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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일본의 호르무즈 해협 자위대 파견의 딜레마

등록일 2026-03-20 조회수 290 저자 이기태

2026년 3월 19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자위대 파견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였다. 미일동맹을 일본 외교의 핵심축으로 하는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호르무즈 해협 자위대 파견의 딜레마
2026년 3월 20일
    이기태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ktleekorea@sejong.org

      2026년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일본의 중동 외교와 미일동맹 운용을 동시에 시험하는 중대한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며 일본의 대외 전략 전체를 재검토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되었다. 이번 공습은 단순한 지역적 충돌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국제안보질서에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된다. 다카이치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명시적으로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미일 결속을 최우선으로 삼는 실용적 태도와 국제법 준수 및 중동 지역 안정이라는 원칙적 입장 사이에서 매우 세밀하고 미묘한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일본이 과거부터 유지해 온 ‘평화국가’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동맹국에 대한 충실한 지지를 과시하려는 전략적 계산을 반영하며 국내외 여론의 양면성을 동시에 관리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즉 일본은 미일동맹의 안정적 강화와 에너지 안보의 실질적 확보 사이에서 ‘양립 전략’을 더욱 공고히 다지며, 중동 외교에서 불필요한 적대감을 피하기 위한 ‘모호성’을 전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전략은 단순한 즉흥적 대응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보·경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역할을 재정립하려는 포괄적인 접근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본이 고심하는 현재의 딜레마는 2010년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중동 지역에서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중재자’ 이미지를 어떻게 조정하고 재해석할 것인지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직결된다. 이와 동시에 2015년 안보법제 이후 도입된 ‘존립위기사태’와 ‘중요영향사태’라는 핵심 법적 개념을 실제 국제 분쟁에 어떻게 적용하고 운용할 것인지라는 실질적 도전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베 정부 시기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 속에서 미국과 이란 간 중재를 시도하며 국제 무대에서 자율적 외교 행위자로서의 위상을 높이려 했으나, 이번 이란 공습은 ‘아베 유산’을 근본적으로 재평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존립위기사태는 일본의 생존과 직결된 직접적 위협 상황을, 중요영향사태는 일본 주변의 간접적 충격을 포괄하는 폭넓은 범주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란 공습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불안정과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공급 차단 가능성이 특히 중요영향사태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일본 내에서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2025년 10월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미일동맹을 국가 안보의 핵심축으로 삼는 중시 기조는 한층 강화된 상황이다. 일본은 동맹 강화를 위해 미국을 군사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 과정에서 헌법 9조의 평화주의 원칙과 국내 여론의 반전 정서, 중동 원유 의존에 따른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 사우디아라비아·UAE 등 중동 산유국들과의 장기적 경제·외교 관계를 어떻게 정교하게 관리하고 조율할 것인지라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정책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다카이치 정부는 다층적인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적 중재와 제한적 후방지원이라는 양면 트랙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것은 일본의 ‘적극적 국제공헌’ 기조를 중동 맥락에 맞게 재해석하는 시도로 이어질 전망이다.
    | 아베 전 총리의 대중동 외교 유산
      2010년대 아베 정부 시기 일본의 대이란 외교와 대중동 정책을 돌아보면 일본이 단순한 미일동맹의 추종국이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 일정한 자율성과 주도성을 발휘하는 외교 행위자로 나서려고 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아베 총리는 2019년 도쿄를 공식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란 문제에 대한 중재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명함으로써 동맹국 지도자와의 관계를 활용한 적극적 개입을 시도했다. 같은 해 6월에는 현직 일본 총리로서 무려 41년 만에 이란을 방문하여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가짐으로써 미국과 이란 간 고조된 긴장 완화에 기여하는 역할을 공식적으로 자임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철저히 유지하면서도 이란과의 비교적 안정적이고 양호한 관계를 바탕으로 ‘중재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것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에너지 의존국으로서의 현실적 이해관계와 아베 외교의 핵심 특징인 ‘글로벌 플레이어’를 지향하는 외교적 포부가 결합된 모습을 뚜렷이 드러낸 것이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가 일본 경제의 절대적 생명선이자 취약점이라는 구조적 제약 속에서 아베 정부의 중재 시도는 결국 미국과 이란 간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대립을 완화하는 데 실질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즉 일본의 역할도 미국의 중동 정책 궤도 안에서 허용되고 제한되는 범위에 머무르는 수준으로 그쳤다는 상반된 평가 역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시기의 경험과 시도는 일본이 중동 지역에서 ‘비군사적 공헌’과 ‘외교적 중재’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의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높이려 했다. 그리고 그 모든 전제가 미일동맹의 안정적이고 확고한 유지와 이란을 포함한 역내 주요 국가들과의 균형 잡힌 실용적 관계에 기반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으로 남아 있다.
    | 일본 정부의 ‘모호성’ 전략과 국내 안보 논쟁의 격화
      한편 2026년 미국의 이란 공격은 이러한 아베 시기 유산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시험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있다. 즉 일본의 중동 외교 패러다임을 재정립하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본 정부는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담화 등을 통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는 강경한 기존 입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한편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대해서는 지지나 비판을 명시적으로 표명하지 않는 ‘모호성’ 전략을 선택하면서 외교적 유연성을 최대화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일본 내 보수 성향 언론은 다카이치 총리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미일 결속을 최우선으로 삼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세심하게 배려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일본이 사태의 조기 진정을 촉구하는 한편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전혀 흔들지 않으려는 신중하고 계산된 움직임이 작동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반면 일부 야당과 진보 성향 언론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유엔 안보리 결의 없이 일방적 군사행동에 나선 점을 강하게 문제 삼고 있다. 국제법 위반 가능성과 중동 지역의 장기적 불안정 심화 나아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 혼란을 우려한다. 그래서 일본 정부가 적어도 국제법과 유엔 중심주의에 기반한 원칙적이고 명확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내에서는 미일동맹을 강조하고 국제규범 준수와 에너지 안보의 절박성, 중동 외교의 다각화라는 다양한 이해와 가치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이것은 향후 일본이 미국의 추가적 군사작전에 어떠한 형태와 범위로 연루될 수 있는지와 함께 이로 인한 국내외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인 정책 논쟁으로 직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2015년 안보법제를 통해 도입된 ‘존립위기사태’와 ‘중요영향사태’라는 법적 개념이다. 두 개념의 실제 적용 여부가 일본의 안보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존립위기사태’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나 지역에 대한 무력 공격으로 인해 일본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과 자유가 근본적으로 뒤집히는 명백하고 급박한 위험이 발생한 경우를 가리킨다. 이 경우 일본은 헌법상 한정적 집단적 자위권 행사까지 법적으로 허용되는 초유의 상황이 된다. 반면 ‘중요영향사태’는 일본 주변 지역에서 발생한 사태가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때를 의미한다.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미군 등 타국 군대에 대한 후방지원, 물자 보급, 의료 지원 등이 폭넓게 가능해지는 유연한 법적 틀을 제공한다.

      미국의 이란 공격을 둘러싼 일본 내 논란은 이번 사태가 일본의 에너지 안보와 해상교통로(SLOC)의 안전에 미치는 직접적·간접적 영향, 일본이 미군에 제공할 수 있는 구체적 지원의 범위와 한계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즉 공해상에서의 기뢰제거 작전, 실시간 정보 공유·수송·보급 지원 등이 중요영향사태로서 즉시 실행 가능한지, 또는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일본 상선이나 현지 자국민 안전이 직접 위협받을 경우 존립위기사태로의 승격 판단이 가능한지에 대한 세밀한 법적·정책적 검토와 논의가 정부 내외에서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 호르무즈 해협 자위대 파견을 둘러싼 세 가지 딜레마
      이와 관련해 일본의 호르무즈 해협 파견 구상에는 보다 구체적인 세 가지 딜레마가 중첩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자위대 파견을 정당화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미국의 이란 공격이 명시적인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가 현재까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대해 국제법 위반 여부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유지해 온 것은 외교적 공간을 남겨두기 위한 계산이다. 하지만 일단 자위대 파견을 공식 결정하는 순간 일본은 사실상 미국의 작전을 국제법상 허용 가능한 조치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이것은 향후 유엔 무대와 중동 외교 전반에서 일본의 입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일본 정부는 미군 지원을 위해 미군의 이란 공격이 국제사회에서 금지된 선제공격에 해당되지 않고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명확히 할 부담이 생긴다.

      둘째, 자위대 파견 여부는 미일동맹 강화와 대중동외교, 특히 대이란 관계 사이의 균형 문제와 직결된다. 일본 정부로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라는 명분 아래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과 정보 제공, 기뢰 제거, 경계·감시 활동 등 비전투적 임무를 중심으로 한 파견을 선택하며 동맹 결속을 과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란과의 오랜 경제·외교 관계를 고려해 직접적인 전투 참여나 공세적 작전에 관여하는 것은 최대한 피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평화헌법 9조 개정 문제와의 관련성이다. 그동안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 또는 이에 준하는 안보정책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자위대의 해외 파견과 국제공헌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왔다. 호르무즈 파견 역시 ‘국제공헌’과 ‘책임 있는 동맹국’ 이미지를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유인이 존재한다. 그러나 만일 파견된 자위대가 작전 중 공격을 받거나 최악의 경우 자위대원의 희생자가 발생할 경우, 일본 국내 여론이 자위대 해외파견 전반에 급속히 비판적으로 돌아설 것이다. 나아가 자위대의 역할 확대와 헌법 개정 논의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강화될 위험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개정을 목표로 하는 다카이치 정부는 미일동맹과 국제공헌 확대라는 전략적 목표와 자위대 피해 발생 시 역풍을 우려하는 신중한 국내 정치 계산 사이에서 리스크 관리와 단계적이고 제한적인 파견 옵션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현 단계에서 일본 정부는 미국의 이란 공격을 ‘존립위기사태’로 공식 규정하는 데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적·법적 리스크를 계산한 결과로 판단된다. 다카이치 정부는 미일동맹 강화를 국가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란 공격이 일본 영토나 일본 선박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백한 무력 공격으로 확대 및 연결되지 않는 한, 이를 일본 국가 존립의 위기로 규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국내 반전 여론의 강한 반발과 국제 사회의 비판적 시각을 고려할 때 정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과도한 부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과 주변 해역의 지속적 긴장 고조와 일본 경제 전반에 대한 잠재적이고 실질적인 충격을 주요 근거로 ‘중요영향사태’ 인정을 내부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 범위 확대, 해상자위대의 정찰·정보수집 및 경계·감시 활동 강화, 일본 선박과 국민 보호를 위한 자위대 파견 등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대응 옵션을 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경우 일본 정부는 “중동 정세의 급변과 불안정이 일본의 평화와 국가 안전에 중대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적 프레임을 제시할 수 있다. 집단적 자위권의 ‘전면적 발동’이나 직접 전투 참여를 배제한 후방지원 중심의 실질적 기여로 동맹국의 요구와 국내 헌법과 여론 제약 사이에서 효과적인 절충안을 모색할 수 있다.
    | 3월 미일정상회담과 일본의 파견 요청 거절
      미국의 대이란 공격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미사일 능력 제거와 지역적 패권 견제를 위한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맹국들의 정치적 지지, 군사적 후방지원, 재정적 부담 분담 등 다각적이고 강력한 기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공동 대응 참여를 요구하였다.

      2026년 3월 19일로 개최된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은 일본 내 치열한 안보·외교 논쟁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 선택과 합의로 연결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즉 일본의 중동 대응 전략을 국제 무대에서 공식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이란 전쟁에 소극적인 나토 회원국과 달리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일본이 수입 석유의 9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고 있고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방어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주변 지역을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이란의 행동을 규탄하고 이란의 핵 개발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도 표명하였지만, 일본의 구체적인 역할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무력행사를 영구 포기한다는 평화헌법 9조와 안보 관련 법률을 설명하고, 미국과 미사일을 공동생산하는 안보 협력 방안을 제안하였다.

      즉 일본은 평화헌법으로 대표되는 원칙적 제약을 내세우면서 사실상 전쟁 계속 상태에서 자위대 파견을 거절하였다. 향후 일본은 종전이 되고 세 가지 딜레마 상황이 해결된다면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물자 수송·정보 공유 등 비전투적 분야 기여, 미래 중동 지역의 재건 사업 참여, 인도적 지원 강화, 경제 협력 프로젝트 다각화 등 호르무즈 해협 안전과 이란 재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한 법률적 대비 및 국내여론 조성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에 대한 시사점 및 정책제언
      일본의 신중한 행보는 대만 해협 유사시나 한반도 위기 등의 동북아 안보 시나리오를 전략적으로 고려하는 한국 측에도 중대한 정책적 시사점과 교훈을 제공하며 한미일 안보 협력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미 2025년 11월 국회 답변 과정에서 “대만 해협에서의 무력 충돌 발생 시 일본의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할 수 있는 상황이 상정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대만 유사 상황에서 일본 안보법제가 상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였다. 다카이치 발언은 일본의 지역 안보 역할 확대를 상징하는 강경 발언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이후 다카이치 총리는 해당 발언의 철회를 명시적으로 거부하면서도 표현 방식에 대한 제한적 ‘반성’을 언급하였다. 이것은 법적 개념의 적용 문턱을 엄격하고 높게 설정하면서도 정치적·외교적 해석의 여지를 충분히 넓혀두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어 유연한 대응 공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

      결국 ‘존립위기사태’와 ‘중요영향사태’의 최종 판단과 적용은 그때그때 일본 정부가 국내 반전 여론, 동맹국 미국의 전략적 기대, 주변국(중국·한국·북한)과의 복잡한 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결정이다. 이번 이란 사태에서 일본이 법적 개념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운용하고 해석하는지가 대만 유사시나 한반도 위기 발생 시의 적용 방식과 기준을 미리 가늠하고 예측하는 귀중한 선행 사례가 될 것이다. 동시에 일본은 대만 유사에 관한 강경한 선언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실제 유사 상황 발생 시에는 주변국과의 외교적 관계 관리, 중국과의 잠재적 갈등 격화 방지, 자국 영토 및 국민 안전에 대한 직접적 영향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일정 수준의 전략적 모호성과 신중함을 유지하려 할 공산이 크다. 이 점은 이란 사태에 대한 일본의 현재의 신중하고 절제된 태도와 행보에서 충분히 확인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의 법적 개념 정의나 일방적 선언적 발언을 그대로 기정사실화하거나 과도하게 신뢰하기보다는 일본 정부가 실제 국제 사태 발생 시 어떤 구체적인 정치적·전략적 계산과 우선순위를 적용하는지에 세밀하고 지속적으로 주목하고 분석하는 태도이다. 일본은 이란 사태에서 미일동맹 강화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으면서도 중동 산유국들과의 실리적 관계, 에너지 공급 안보의 절박한 현실, 국제법 준수 원칙, 강한 국내 여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한적 대응으로 머무르고 있다. 이것은 대만 유사시나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도 일본이 동맹국의 군사적 요구와 지역 전체 안정, 자국의 핵심 이익 사이에서 모호성과 신중함을 전략적으로 동시에 유지하려 할 강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 역시 주변국 사태에 대해 국제법 및 국제규범과 한미동맹 원칙을 기반으로 한 일관된 입장을 분명히 천명하면서도 특정 사태를 즉각적으로 군사적 개입이나 특정 진영 편향적 선택으로 직결시키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일정 부분 의도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외교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지혜로운 접근이다. 다시 말하면 한미동맹의 확고한 틀과 한미일 안보 협력의 실질적 틀 안에서 일본의 역할 변화와 한계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일본의 안보법제 법적 개념과 정치적 판단 구조를 면밀하고 지속적으로 분석해 한국의 대응 옵션을 보다 유연하고 다각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결국 일본의 대이란 외교 전략과 미일동맹 강화 사이에서 드러난 일본의 구체적인 선택 과정, 한계점, 전략적 계산을 면밀히 추적하고 연구하는 것은 동북아시아에서 전개될 수 있는 대만 해협 및 한반도 유사 시나리오에 대한 사전 대비 차원에서 한국이 자국의 전략적 공간을 확대하고 국제적 발언권을 효과적으로 최대화하기 위한 필수적이고 기초적인 전제이자 과제라 할 수 있다.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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