사시를 염두에 두면서도, 러시아를 통해 커진 북한의 군사력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두고 싶다는 이중의 목적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 노동신문이 정상회담 결과를 전하며 이 군사교류 내용을 보도에서 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에 대해 의존적이라는 인상을 피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지키려는 북한의 의도가 읽힌다.
경제협력 의제는 대북 제재의 회색지대를 파고든다. 시진핑은 국경 통상구 전면 재개통, 민간 항공 노선과 국제 여객열차 운행 재개, 무역·농업·건설·과학기술·의료 분야의 실질 협력을 직접 거론했다. 북한은 이미 3월 중국과의 항공편·열차를 부분 재개했으며, 해변 리조트와 온천 관광지를 개발하며 중국 관광객 유치를 준비해 왔다.
| 각자의 셈법: 시진핑이 원했던 것, 김정은이 노렸던 것
공식적 합의문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단정적으로 규정하기 어렵지만 시진핑의 이번 방북에는 뚜렷한 세 가지 전략 목표가 감지된다.
첫째, 미국 중심 질서에 대항하는 반패권 연대 재편이다. 시진핑은 이번 방북을 통해 트럼프가 민주주의 파트너 국가들(한국, 일본 등)과 맺고 있는 관계보다 자신이 권위주의 국가들(북한, 러시아)과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패권주의와 힘의 정치를 배격하고 공정하고 질서 있는 다극 세계"를 강조했다. 결국 중국은 이번 방북을 통해 김정은의 북한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함께 맞서는 협력적 연대의 핵심축으로 끌어내려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둘째, 러시아에 기울어진 북한을 중국 중심의 궤도로 다시 견인해 내겠다는 목표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시진핑의 방북은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김정은에게 베푼 특급의전과 연장선에 있다. 미-중 정상회담과 중-러 정상회담 직후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 체결 65주년을 맞아 7년 만의 전격 방북을 결정한 것과도 맥이 닿는다.
셋째,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시진핑이 먼저 평양으로 향한 것은, 한반도의 안보 구조를 중국의 동의 없이 재편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주창한 중국은 '태평양은 그 넓이가 이루 헤아릴 수 없고 미국과 중국의 이익을 다 품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수사를 동원했지만, 속내는 중국의 세력권(sphere of influence)을 인정하라는 압박에 가까워 보인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방식으로 독자적 합의에 이르는 것에는 결연하게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다극화 질서 속에서 중국과 대등한 파트너의 반열에 올리겠다는 김정은의 셈법도 상당 부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다자무대에 데뷔했고, 반미의 핵심축 국가를 이끄는 '글로벌 액터(actor)'로 자리매김했다는 자부심도 내비쳤다. 자국의 핵 문제나 대북 제재 문제가 협상 과정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 역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받아들여지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전략적 파트너십, 혈맹의 껍질을 깨다
2019년 방북과 2026년 방북은 비슷한 외양을 가졌지만, 근본적인 차이점도 보였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한 뒤 이뤄진 7년 전 시진핑의 방북은 비핵화 중재자를 자처했다. 2019년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조선반도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이 이룩되도록 공동으로 추동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이라며 후견인의 지위를 강조했다. 하지만 2026년 시진핑의 노동신문 기고문은 "쌍방은 서로의 주권, 안전, 발전 이익을 확고히 지지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녕, 국제 공정 정의 및 전후 국제 질서를 손잡고 수호해 나가야 한다"며 수평적 파트너십의 언어를 사용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번 회담을 "전략적 협조 관계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규정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8)
그러나 이 구도를 '완전한 북-중 밀착'으로 단순화하면 오독(誤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회담에는 중국과 북한 사이의 내적 긴장도 함께 읽히기 때문이다. 방북 직전 북한이 핵물질 생산공장 공개와 김여정 담화를 통해 비핵화 거부 의지를 선제적으로 과시한 것은 통상적인 외교 문법을 거스르는 결례에 가까웠다. 회담을 앞둔 실무 협의에서 비핵화를 둘러싼 북-중 간 견해차가 적지 않았고, 북한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선수를 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비핵화가 언급되지 않은 것은 북한의 핵 무력에 대한 묵인이 아니라 비핵화를 둘러싼 북-중 간 팽팽한 물밑 줄다리기의 결과물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9)
중국이 내부적으로 비핵화 원칙을 완전히 폐기했다는 근거도 없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 보유를 공식 인정할 경우 일본의 핵무장 선언을 촉발하는 '핵 도미노' 시나리오가 가장 두려운 결과다. 이에 따라 이번 비핵화 침묵은 원칙의 포기가 아니라, 러시아에 기울어진 북한을 붙들기 위해 비핵화를 '관리 모드'로 돌린 전술적 선택으로 볼 수도 its 있다. 강대국 경쟁 속에서 북한을 안정적으로 묶어두면서, 비핵화라는 카드는 미국·한국과의 외교에서 계속 활용할 수 있는 보험으로 남겨두는 이중 전략인 셈이다.
| 한국의 선택: 냉정한 현실 위에서 설계하는 새 전략
6월의 북-중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를 압박할 국제적 레버리지는 더욱 약해지는 모양새다. 시진핑 방북 직후 미국은 미일 확장억제대화(EDD)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한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10) 중국과 러시아는 2017년 북한의 화성 15형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2397호) 채택 이후 새로운 대북 제재 요구에 거부권으로 응수하고 있다. 이란 전쟁을 경험하며 핵 포기의 결말을 직접 지켜 본 김정은에게 핵 억지력은 체제 생존의 절대 조건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 이후 북한은 자신의 핵 무기고를 포기할 의향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11)
우리 정부는 냉정한 현실 인식을 토대로 비핵화 목표를 재설정 하는 노력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도 "지금은 △핵물질 추가 생산 중단 △핵물질 해외 반출 저지(모라토리엄) △ICBM 기술 개발 중단을 단기 목표로 잡고 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엔드 게임'의 목표를 유지하되, 당장 협상에 올릴 단기 목표를 핵 동결과 확산 방지로 조정하는 투트랙 전략이 불가피함을 말해준다.
새로운 전략수립의 두 번째 선택지는 자강(自强)의 토대를 다지면서 대중 소통의 끈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방위비를 GDP의 3.5%로 올리며 동맹 내 한국의 역할을 키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 보유권, 핵 연료 농축·재처리 능력 확보도 이미 미국의 동의를 받았다. 농축 능력의 확보는 한국의 전략적 선택지를 실질적으로 넓히는 잠재적 자산이다. 다만 중국이 비핵화 의제에서 거리를 두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해서 대중 외교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 경제의 최대 파트너이고, 대북 영향력을 완전히 버린 것도 아니다. 핵을 가진 북한은 중국에게는 여전히 골칫거리고 중국의 핵심이익에 반해 북한 핵이 사용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은 상존한다는 점을 고려해 중국을 상대로 치밀하면서도 끈질긴 비핵화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셋째, 북-중, 북-러, 북-중-러 관계가 활발하게 진화하고 있고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라는 점을 감안해 한반도를 둘러싼 북핵 외교에서 한국이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역사적인 북-중 정상회담은 공동성명이나 공식 합의문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관영매체 등을 통해 공개된 회담 내용의 행간은 전환기의 한반도 운명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중국은 G2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 위에서 북한을 반패권 연대의 핵심축으로 묶으려 하고 있고, 북한은 핵 보유의 사실상 인정이라는 성과를 챙겼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그 새로운 방정식 속에서 한국은 강대국 대결의 종속변수가 될 수도, 전략적 자율성의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시진핑의 평양 방문이 '새로운 역사적 여정의 시작'이라면, 한국에게도 이것은 낡은 전제들을 점검하고 새로운 현실 인식 위에서 대응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미-북 대화가 재개된다면 한국이 협상 테이블 안에 있는 것과 밖에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천양지차다. 이재명 대통령이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에서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노력을 강조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반도 문제 진전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화답을 끌어낸 것은 한국 정부 고민의 방증으로 보인다.
북-중 군사협력의 제도화 가능성이 열린 것도 한반도 안보지형에 새로운 암운(암운)을 드리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동맹 현대화를 추진 중인 한미동맹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중 군사협력의 강화 기조 속에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경우 한미동맹은 중대한 안보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남북대화 및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중국 역할론도 재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 정부는 시진핑 방북에 앞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에 대한 기대를 숨기하지 않았고, 통일부는 북-미 대화의 논의 가능성을 당연시했지만, 실제 회담 결과는 사뭇 달랐다.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노력이 결실을 거두지 못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1. David Pierson and Choe Sang-Hun, "Why Xi Jinping is Going to North Korea to Court Kim Jong-un," The New York Times, June 8, 2026.
    https://www.nytimes.com/2026/06/04/world/asia/china-north-korea-xi-jinping-visit.html?searchResultPosition=1 (검색일: 2026년 6월 13일).
  2. 김철선, "김정은, 새 우라늄 농축시설 시찰... 영변 내 신축공장 추정," 연합뉴스 (2026년 6월 4일).
    https://www.koreancenter.or.kr/news/articleView.html?idxno=1362529 (검색일: 2026년 6월 13일).
  3. 전명훈, "北 김여정 '핵보유국 지위 절대불퇴... 어떤 위협도 용납 안 해,'" 연합뉴스 (2026년 6월 7일).
    https://www.yna.co.kr/view/AKR20260607005151504?input=1195m (검색일: 2026년 6월 13일).
  4. 정영교·이유정·이승호, "대만 등 글로벌 이슈 같이 해결한다 북·중 신 혈맹시대," 중앙일보 10면 (2026년 6월 10일).
  5. Alexander Ward, Annie Linskey and Brian Spegele, "Xi's Taiwan Warning to Trump Highlights Tensions in Beijing Summit," The Wall Street Journal, May 14, 2026.
    https://www.wsj.com/world/china/trump-and-xi-begin-superpowers-summit-on-trade-and-war-82bea6fc (검색일: 2026년 6월 14일).
  6. 장예지, "북·중 군사협력 첫 언급...시진핑 '북·러 밀착' 견제 포석," 한겨레 8면 (2026년 6월 10일).
  7. Michael Cunningham, "For China, Xi's North Korea Trip Was About Managing Relationships," Stimson Center, June 12, 2026.
    https://www.stimson.org/2026/xi-jinpings-visit-to-pyongyang-regional-roundup/ (검색일: 2026년 6월 14일).
  8. 시진핑 주석 노동신문 기고문, 2026년 6월 8일.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는 물론 러시아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2026년 6월 10일.
  9. 권오혁, 김철중, "中 '반미 핵심축' 된 북, '전략적 협조 새 이정표,'" 동아일보 1면 (2026년 6월 10일).
  10. 백나리, "美, 시진핑 방북 직후 양자·다자 외교무대서 '北 비핵화' 강조 (종합)," 연합뉴스 (2026년 6월 11일).
    https://www.yna.co.kr/view/AKR20260611000651071?input=1195m (검색일: 2026년 6월 14일).
  11. "An interview with South Korea's president Lee Jae Myung has put his country on track again, but challenges loom," The Economist, June 10, 2026.
    https://www.economist.com/asia/2026/06/10/an-interview-with-south-koreas-president (검색일: 2026년 6월 14일).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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