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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한불 정상회담과 전략협력의 새로운 단계 - 전략적 자율성, 원자력·국방·핵잠 협력과 제도화의 과제 -

등록일 2026-09-17 조회수 223 저자 정성장

2026년 한불 정상외교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회담 횟수가 늘었다는 데 있지 않다. 4월 3일 서울에서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뒤, 불과 5개월 만인 9월 8일 파리에서 그 관계를 실제 협정·고위급 대화·기업 협력·군사교류로 작동시키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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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적 자율성, 원자력·국방·핵잠 협력과 제도화의 과제 -
2026년 9월 17일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 softpower@sejong.org
1. 다극화 시대, 왜 한국과 프랑스인가: '전략적 자율성'의 접점
2026년 한불 정상외교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회담 횟수가 늘었다는 데 있지 않다. 4월 3일 서울에서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뒤, 불과 5개월 만인 9월 8일 파리에서 그 관계를 실제 협정·고위급 대화·기업 협력·군사교류로 작동시키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필자는 4월 정상회담 직후 한불 관계의 다음 과제가 새로운 수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교·국방 협의체, 방위협력 로드맵, 원자력 사업화, 핵추진잠수함(이하 '핵잠') 협력 등 반복 가능한 운영장치를 만드는 데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1) 9월 정상회담은 이 과제에 상당 부분 답했지만, 동시에 아직 채워야 할 제도적 공백도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번 회담을 단순한 양자관계 강화로만 보면 그 전략적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세계가 재편되는 시기에 한국과 프랑스가 각자의 '주권'과 '전략적 자율성(autonomie stratégique)'을 지키면서 국방·안보·기술·에너지 분야에서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전략적 자율성'이란 동맹을 부정하거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기계적 등거리 중립을 취한다는 뜻이 아니라, 핵심 국익과 공급망·기술·안보 문제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과 선택지를 넓힌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는 양국의 공동 행동이 "어떠한 강대국의 속국화(vassalisation)에도 빠지지 않게 해준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이를 '독립적인 국가들의 연대(coalition des indépendants)'로 설명하고 한불 관계가 그 구상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2)
한국의 전략과 프랑스의 전략적 자율성은 출발점이 동일하지 않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안보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고, 프랑스는 핵무기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 독자 방위산업과 해외영토를 바탕으로 보다 넓은 독자 행동공간을 추구한다. 그럼에도 두 나라의 전략은 '자국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협력망을 넓힌다'는 지점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 외교부도 최근 정부의 외교전략을 동맹-자강-연대가 서로 선순환하는 구조로 설명하면서, 한미동맹을 심화하는 동시에 자체 역량을 키우고 광범위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 관점에서 프랑스는 한미동맹의 대체재가 아니라 한국의 외교·안보·기술·에너지 선택지를 넓혀 주는 보완적 전략 파트너다.3)
프랑스의 전략적 가치는 세 가지 층위에서 특히 크다. 첫째, 프랑스는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P5) 가운데 하나이자 핵보유국이며, 유럽연합(EU)의 핵심국이다. 둘째, 인도태평양에 해외영토와 상주 군사력을 가진 '역내 국가'이므로 유럽안보와 인도태평양 안보를 연결할 수 있다. 셋째, 원자력·방산·우주·항공·인공지능(AI)·양자기술 등 한국이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협력과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한 분야에서 세계적 역량을 갖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미국산 부품과 기술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일부 전략 분야에서 'ITAR-free' 공급망과 설계를 추진해 온 대표적 유럽 방산국이다.4) 따라서 프랑스와의 협력은 미국산 통제품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 방산의 기술·공급망 선택지를 넓힐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한불 협력의 핵심은 '프랑스와 더 가까워질 것인가'라는 추상적 질문보다, '어느 분야에서 서로의 취약성을 줄이고 행동능력을 키울 것인가'라는 구체적 질문으로 옮겨가야 한다.
협력이 지속되려면 상대가 우리에게서 무엇을 얻는지도 분명해야 한다. 프랑스에게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한국은 탄약과 주요 방산장비에서 높은 생산능력과 비교적 짧은 납기를 갖춘 유력한 아시아 협력 파트너 가운데 하나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유럽은 탄약과 장비의 생산 병목에 직면해 있고, 대량 생산 능력과 납기 경쟁력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아시아 파트너는 사실상 한국뿐이다. 둘째, 조선과 함정 정비 역량이다. 대형 상선의 대량·고속 건조에서는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어, 한국의 건조·정비 역량은 프랑스와의 함정 MRO 및 관련 산업협력에서 협력 공간을 넓힐 수 있다. 셋째, 원전 시공·운영 실적이다. 신규 원자로 건설에서 반복된 지연과 비용 초과를 경험한 프랑스에게 공기 준수 실적과 기자재 공급망을 갖춘 한국은 유용한 파트너다. 넷째, 첨단산업과 문화의 결합력이다. 반도체 제조역량과 AI 인프라, 그리고 세계적 영향력을 갖춘 문화콘텐츠 산업은 프랑스가 추구하는 '기술 주권'과 '문화적 다자주의' 구상에 실질적 내용을 채워줄 수 있다. 이러한 상호보완성은 프랑스가 한국과의 관계 심화에 적극적인 구조적 배경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전략적 자율성은 유럽 내에서 대미 자율성 강화 또는 미국 의존 축소의 맥락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이를 특정 동맹과의 거리두기보다는 주권과 독자적 행동능력의 강화라는 의미로 설명했다. 한국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차용하면 핵잠 연료 확보, 한미 원자력협정, 통상 협상처럼 대미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에 불필요한 잡음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의 안보 조건은 프랑스와 다르다. 따라서 한국은 프랑스와의 협력을 '동맹으로부터의 자율성'이 아니라 '공급망과 기술기반의 복수화'로 규정하고, 이를 미국 측에 선제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저농축우라늄 해군 원자로나 상업용 재처리처럼 프랑스가 강점을 가진 분야는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경쟁이 아니라 보완이라는 점을 구체적 사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보면 9월 정상회담은 4월의 관계 격상을 실행 단계로 옮긴 회담이면서, 동시에 향후 한불 관계가 어디까지 전략화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출발점이었다. 9월 회담의 성과는 국방정보·군수지원·훈련, 첨단산업, 문화, 민간 원자력에서 뚜렷했다. 그러나 정례적인 외교·국방 고위급 협의체와 방위협력 로드맵은 아직 없고, 한국이 국가전략사업으로 시작한 핵잠 분야에서도 인력·안전·운용·정비 같은 상대적으로 비민감한 협력조차 공식화되지 않았다. 본고에서는 이 두 측면, 즉 '실질적 진전'과 '전략적 미완성'을 함께 보고자 한다.
2. 4월의 관계 격상에서 9월의 실행으로: 정상회담의 실질 성과
4월 3일 서울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프랑스는 2004년 이래 유지해 온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정치, 국방·안보, 경제·산업, 첨단기술, 원자력, 인도태평양과 글로벌 현안 전반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9월 정상회담의 특징은 이 넓은 의제 가운데 상당수를 실제 협정과 사업, 고위급 채널로 옮겼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이 국방·안보, 경제·산업, 첨단산업·과학기술, 인적교류·국민안전, 문화, 국제현안이라는 여섯 방향의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5)
가장 먼저 국방·안보 분야에서 제도화가 진전됐다. 4월 정상회담에서 타결했던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개정의정서에 9월 실제 서명함으로써 군사정보 교환의 보안 기반을 정비했다. 또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Acquisition and Cross-Servicing Agreement)의 조속한 체결을 위해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ACSA는 양국 군이 공동훈련·기항·재난지원·해외 임무 등에서 필요한 물자와 용역을 서로 제공하고 사후 정산할 수 있게 하는 기본 군수지원 틀이다. 정보보호협정이 '민감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문'을 정비하는 장치라면, ACSA는 반복적인 군사협력을 떠받치는 '군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다만 9월의 성과는 ACSA 체결 자체가 아니라 '조속한 체결을 위한 협상 가속'이라는 점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6)
작전적 상호운용성도 한 단계 전진했다. 프랑스 공군우주군의 PÉGASE 26은 장거리 전개 능력을 검증하고 인도태평양 파트너들과 연합훈련을 수행하는 전략적 항공 전개 임무로, 2026년에는 프랑스에서 북극권과 북미를 거쳐 일본·한국·인도네시아·인도·중동으로 이어지는 약 4만km의 경로로 실시되고 있다. 한국과의 연계훈련과 양국 해군의 상호기항은 추상적인 '국방협력'을 실제 군사활동으로 연결한다. 앞으로 이를 해양영역인식(MDA: 해상에서 선박·항공기·위협요소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능력), 대잠수함전, 기뢰대응, 탐색·구조, 의무·재난지원, 사이버·우주지원 등으로 정례화한다면 한불 안보협력은 훨씬 강한 실체를 갖게 된다.7)
경제·첨단기술 분야에서도 4월의 의향이 9월의 실행문건으로 이동했다. AI·반도체·양자 분야에서는 공동 연구개발(R&D), 스타트업의 상호 시장 접근과 투자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됐고 삼성전자와 프랑스 미스트랄AI의 전략적 협력도 정상 임석 아래 발표됐다. 우주항공청과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는 우주산업 진흥 협력 이행약정을 체결해 양국 기업의 상대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장관급 산업전략대화 신설 역시 단발성 기업 행사에서 벗어나 산업정책·공급망·투자 현안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문화협력은 이번 국빈방문의 외곽 행사가 아니라 한불 관계의 사회적 기반을 넓힌 핵심 성과로 볼 필요가 있다. 양 정상은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에서 첫 국제 영화·영상 정상회의인 '뤼미에르 서밋'을 공동 주재했고, 한국과 프랑스는 2027년부터 5년간 영화·영상 산업에 각각 5억 유로를 투자하는 '뤼미에르 파트너십'을 제시했다. 군사·원자력·첨단기술 협력이 국가기관과 대기업 중심의 관계를 강화한다면, 문화·청년·연구자 교류는 한불 관계의 사회적 지지층을 넓힌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정권교체 이후에도 지속되려면 이런 사회적 기반이 함께 확대되어야 한다.8)
여섯 번째 방향인 국제현안에서도 주목할 대목이 있었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통상적인 외교적 수사를 넘어서는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한국이 프랑스의 변함없는 지지를 신뢰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이 대통령의 일관성과 실용적 비전을 평가했고, 나아가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지원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평양이 자국 군사 프로그램을 위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함께 비판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양 정상은 항행의 자유와 공급망 안정에 공조하기로 했다. 프랑스와의 협력은 기뢰대응, 선박보호, 정보·감시, 군수·의무지원처럼 국제법과 국내 절차에 부합하는 다국적·기능적 기여 방식을 설계할 선택지를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9)
다만 '16건의 협력문건' 같은 숫자만으로 정상회담을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협정, MOU, 협력의향서(LOI: Letter of Intent, 본계약에 앞서 협력 의지를 확인하는 초기 단계 문서), 기업 투자협약은 법적 구속력과 이행조건이 서로 다르다.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개정이나 항공협정 개정처럼 즉시 제도 효과가 생기는 문건, 한수원-오라노 LOI처럼 후속 계약이 체결돼야 실질적 성과가 완성되는 문건, 연구기관 MOU처럼 예산·과제·인력 배치가 뒤따라야 하는 문건을 구분해서 관리해야 한다. 앞으로 한불 정상외교의 성과지표는 '몇 건을 서명했는가'가 아니라 '몇 건이 계약·공동사업·정례제도로 전환됐는가'가 되어야 한다.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의 마리안 페롱-드와즈(Marianne Péron-Doise)는 이번 방문이 한불 관계의 분명한 질적 발전을 보여주지만, 국방·에너지·양자·반도체 분야의 이해 수렴에 비해 제도화되고 구조화된 교류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국이 협력 잠재력이 큰 동시에 원자력·방산·첨단산업에서 경쟁자이기도 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지속 가능한 실행이 없으면 관계의 취약성이 다시 드러날 수 있다고 본다. 이 지적은 한불 협력이 '정상 간 친분'에서 '반복 가능한 제도와 사업'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10)

3. 원자력 협력의 도약: 공급망에서 장기 전략협력으로
9월 정상회담에서 가장 전략적으로 중요한 실질 성과 가운데 하나는 민간 원자력 협력이었다. 한국과 프랑스는 모두 원전 강국이지만 강점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한국은 원전 건설·운영과 제조 공급망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프랑스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처리·재활용 등 핵연료주기 전반에서 오랜 산업 기반을 축적해 왔다. 이 차이는 해외 원전 수주에서는 경쟁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공급망과 후단주기에서는 오히려 상호보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여기서 '핵연료주기'란 우라늄의 확보·변환·농축·핵연료 제조에서 원자로 사용, 사용후핵연료의 저장·처리·재활용과 최종처분까지 이어지는 전체 과정을 뜻한다.
4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프랑스 오라노(Orano)는 핵연료주기 전반을 포괄하는 상호협력 MOU를 체결했다. 9월 8일에는 이를 우라늄 농축 분야의 장기협력 의향서(LOI)로 구체화했다. 오라노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새로운 서방권 농축 능력에 대한 접근을 넓히고 핵연료 공급망의 안정성과 다변화를 강화하려 하며, 오라노는 이 협력이 기업 간 파트너십을 넘어 한불 양국의 전략적 협력 강화 의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프랑스 조르주 베스 2(Georges Besse II) 농축공장의 지분 2.5%도 보유하고 있다. 이 점에서 9월 LOI는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라기보다 기존 지분 참여를 장기적인 상류 핵연료주기 협력으로 심화하는 성격을 갖는다.11)
더 중요한 제도적 성과는 양 정상이 '민간 원자력 고위급 대화'를 출범시키기로 한 것이다. 기업 간 협력은 시장 상황이나 개별 계약에 따라 속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고위급 대화는 정부가 공급망·연구개발·안전규제·후단주기와 같은 장기 의제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 이 채널은 ① 농축역무와 핵연료 공급망, ②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후단주기, ③ 차세대 원자로·안전·방사선방호, ④ 공동 R&D와 제3국 협력 등으로 실무작업반을 나누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기적으로는 매년 또는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분야별 이행상황을 정상회담과 장관급 대화에 보고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프랑스 측은 사용후핵연료 협력 가능성에도 비교적 명시적으로 문을 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9월 공동발표에서 오라노-한수원 협력이 핵연료주기 상류부문의 협력 강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하면서, 양국 기업 간 사용후핵연료 처리·재활용 논의와 '미래의 후단주기'에 관한 공동 비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문제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프랑스의 라아그(La Hague) 처리·재활용 체계, 운송·폐기물 관리, 규제와 비용구조를 정부·산업·연구기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정치적 여건이 강화됐다는 점은 중요하다. 정치적 발언은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지만 문서는 남는다. 따라서 이 발언의 취지를 민간 원자력 고위급 대화 제1차 회의의 의제 문서와 공동 의사록에 명문화해 둘 필요가 있다.12)
이 분야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프랑스를 '미국의 제약을 우회하는 통로'로 보는 접근이다. 한국의 농축·재처리와 핵물질 관리 문제는 한미 원자력협정,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핵비확산 의무, 운송·폐기물 반환과 경제성 등 복합적인 조건과 연결돼 있다. 프랑스와의 협력은 미국과의 협상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한국이 핵연료주기와 후단주기에 대한 기술적 이해와 협상력을 높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보완적 수단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 원칙은 핵잠 협력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원자력 분야의 다음 단계는 명확하다. 첫째, 민간 원자력 고위급 대화를 가능한 한 조기에 개최하고 연례화해야 한다. 둘째, 한수원-오라노 LOI를 실제 장기 공급계약으로 전환하기 위한 상업 협의를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셋째, 사용후핵연료 처리·재활용, 방사선방호, 원자력 안전, 차세대 원자로와 핵융합을 별개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한불 원자력협력의 장기 포트폴리오로 관리해야 한다. 4월 회담이 협력의 범위를 열었다면 9월 회담은 정책채널과 사업경로를 만들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계약·공동연구·규제협력이라는 실적이다.
4. 국방협력의 제도화와 핵잠이라는 '다음 시험대'
앞서 살펴본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개정, ACSA 협상 가속, PÉGASE 연계훈련과 해군 상호기항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ACSA가 체결되고 훈련·기항이 정례화되면 양국 군은 '필요할 때 만나는 관계'에서 '평시에 반복적으로 함께 움직이는 관계'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진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장기간 준비해야 할 핵잠 분야에서는 인력양성·원자력 안전문화·방사선방호·운용·정비처럼 상대적으로 비민감하고 시급한 영역에서조차 정부 간 협력의 출발점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것이 9월 회담의 가장 중요한 미완성 과제 가운데 하나다.
방산협력에서도 유의할 점이 있다. 양국은 제3국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한국의 K9 자주포와 K2 전차, FA-50 경전투기가 진출한 시장은 프랑스 방산기업의 잠재 시장과 상당 부분 겹친다. 따라서 협력은 경쟁이 발생하지 않는 영역부터 설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항공엔진 핵심 부품, 함정용 전투체계 구성품, MRO(유지·보수·정비), 시험평가 인프라 공유처럼 완제품 수주와 충돌하지 않는 분야에서 두세 건의 시범사업을 선정하고, 그 성과를 토대로 공동개발로 나아가는 순서가 바람직하다. 앞서 언급한 ITAR 비적용이라는 프랑스의 강점도 완제품보다는 구성품·소재 분야에서 먼저 활용될 수 있다.
핵잠 협력을 정상회담 평가에서 다루는 이유는 단순히 프랑스가 핵잠 보유국이기 때문이 아니다. 국방부가 2026년 5월 26일 발표한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은 핵잠을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핵심 전력으로 규정하고, '장보고-N사업'을 40여 년에 걸친 국가전략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를 목표로 제시하고, 핵비확산과 원자력 안전·보안, 방사성폐기물 관리까지 사업의 기본요소로 공개했다. 또한 범정부협의체는 2027년까지 핵잠 사업에 필요한 제도적·정책적 기반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핵안전 규제체계와 IAEA 협의, 특별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 더욱이 사업은 이미 예산 단계로 넘어갔다. 정부는 2027년도 예산안에 핵잠 사업 착수와 설계를 위한 966억 원을 신규 편성했다. 핵잠 개발 예산이 정부 예산안에 직접 반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구상을 논의하던 단계에서 실제 설계에 착수하는 단계로 이행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대상은 선체와 원자로 설계만이 아니라 사람·조직·규제·정비·비상대응 체계 전체다.
핵잠 인력양성은 '승조원 몇 명을 교육하는 문제'가 아니다. 원자로 운전요원, 기계·전기·원자력 정비요원, 방사선방호 인력, 품질보증·안전규제 인력, 교관, 비상대응 조직까지 하나의 생태계가 필요하다. 이 인력들은 함정이 완성된 뒤 단기간에 만들어낼 수 없다. 선발-기초 이론교육-시뮬레이터 훈련-실습-자격인증-재교육을 반복하는 체계를 함정 건조와 병행해 먼저 구축해야 한다. 핵잠은 건조에 약 10년이 걸리더라도 운용은 30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 사업이므로, 초기 수년간의 '사람과 제도 설계'가 이후 수십 년의 안전성과 가동률을 좌우한다.
프랑스가 특히 유용한 비교·협력 대상인 이유는 미국·영국과 다른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오랫동안 저농축우라늄(LEU)을 사용하는 해군 원자로를 운용해 왔고, 핵추진 함정의 주기적 연료교체와 대규모 정비를 운용체계 속에 통합해 왔다. 한국 역시 국방부 기본계획에서 LEU 사용을 공식화하고 있다.
프랑스 해군의 원자력에너지군사응용학교(EAMEA: École des applications militaires de l'énergie atomique)는 이런 협력 가능성을 검토할 때 중요한 참고기관이다. EAMEA는 프랑스 국방부의 군·민간 핵원자력 인력을 교육하며, 연평균 약 1,000명의 교육생에게 약 50개 과정을 제공한다. 교육 분야에는 핵과학·기술, 핵안전, 방사선방호와 위험관리, 그리고 해군 핵추진이 포함된다. 이를 그대로 한국에 복제할 수는 없지만, 핵잠 운용국이 함정 배치 이전부터 어떤 교육체계와 자격인증 구조를 갖추는지를 연구하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프랑스가 외국군에 어느 과정까지 개방할지는 별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므로, 첫 단계에서는 공개 가능한 교육체계와 교관 양성, 안전문화에 관한 정책·교육 교류부터 검토할 수 있다.13)
정비와 지속운용 분야도 중요하다. MCO(Maintien en condition opérationnelle)는 함정과 장비를 실제 작전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정비·부품·인력·품질관리·계약관리 등을 포괄하는 종합 운용유지체계다. IPER(Indisponibilité périodique pour entretien et réparations)은 프랑스 핵추진 함정이 일정 주기마다 수행하는 대규모 계획정비를 뜻한다. 한국이 핵잠을 건조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정비시설, 방사선 관리, 원자로 관련 정비인력, 예비부품, 품질보증과 장기 계약체계가 준비되지 않으면 함정의 실제 가동률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핵잠 사업의 성공 기준은 '첫 함정을 언제 진수하는가' 뿐 아니라 '30년 동안 몇 척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가'까지 포함해야 한다.14)
이 점에서 '한미 우선, 한불 병행'의 원칙이 중요하다. 미국과는 LEU 핵연료 확보, 핵비확산, 법적 절차와 동맹 차원의 정치적 합의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 프랑스와는 미국과의 핵연료 기술 협상과 직접 충돌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력양성, 안전문화, 방사선방호, 정비조직, MCO·IPER, 일부 기술검증 경험을 중심으로 병행 협력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한미 협력을 약화시키는 '대안 선택'이 아니라 핵잠 국가사업의 위험을 분산하고 학습속도를 높이는 '동맹 보완형 다변화'다.15)
정책적으로는 정상회담을 기다리기보다 실무 수준에서 '가능성과 금지선'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한국과 프랑스의 국방부·해군 사이에 비공개 예비협의를 시작하고, EAMEA 등 교육기관과의 공개 가능한 교육교류, 교관 양성, 안전문화, 방사선 비상대응, 정비조직과 품질보증에 관한 공동 타당성 연구를 제안할 수 있다. 프랑스가 특정 분야를 민감하다고 판단해 협력을 제한하더라도 그 경계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한국의 독자 교육·정비체계를 설계하는 데 유용한 정보가 된다.
5. 일본-프랑스 관계가 주는 시사점: 정상외교를 제도로 바꾸는 법
한불 관계의 발전 수준을 균형 있게 평가하려면 일본-프랑스 관계와의 비교가 유용하다. 비교의 목적은 한국이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복제해야 한다는 데 있지 않다. 두 나라의 역사와 동맹구조, 산업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핵심은 일본과 프랑스가 정상 간 합의를 어떻게 장관급 협의체, 법적 협정, 로드맵, 정례 위원회와 공동사업으로 누적해 왔는지를 보는 데 있다.
일본과 프랑스는 2026년 4월 제8차 외교·국방장관 2+2 회의를 개최했다. 2+2는 양국의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이 한 자리에서 외교·안보 현안을 함께 다루는 제도로, 개별 부처 간 협의보다 정치적 무게와 정책 조정력이 크다. 같은 날 양국 국방장관은 '일불 방위 로드맵'에 서명하고, 양국의 안보와 지역의 평화 안정을 위해 필요할 경우 서로 협의하고 적절한 대응을 검토한다는 방향까지 확인했다. 일본-프랑스 ACSA는 2018년 서명돼 2019년 발효했고, 방산장비·기술 이전 협정은 2016년부터 발효 중이다. 정보·군수·훈련·방산기술·정책협의가 서로 연결되는 다층적 구조가 이미 형성돼 있는 것이다.16)
원자력 분야의 축적은 더 뚜렷하다. 일본과 프랑스는 2011년 정상 차원의 합의를 토대로 2012년부터 원자력협력위원회를 운영해 왔고, 2026년 7월에는 제14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는 원자력 정책, 고속로와 핵연료주기, 핵융합, 후단주기와 최종폐기물 관리, 원자력 안전·방사선방호 등 폭넓은 의제를 다뤘다. 2026년 4월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은 고속로, 핵연료주기와 핵융합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즉 원자력협력은 단발성 MOU가 아니라 10년 이상 반복된 위원회와 R&D·산업 프로젝트의 축적을 통해 제도화돼 있다.17)
이 비교가 한불 관계에 주는 첫 번째 교훈은 '정상외교의 정치적 에너지를 부처 간 반복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2026년 한불 정상 간 신뢰와 상호 국빈방문은 매우 강한 추진력을 만들었지만, 그 추진력이 정례 2+2 또는 이에 준하는 고위급 전략대화, ACSA, 방위협력 로드맵, 원자력 고위급 대화의 연례화로 연결되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서 약해질 수 있다. 관계의 명칭보다 중요한 것은 담당 부처가 매년 만나 과제를 점검하고 예산과 사업을 이어가는 구조다.
두 번째 교훈은 경쟁과 협력을 분리해 관리하는 능력이다. 일본과 프랑스 역시 산업·기술 분야에서 경쟁하지만 핵심 분야에서는 장기 협력을 축적해 왔다. 한불 관계에서도 해외 원전 완제품 수주나 일부 방산시장에서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반면 핵연료 공급망, 사용후핵연료 관리, 원자력 안전, 공동 R&D, MRO(유지·보수·정비), 우주·AI 표준, 제3국 공동진출처럼 상호보완이 가능한 영역을 따로 묶어 제도화하면 경쟁이 전체 관계를 훼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모든 분야의 협력'보다 '경쟁해도 유지되는 협력'을 설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세 번째 교훈은 장기 전략사업일수록 사람과 제도를 먼저 쌓아야 한다는 점이다. 일불 원자력 협력이 수십 차례의 위원회와 공동연구를 거쳐 구체화된 것처럼, 한불 핵잠 협력도 첫 함정 건조를 기다렸다가 시작할 수 없다. 핵잠은 일본이 보유하지 않으므로 일불 관계와 직접 비교할 수 없지만, 장기적이고 민감한 원자력·안보 협력을 반복 가능한 제도와 인력교류로 축적해야 한다는 원리는 동일하다.
6. 다음 단계: 2027년까지 '제도화·사업화·전략화'를
9월 한불 정상회담은 4월보다 분명히 한 단계 진전했다.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라는 관계 격상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군사정보 보호체계의 개정, ACSA 협상 가속, 실제 훈련·기항, 산업전략대화와 첨단기술 협력, 뤼미에르 파트너십, 민간 원자력 고위급 대화와 장기 농축협력 LOI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 측이 4월 한국 방문과 9월 이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적극적으로 연결하면서 한불 관계 확대에 강한 정치적 의지를 보인 것은 중요한 자산이다. 이제 과제는 이 정치적 모멘텀을 2027년 이후에도 작동하는 제도와 사업으로 바꾸는 데 있다.
첫째, 한불 ACSA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실제 훈련·기항에서 적용할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협정 체결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활동에서 어떤 물자와 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상호 지원할지 표준절차를 만드는 것이다. PÉGASE와 해군 기항, 향후 해양안보·기뢰대응·탐색구조 훈련에 ACSA를 실제 적용해야 협정이 살아 있는 제도가 된다.
둘째, 외교·국방 당국의 연례 고위급 전략대화 또는 차관급 2+2를 제도화하고 3~5년 단위의 한불 방위협력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복제할 필요는 없지만, 국방정보·군수지원·훈련·방산·사이버·우주·해양안보를 하나의 중장기 계획으로 묶어 우선순위와 책임기관을 정하면 정상회담의 합의가 부처별로 분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셋째, 민간 원자력 고위급 대화를 가급적 6개월 안에 가동하고, 농축역무·사용후핵연료·차세대 원자로·안전·방사선방호 분야의 실무작업반을 만들어야 한다. 오라노와의 LOI는 장기 공급계약으로, 연구기관 간 MOU는 실제 연구과제와 예산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문제에서는 프랑스의 경험을 연구하되 한미 원자력협정과 국제 비확산 틀 안에서 가능한 범위와 비용·책임을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넷째, 핵잠 분야에서는 '정상회담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2027년 상반기까지 인력·안전·정비 협력에 관한 한불 공동 타당성 연구를 제안할 필요가 있다. EAMEA 등 교육기관의 공개 가능한 교육체계 상호방문, 교관 양성, 시뮬레이터 기반 교육, 방사선방호와 비상대응, 정비조직·품질보증, MCO·IPER 운영경험을 우선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이 단계는 한미 연료협력과 병행하면서도 비교적 낮은 정치적·기술적 위험으로 시작할 수 있다.
다섯째, 한불 관계의 지속성을 정상 개인의 임기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셔틀 정상외교'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헌법은 대통령의 연속 재임을 두 차례로 제한하고 있어 마크롱 대통령은 2027년 대선에 연속 세 번째 임기로 출마할 수 없다. 프랑스 정부는 2027년 대선 1차 투표를 4월 18일, 결선투표를 5월 2일 실시하기로 발표했다. 따라서 현재의 높은 정상 간 신뢰를 다음 프랑스 대통령과 정부에서도 작동하는 협정·정례협의체·공동사업으로 전환할 시간이 길지 않다. 덧붙여 이재명 대통령도 정상외교는 임기 초부터 시작해야 그 효과를 오래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는데, 이는 차기 프랑스 대통령을 상대로도 그대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차기 프랑스 대통령 취임 후 가급적 이른 시기에 신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추진하고, 그 이후에는 양국 정상이 매년 교차 방문하거나 주요 다자회의를 활용해 실질적인 연례 정상협의를 이어가는 방식이 가능하다. 매번 국빈방문일 필요는 없다. 국빈·공식·실무방문과 다자회의 계기 회담을 조합하면 된다. 핵심은 정상 차원의 정치적 추진력이 외교·국방 전략대화, 민간 원자력 고위급 대화, 산업전략대화와 핵잠 인력·안전·정비 협력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불 협력은 한미동맹을 대체하는 별도의 축으로 설계할 필요도, 그렇게 설계해서도 안 된다. 한국의 대북 억제와 연합방위의 중심축은 한미동맹에 두되, 프랑스와는 P5 외교와 유럽·인도태평양 해양안보, 원자력 공급망과 후단주기, 방산·우주·AI, 핵잠 인력·운용 생태계에서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 현실적이다. 프랑스의 전략적 자율성과 한국의 동맹 중심 전략은 동일하지 않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자체 역량과 협력 네트워크를 함께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충분한 접점을 찾을 수 있다.
2026년의 두 차례 정상회담은 한불 관계에 드문 '기회의 창'을 열었다. 4월의 과제가 '무엇을 제도화하고, 무엇을 사업화하며, 어디까지 전략화할 것인가'였다면 9월은 그 질문에 첫 번째 실질적 답을 내놓았다. 다음 단계는 문건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ACSA 체결, 정례 외교·국방 전략대화, 원자력 공동사업, 핵잠 인력·안전·정비 협력, 그리고 셔틀 정상외교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한불 수교 140주년은 기념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양국 관계가 상징에서 전략적 실체로 전환한 출발점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1. 정성장, "한불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시대의 개막과 남겨진 숙제 - 일본-프랑스 정상회담과의 비교를 통해 본 제도화·사업화 과제 -," 『세종포커스』, 2026.4.13.
  2. Présidence de la République française, "Visite d'État de Lee Jae Myung, Président de la République de Corée," 8 septembre 2026, https://www.elysee.fr/emmanuel-macron/2026/09/08/visite-detat-de-lee-jae-myung-president-de-la-republique-de-coree.
  3. 대한민국 외교부, "국립외교원 서울외교포럼(Seoul Diplomacy Forum) 2026 개최," 2026.9.4. 조현 외교부장관은 정부의 실용외교를 '동맹·자강·연대'가 상호 선순환하는 전략으로 설명했다. https://www.mofa.go.kr/www/brd/m_4076/view.do?seq=372415.
  4. ITAR(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 국제무기거래규정)는 미국산 군사기술과 부품의 수출 및 제3국 재이전을 통제하는 미국 연방규정이다. 프랑스는 자국 방산제품의 ITAR 비적용(ITAR-free) 설계를 오랫동안 산업전략으로 추진해 왔다.
  5. Présidence de la République française, "Déclaration conjointe du Président de la République française et du Président de la République de Corée," 3 avril 2026, https://www.elysee.fr/emmanuel-macron/2026/04/03/declaration-conjointe-du-president-de-la-republique-francaise-et-du-president-de-la-republique-de-coree; 대한민국 청와대, "9/8(화) 한-프랑스 공동언론발표문," 2026.9.8, https://www.president.go.kr/speeches/Atpu25UE.
  6. 대한민국 청와대, "프랑스 국빈방문 결과 관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브리핑," 2026.9.9.
  7. Ministère des Armées et des Anciens combattants, "PEGASE 26 : nouvelle projection de la puissance aérospatiale," 31 août 2026, https://www.defense.gouv.fr/air/pegase-26/pegase-26-nouvelle-projection-puissance-aerospatiale.
  8. 임형섭·고동욱, "李대통령, 영화·영상 정상회의 참석...5년간 8천억원 투자 발표(종합)," 『연합뉴스』, 2026.9.7.
  9. Présidence de la République française, "Visite d'État de Lee Jae Myung, Président de la République de Corée," 8 septembre 2026; 대한민국 청와대, "9/8(화) 한-프랑스 공동언론발표문," 2026.9.8.
  10. Marianne Péron-Doise, "Visite d'État de Lee Jae Myung en France : où en est la coopération franco-coréenne ?," IRIS, 9 septembre 2026, https://www.iris-france.org/visite-detat-de-lee-jae-myung-en-france-ou-en-est-la-cooperation-franco-coreenne/.
  11. Orano, "Orano et KHNP renforcent leur partenariat stratégique dans le cycle du combustible nucléaire en présence des dirigeants sud-coréen et français," 8 septembre 2026, https://www.orano.group/fr/actus/actualites-du-groupe/2026/septembre/orano-et-khnp-renforcent-leur-partenariat-strategique-dans-le-cycle-du-combustible-nucleaire-en-presence-des-dirigeants-sud-coreen-et-francais.
  12. Présidence de la République française, "Visite d'État de Lee Jae Myung..." 8 septembre 2026; 정성장,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위기와 2030년의 경고 - 미국의 제약, 일본의 선례, 한불 협력의 현실적 로드맵 -," 『세종포커스』, 2026.4.21. 참조.
  13. Ministère des Armées et des Anciens combattants, "L'École des applications militaires de l'énergie atomique (EAMEA)," https://www.defense.gouv.fr/marine/mieux-nous-connaitre/ecoles-formations/lecole-applications-militaires-lenergie-atomique-eamea; 정성장, "핵추진잠수함 인력 양성을 위한 한불 협력 방향," 『세종포커스』, 2026.7.21.
  14. 정성장, "핵추진잠수함, 건조만큼 중요한 지속운용 - 프랑스 IPER·MCO 정비체계와 한불 협력 방향 -," 『세종포커스』, 2026.7.28.
  15. 정성장,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건조의 시간과 위험을 줄이는 한불 협력 - 한미 LEU 연료협정과 양립 가능한 한불 기술검증 로드맵 -," 『세종포커스』, 2026.6.18.
  16. 정성장, "한불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시대의 개막과 남겨진 숙제 - 일본-프랑스 정상회담과의 비교를 통해 본 제도화·사업화 과제 -" 참조.
  17.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The 14th Meeting of the Japan-France Nuclear Cooperation Committee (Results)," 23 July 2026, https://www.mofa.go.jp/press/release/pressite_000001_02532.html;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Japan-France Summit Meeting and Working Dinner," 1 April 2026, https://www.mofa.go.jp/erp/erp_1/fr/pageite_000001_01563.html.
※ 본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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