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커스

[세종포커스] 중일관계 악화와 역사전(歷史戰)

등록일 2026-01-13 조회수 147 저자 이기태

파일명 중일관계 악화와 역사전(歷史戰) 저자명 이기태 선임연구위원

2025년 11월 초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 질의 과정에서 “대만 해협에서의 무력 충돌이 일본의 존립위기사태(存立危機事態)에 해당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일본의 안보법제가 상정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입에 올렸다.
중일관계 악화와 역사전(歷史戰)
2026년 1월 13일
    이기태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ktleekorea@sejong.org
    | 다카이치 발언과 중일관계 악화
       2025년 11월 초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 질의 과정에서 “대만 해협에서의 무력 충돌이 일본의 존립위기사태(存立危機事態)에 해당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일본의 안보법제가 상정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입에 올렸다. ‘존립위기사태’는 단순한 정치적 레토릭(rhetoric)이 아니라 2015년 안보법제 개정을 통해 도입된 법적 개념으로,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국가 존립과 국민의 생명, 자유가 근본적으로 위협을 받는 경우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허용되는 조건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존립위기사태’ 개념이 적용될 경우 자위대는 미군과의 공동작전 형태로 대만 주변에서 무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며, 이것은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다카이치 발언 직후 일본 내각의 성격을 ‘대만 문제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위험한 정치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외교·언론·여론 전선을 총동원한 강경 대응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연속 브리핑을 통해 “일본 지도자가 대만 문제에 대해 위험한 언사로 간섭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탄했고, 글로벌타임스, 환구시보 등 관영매체는 “일본이 대만해협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기 위해 주도권을 잡는다면 결국 불장난을 한 셈이 되어 스스로 불에 타게 될 것”이라며 군사·안보 차원의 경고를 반복했다.1) 특히 쉐젠(薛劍) 주오사카중국총영사는 소셜미디어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겨냥한 위협적 표현을 사용하였고, 일본 내에서는 이 발언을 ‘사실상의 인신공격’으로 규정하며 쉐젠 총영사에 대한 인사 조치 요구가 분출되었다.

      중국의 반발은 언사에 그치지 않고 경제, 사회 영역으로 확산되었다. 중국 정부는 일본산 일부 반도체 소재와 배터리 관련 원료에 대한 세관 검사 강화 및 통관 지연을 통해 ‘비공식 수출규제’에 준하는 압박을 가했고, 일본산 수산물·식품에 대한 추가 점검과 지방정부 차원의 수입 제한 움직임도 관측되었다. 동시에 중국 문화·관광 당국은 여행사들에 일본행 단체관광 비자 신청을 약 40% 축소할 것을 지시하고, 일본 노선 항공편의 신규 취항·증편 협의를 사실상 동결함으로써 관광·항공 부문에 상당한 충격을 가했다. 2025년 12월 한 달에만 중일 간 항공편 1,900편 이상이 취소되었고, 2026년 1월에는 추가로 2,000편이 넘는 항공편 취소가 예정되는 등 양국 간 인적 교류는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타던 흐름이 다시 급제동이 걸린 상황이다.2)

      다카이치 발언이 보여준 본질은 일본 정치가 ‘동맹 우선주의’를 대만 해협 문제에까지 확장하는 과정에서 중일관계의 구조적 긴장을 가시화했다는 점에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021년 “대만 유사(有事)는 곧 일본 유사이며, 나아가 미일동맹 유사”라고 언급한 이후 일본 보수 정치권에서는 대만 방위를 일본 안보의 연장선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되어 왔으며,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현직 총리의 공식 발언으로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이로 인해 양국 갈등은 단순한 현안 마찰을 넘어 미일동맹의 작동 방식과 중국의 핵심 이익이 정면충돌하는 구조적 대립, 나아가 향후 대만 유사시 일본의 개입 방식과 수준을 둘러싼 대내외 논란으로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에도 직접적 함의를 던진다. 일본이 대만 사태를 ‘존립위기사태’로 규정하는 순간, 미일동맹은 사실상 집단적 방위체제로 대만 해협까지 작전 공간을 넓히게 되고, 중국은 이를 ‘제2의 집단안보 체제 등장’으로 인식하여 군사·외교적 대응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그리고 한미일 3자 안보협력 구조는 대만 문제를 매개로 상호 연동성이 강화되는 반면, 한국이 자율적 정책 공간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는 오히려 축소될 위험성을 안게 된다. 결국 다카이치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은 ‘대만 문제의 지역화’가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 안보 질서의 재편을 예고하는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 전후 미일동맹 체제와 중일관계의 엇갈림
       일본의 대외안보정책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동시에 체결된 미일안보조약을 중심축으로 구축되어 왔으며, 특히 1960년 개정된 미일안보조약 제6조의 이른바 ‘극동조항’은 미군이 일본 및 그 주변지역에서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병력과 시설을 배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냉전기부터 이 ‘극동’의 범위를 한반도, 대만, 필리핀 등 서태평양 주요 전략거점을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해석해왔고, 이는 미일동맹이 사실상 제1도련선 전체를 포괄하는 안보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법적·정치적 근거가 되었다. 냉전 종식 이후에도 이 구조는 유지되었을 뿐 아니라, 2010년대 이후 아베 정부의 안보법제 개정과 ‘적극적 평화주의’ 노선을 통해 미일동맹의 지리적·기능적 범위는 더욱 확대되었다.

      특히 2015년 안보법제 개정은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사용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면서 미일동맹을 기존의 ‘기지 제공’에서 ‘공동작전’ 중심 체제로 전환시켰다. 2022년 개정된 국가안보전략은 ‘반격 능력(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를 공식화함으로써 일본이 미군과 함께 공격적 군사작전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2025년 12월 발표된 트럼프(Donald J. Trump)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대만 및 제1도련선에서의 ‘거부 억지(deterrence by denial)’를 동맹 전체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였고, 일본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대만 유사시 역할 확대를 전제로 한 동맹 재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존립위기사태’ 발언은 아베 정부 이후 추진된 일본의 안보전략 흐름에서 미일동맹의 지리적, 기능적 확장을 국내정치적 수사 차원을 넘어 법적 선택사항으로 상정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 당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이며 대만이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라는 중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理解し尊重する)”는 입장을 표명하였고, 지금까지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식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대만과의 관계를 ‘비공식·실무 관계’로 유지하면서도 경제·문화 협력을 확대해왔으며, 최근에는 반도체·첨단기술·공급망 분야에서 대만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와 같은 일본의 모호한 외교 수사와 실질적 정책 운용은 일본이 대만 문제에서 기본적으로 ‘동맹 의무’와 ‘대중 관계’를 동시에 관리하려는 ‘양면적 입장’을 유지해 왔음을 보여준다.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될수록 이러한 양면성은 일본 외교안보의 구조적 취약점으로 노출된다. 미일동맹 강화를 통해 대만 해협에 대한 억제력과 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의 공동 대응을 강화할수록 중국은 일본을 미국의 ‘전진 배치 기지이자 잠재적 개입 세력’으로 간주하여 군사·외교·경제적 압박 수준을 높이고, 반대로 중일관계 안정과 경제협력 심화를 추구할수록 미일동맹 일체화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제약 구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센카쿠제도(尖閣諸島, 중국명: 댜오위다오) 충돌 이후 일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집단적 자위권 해석 확대와 난세이(南西)제도 방위력 강화 등 대중 견제 수단을 확대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해왔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예측 불가능한 수준으로 높아지고, 대만 국내 정치와 미중 관계 변화가 맞물리면서 일본이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2025년 10월 다카이치 정부는 이러한 딜레마의 교차점 위에서 출범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이전부터 대만을 방문해 라이칭더(賴清德) 총통을 면담하고, ‘대만 유사는 곧 일본 유사’라는 아베 전 총리의 발언을 반복하며 자신을 ‘친대만·강경 대중’ 정치인으로 각인시켜 왔다. 이에 따라 미일동맹 체제를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을 유지해야 하는 일본의 전통적 전략은 갈수록 내적 긴장을 안게 되었고, 다카이치 발언은 바로 이러한 구조적 모순이 폭발하는 지점에서 나타난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일본 외교가 직면한 딜레마는 단순히 ‘안보냐 경제냐’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전후 샌프란시스코 체제 속에서 형성된 미국 주도 국제질서를 유지하려는 일본의 전략 정체성과 미일동맹·지역질서 사이의 균형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 중일 간 역사전 갈등
       다카이치 발언 이후 중국의 대응은 외교·경제 제재를 넘어 ‘역사전(歷史戰)’ 3) 의 성격을 띤 여론전·인지전을 통해 일본의 정당성을 체계적으로 흔드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와 일부 학계는 “류큐(琉球, 오키나와)는 역사적으로 중국에 조공을 바치던 번속(藩屬)으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미국 주도의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통해 일본에 편입된 것일 뿐 정통성 있는 일본 영토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재소환했다. 2010년대 초 잠시 제기되었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이 담론은 다카이치 발언 이후 보다 조직적인 연구 프로그램(예: 푸젠(福建) 지역 대학들의 류큐 연구센터 설치)과 선전·선동을 통해 다시 등장했으며, ‘역사 정의’, ‘전후 질서 재검토’라는 명분 아래 일본의 영토 및 주권에 대한 인식 공간을 흔드는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이 이러한 역사 담론을 적극 구사하는 배경에는 전략적 계산이 존재한다. 대만 유사시 미군의 전개와 미일 공동작전에서 핵심 병참·작전 거점이 되는 지역이 바로 오키나와와 그 주변 남서제도이기 때문이다. 주일미군 시설·구역의 약 70% 이상이 오키나와에 집중되어 있고, 여기에는 제7함대 관련 시설, 해병대 원정군, 항공전력, 미사일 방어체계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대만 해협 및 동중국해에서의 작전 기지가 사실상 오키나와에 몰려 있는 구조다. 그래서 중국이 오키나와의 지위 및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일본의 영토주권을 부정하는 상징을 넘어, 미일동맹의 전선(前線) 기반을 심리적·정치적·법적 차원에서 흔들려는 ‘전략적 역사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이를 ‘역사적 명분’의 언어로 포장한다. 중국 측 논리는 류큐 왕국이 과거 명·청 왕조에 조공을 바치던 관계였다는 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따라 오키나와를 일본에 반환(실질 반환은 1972년)했지만, 당시 중국이 조약 당사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국인의 희생과 권리를 배제한 ‘불평등한 전후 질서’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주장은 단순히 일본의 오키나와 영유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주도한 샌프란시스코 체제 전체의 정당성과 ‘전후 국제질서의 정통성’을 문제 삼는 효과를 갖는다. 현재 중국은 센카쿠 제도, 대만, 남중국해 등을 연동해서 미국 중심 질서의 법적·역사적 근거를 흔들며 자신이 설정한 ‘역사적 정통성’을 내세워 새로운 지역질서 구상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병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역사전의 파급력은 일본 국내 정치·사회에도 미묘한 균열을 가져올 소지가 크다. 오키나와의 일부 주민사회는 미군기지 밀집과 사고·범죄, 환경오염 등으로 중앙정부에 대한 불신과 피로감이 깊고 미일안보체제가 지역 자치·발전의 장애물이라는 인식이 상존한다. 중국은 소셜미디어, 비공식 교류 채널, 인터넷 공간을 활용해 ‘류큐 정체성’과 피해 의식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확산시키면서, 일본 내부의 여론 분열과 반미·반기지 정서를 확대하려는 정보전·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4) 특히 다카이치 정부의 강경 안보 노선과 오키나와 기지 재편 및 강화 정책은 현지의 반발을 키울 수 있고, 중국은 이를 즉각적으로 선전전에 활용해 ‘일본의 군군주의 회귀 및 부활’이라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투사하려 한다.

      이러한 역사전은 일본의 과거사 이미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일 간 경쟁이 단순한 안보·경제 갈등을 넘어 ‘기억과 정통성’을 둘러싼 종합적 패권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유엔 등 다자무대에서 ‘적국조항’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의 전후 지위를 문제 삼고,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역사를 상기시키는 담론을 통해 일본에 대한 국제 여론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2026년 1월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양국은) 역사의 올바른 편에 굳건히 서서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다카이치 총리의 ‘존립위기사태’ 발언은 이러한 역사전·담론전이 본격적으로 재가동되는 촉매제 역할을 했고, 중일 간 장기 전략 경쟁의 새로운 전선을 열었다는 점에서 단발적 외교 논란을 넘어서는 구조적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 한국의 시사점 및 대응방향
       다카이치 발언으로 촉발된 2025~2026년 중일 갈등은 단순한 양국 간 정치적 충돌이 아니라,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샌프란시스코 체제–미일동맹–대만 해협이라는 세 축이 어떻게 재배열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일본이 미일동맹과 가치동맹을 앞세워 대만 문제 관여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동안, 중국은 이에 맞서 경제보복, 여행 규제, 항공편 대규모 축소, 역사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대응 패키지’를 가동하며 동맹 구조의 취약 지점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한국은 한미동맹의 테두리 안에 있으면서도 미일동맹과 중일 대립이 한반도 안보 환경에 미칠 영향을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대만 문제 접근은 현 단계에서 ‘전략적 명확성’보다는 ‘전략적 모호성’ 유지가 현실적인 선택지로 보인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반도와 태평양 지역에서의 무력공격에 대한 상호방위를 규정하고 있지만, 대만 유사시 자동 개입 여부는 해석 여지가 남아 있으며 미일안보조약 제6조와 한국의 조약 의무가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구조도 아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대만 해협 사태를 둘러싼 군사적 시나리오, 경제·에너지·공급망 충격, 난민·해상교통·사이버 위기 등 비군사적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면서도, 대만 문제에 대한 조기 개입을 단정하는 입장 표명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면서도 한미일 안보협력의 범위 및 한계, 정보공유와 미사일 방어, 후방지원과 기지 사용 문제 등이 대만 사태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정책적 검토를 선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일본 안보정책 변화의 중장기적 파급을 면밀히 관찰하고, 한국 외교안보 전략과의 상호 작용을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현재 일본은 새로운 다자안보체제(소위 ‘아시아판 나토’ 구상)를 모색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이 중심이 되는 안보질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이 ‘존립위기사태’ 개념을 근거로 대만 유사시 자위대 출동 및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실행에 옮길 경우, 이는 동북아 안보지형 전체를 대만 해협 중심의 연동된 억제 구조로 재편하면서 한반도 주변에서 미중·미일·한미일 간 군사활동이 밀집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전략환경에 새로운 제약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즉 대중관계 관리와 대만 문제에서의 자율성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지만, 한미일 안보협력을 기반으로 미사일 방어·해상교통로 보호·첨단무기 공동개발 등 협력 옵션을 확대할 여지도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은 ‘동맹 이행의 충실성’과 ‘외교적 자율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지침을 조기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중일 간 역사전의 격화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중국과 일본이 류큐(오키나와), 적국조항, 전후 책임, 식민지 지배 등 역사 이슈를 외교안보 전략의 도구로 활용하는 가운데, 한국은 감정적·도덕적 접근을 배제하고 냉정하고 객관적인 역사연구 기반을 강화함으로써 ‘담론 주도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일본의 역사·안보 담론이 미일동맹과 가치동맹의 언어로 정당화하려고 시도할 때, 한국은 동북아 평화질서와 인권·법치에 대한 고유한 비전과 역사관을 제시함으로써 미중일 간 경쟁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를 넓혀야 한다. 동시에 중국의 역사전이 한국의 역사인식과도 충돌할 수 있다는 점, 예컨대 동북공정 문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역사적 정통성을 둘러싼 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역사 논쟁이 외교안보 의제와 직결되는 상황에 대비한 종합적 전략도 요구된다.

      결국 다카이치 발언 이후 전개된 일련의 과정은 일본의 전략적 모순, 중국의 체제·역사 질서 도전, 미국의 동맹 재조정이 복합적으로 얽힌 동아시아 현실정치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한국은 이러한 불안정한 국제질서 구도 속에서 단기적 여론과 감정에 반응하기보다,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대만·중일 갈등·역사전이 중장기적으로 한반도와 역내 질서에 미칠 영향을 가정한 시나리오 설정과 정책 옵션 다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동맹은 확고히 지키면서 지역질서의 균형을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는 과제는 한층 무거워졌으며 바로 그 지점이 2026년 동북아 외교의 핵심 시험대가 되고 있다.

    1) 송현서, “중국, 또 ‘막말 대잔치’…“日 다카이치 총리, 당나귀에 머리 맞았나”,” 『서울신문』 2025년 11월 13일, <https://m.nownews.seoul.co.kr/news/international/otherCountry/2025/11/13/20251113601043> (검색일: 2026년 1월 5일).
    2) 이기욱, “‘中, 희토류 日수출허가 평소보다 지연’… 2010년 무역충돌 재연 우려,” 『동아일보』 2025년 12월 8일,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51208/132918344/2> (검색일: 2026년 1월 5일).
    3) ‘역사전(歷史戰)’이란 용어는 1990년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산케이 신문(産経新聞)을 비롯한 일본 보수우익 세력에서 처음 등장하였고, 특히 아베 전 총리는 2020년 퇴임 이후 “더 이상 중국, 한국에 대해 역사전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고 자주 언급하면서, 자민당 내 구(舊) 아베파(安倍派)를 중심으로 ‘역사전’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4) 김기범, “다카이치 대만 발언 이후 중국 언론서 오키나와 병합 다룬 기사 20배 늘었다,” 『경향신문』 2025년 12월 28일,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281530011> (검색일: 2026년 1월 5일).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세종연구소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