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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건조의 시간과 위험을 줄이는 한불 협력 - 한미 LEU 연료협정과 양립 가능한 한불 기술검증 로드맵 -

등록일 2026-06-18 조회수 258 저자 정성장

한국의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 문제는 더 이상 추상적 구상이나 장기 연구과제가 아니다. 국방부가 2026년 5월 26일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핵연료는 20% 미만 저농축우라늄(LEU)을 사용하고, 국내에서 개발·건조하며, 핵비확산 의무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를 준수하겠다는 원칙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세종포커스 로고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건조의 시간과 위험을 줄이는 한불 협력
- 한미 LEU 연료협정과 양립 가능한 한불 기술검증 로드맵 -
2026년 6월 18일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 softpower@sejong.org
| 문제의 재정의: 한미 우선과 한불 병행은 모순이 아니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 문제는 더 이상 추상적 구상이나 장기 연구과제가 아니다. 국방부가 2026년 5월 26일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핵연료는 20% 미만 저농축우라늄(LEU)을 사용하고, 국내에서 개발·건조하며, 핵비확산 의무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를 준수하겠다는 원칙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또한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와 2030년대 후반 전력화를 목표로 제시함으로써 핵추진잠수함 논의는 '필요성'의 단계를 넘어 '실행조건과 추진절차'의 단계로 진입했다.1)
핵추진잠수함의 핵심은 원자로가 만들어내는 열을 증기 또는 전기로 바꾸어 추진력을 얻는 것이며, 핵탄두나 핵폭발 장치와는 구별된다. 한국이 건조하려는 잠수함은 핵무기를 싣고 다니는 전략핵잠수함(SSBN)이 아니라,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공격핵추진잠수함(SSN)이다. 따라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의 국제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핵무장 SSN', '20% 미만 LEU', 'IAEA와의 사전 협의', '한미동맹과의 정합성'이라는 네 가지 원칙을 일관되게 제시해야 한다.
이 글의 핵심 주장은 명확하다. 한국은 미국과의 LEU 연료협정을 기본축으로 삼되, 프랑스와는 함정통합, 안전설계 검토, 정비·교육·지상시험시설, 원자력 안전문화 등 비핵 분야 협력을 조기에 제도화해야 한다. 이것은 미국을 우회하거나 대체하려는 접근이 아니다. 미국식 고농축우라늄(HEU) 해군원자로 운용 경험과 성격이 다른 영역에서 프랑스의 LEU 해군핵추진 경험을 결합함으로써 한국형 핵잠수함 사업의 성공 가능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동맹 보완형 접근이다.
프랑스의 역할을 '후순위' 또는 '예비 옵션'으로만 표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핵연료 공급에서는 한미 협의가 기본축이지만, LEU 기반 해군핵추진의 실제 운용 경험, 원자로-선체 통합, 대정비와 연료교체 주기 관리, 승조원·정비인력 교육, 안전문화 구축에서는 프랑스가 한국에 독보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프랑스는 한국 핵잠수함 사업에서 미국의 대체재가 아니라, 한국형 LEU 핵추진잠수함을 더 빠르고 더 안전하게 완성하게 해줄 전략적 기술검증 파트너이다.
| 왜 프랑스인가: LEU 해군핵추진 경험의 전략적 가치
프랑스는 서방 국가 중 LEU 기반 해군핵추진을 장기간 운용해 온 매우 드문 국가이다. 미국과 영국이 장수명 노심 운용에 유리한 HEU 기반 모델을 발전시킨 반면, 프랑스는 뤼비(Rubis)급 공격핵잠, 쉬프랑(Suffren)급 공격핵잠, 트리옹팡(Le Triomphant)급 전략핵잠, 항공모함 샤를드골(Charles de Gaulle) 등을 통해 LEU 기반 해군핵추진 운용과 정비체계를 발전시켜 왔다.2)
프랑스 해군핵추진 프로그램의 핵심 설계자 중 한 명인 알랭 투르뇰 뒤 클로(Alain Tournyol du Clos) 전 프랑스 원자력청(CEA) 원자로부문 책임자3)는 프랑스의 LEU 선택이 성능 저하를 감수한 결정이 아니라 안전규제, 정비체계, 경제성, 민군 원자력 인프라를 종합한 합리적 선택이었다고 설명한다. 프랑스는 민간 및 군사 원자로 구성품을 10년 주기로 점검하는 안전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었고, 해군 함정의 오버홀4)과 연료교체를 이 주기에 맞추어 설계했다. 또한 1970년대 이후 민수 원자력 발전을 대규모로 확대하면서 국방부의 해군핵추진 프로그램을 민수 원자력 조직·인프라와 최대한 연계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운영 경험을 공유했다.5)
프랑스식 LEU 모델의 중요한 특징은 잠수함을 처음부터 '정비 가능한 핵잠수함'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프랑스 잠수함에는 원자로 연료교체와 정비를 가능하게 하는 특수 접근구조가 반영되어 있으며, 이 구조는 연료교체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잠수함의 압력선체 안전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한국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이 LEU 기반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한다면, 처음부터 정비 접근성, 방사선 방호, 사용후핵연료 관리, 승조원 안전, 정비기지 운용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HEU와 LEU의 차이도 단순한 성능 우열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HEU는 높은 에너지 밀도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노심과 장기간 무재장전(無載裝填) 운용에 유리하다. 반면 LEU는 비확산 부담을 낮추고 국제적 설명 가능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연료교체·대정비 인프라와 함대 가동률 관리가 더 중요해진다. 미국의 비영리·초당파 핵안보 싱크탱크인 핵위협방지구상(NTI: Nuclear Threat Initiative) 보고서도 해군 함정이 LEU로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동일한 공간에서 동일한 출력을 내면서 장수명 노심을 구현하려면 HEU보다 더 어려운 설계 조건과 정비·재장전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6)
바로 이 점 때문에 프랑스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해군원자로 운용국이지만, 그 경험의 중심은 HEU 기반 장수명 노심이다. 반면 한국이 공식적으로 선택한 것은 20% 미만 LEU 기반 모델이다. 프랑스는 한국이 선택한 방향과 가장 가까운 운용 경험을 가진 서방 핵추진 해군국가이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LEU 연료 공급과 동맹 운용의 제도적 기반을 확보하면서, 프랑스로부터는 LEU 기반 함정통합·정비·안전운용 경험을 배워야 한다.
| 한불 기술협력의 효과: 일정 단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성
한불 기술협력의 실질적 효과는 단순한 기술이전 여부보다도 한국의 개발 일정과 안전성에 있다. 한국이 핵잠수함용 원자로와 플랫폼을 모두 독자적으로 설계·검증하려 할 경우, 가장 큰 위험은 원자로 자체보다 원자로-선체 인터페이스, 방사선 차폐, 냉각계통, 진동·소음 저감, 지상시험시설 운용, 정비 접근성, 승조원 교육, 비상대응 절차 등 함정통합과 안전운용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서 40년 이상 LEU 기반 해군핵추진 함정을 운용해 온 프랑스와 실질적으로 협력한다면, 한국은 불가피한 기술적 시행착오를 크게 줄이고, 전체 건조·검증 일정을 1~2년 이상 단축할 가능성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일정 단축 자체가 아니라, 설계 초기 단계부터 정비·연료교체·방사선 방호·비상대응을 고려한 보다 안전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효과는 프랑스가 원자로 핵심 설계나 핵연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협력의 중심은 비핵 분야의 함정통합 자문, 안전성 검토, 정비체계 설계, 지상시험시설 운용 경험, 승조원·정비인력 교육이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은 한미 LEU 연료협정을 기본축으로 유지하면서, 프랑스와는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의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검증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접근은 비용 효과성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있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에서 가장 비싼 비용은 자문료나 교육비가 아니라 설계 오류, 지상시험 지연, 정비성 결함, 안전규제 재검토, 승조원 교육 미비에서 발생하는 일정 지연과 재설계 비용이다. 초기 단계에서 프랑스와 제한적이지만 실질적인 검증·자문 메커니즘을 구축하면, 한국은 수년 뒤 훨씬 큰 비용으로 되돌아가야 할 시행착오를 앞단에서 줄일 수 있다. 프랑스 협력의 가치는 '얼마의 비용을 더 쓰느냐'보다 '얼마의 위험과 지연을 사전에 줄이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이 프랑스와 구축해야 할 협력은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이 아니라 단계별·성과기반 기술검증 체계가 되어야 한다. 1단계는 비밀정보보호 및 기술보호 절차, 2단계는 함정통합·정비·교육 분야의 공동 작업반, 3단계는 지상시험시설과 안전성 검토 자문, 4단계는 승조원·정비인력 교육과 비상대응 훈련, 5단계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장기 정비체계에 관한 정책 자문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렇게 설계하면 비용은 통제하면서도 실질적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
| 프랑스의 국익: 한국과의 협력은 프랑스에도 전략적 기회
한불 핵잠 협력은 한국만의 이익을 위한 일방적 요청이 되어서는 안 된다. 프랑스 정부와 전문가들이 이 구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면, 한국은 프랑스가 얻게 될 전략적·산업적·규범적 이익을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프랑스는 인도태평양에 해외영토와 배타적경제수역, 군사기지를 보유한 유럽의 핵심 해양안보 행위자이다. 한국과의 핵추진잠수함 협력은 프랑스가 인도태평양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고급 기술 파트너를 확보하고,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첫째, 프랑스는 LEU 해군핵추진의 책임 있는 국제 모델을 확산시키는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HEU를 사용하는 해군핵추진 모델은 비확산 체제에서 항상 민감한 논쟁을 수반한다. 군사용 원자로의 HEU 사용 문제를 오래전부터 비확산 차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해온 춘엔 마(Chunyan Ma) 중국 국방과학기술정보센터 무기체계개발·군비통제 연구원과 프랭크 폰 히펠(Frank von Hippel) 프린스턴대학교 공공·국제문제학 교수는 2001년 The Nonproliferation Review 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군원자로용 HEU 생산이 핵분열물질생산금지조약(FMCT) 논의에서 군사 원자로 예외라는 허점을 만들 수 있고, 군사기밀을 이유로 IAEA 검증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8)
반면 한국의 LEU-only 모델은 핵무장과 분명히 구별되고, IAEA와의 사전협의를 통해 국제적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모델이다. 프랑스가 한국과 협력한다면, 프랑스는 "핵확산 위험을 낮추면서도 고성능 해군핵추진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자국 모델의 국제적 신뢰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프랑스의 기술적 자부심과 비확산 외교를 동시에 강화하는 효과를 갖는다.
둘째, 프랑스의 해군핵추진 생태계에는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고급 전략협력 공간이 열릴 수 있다. 프랑스 해군 핵추진 함정의 원자로 및 핵증기공급계통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해온 테크니카톰(TechnicAtome), 잠수함과 수상함의 설계·건조·체계통합 경험을 보유한 프랑스의 대표적 방산조선기업 나발그룹(Naval Group), 국가 원자력 연구·개발기관인 프랑스 원자력·대체에너지청(CEA: Commissariat à l'énergie atomique et aux énergies alternatives), 해군 핵추진과 군사 원자력 응용 교육을 담당하는 프랑스 군사원자력응용학교(EAMEA: École des applications militaires de l'énergie atomique)는 각각 핵증기공급계통, 함정 설계·체계통합, 원자력 연구·개발, 군사 원자력 교육이라는 서로 다른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원자로 핵심 설계나 핵연료 이전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의 함정통합 자문, 정비·점검 용이성 검토, 안전성 평가, 지상시험시설 운용 자문, 품질보증, 방사선 방호, 원자력 안전문화 교육, 승조원·정비인력 훈련 분야에서 실질적이고 고부가가치의 협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프랑스가 축적해 온 LEU 기반 해군핵추진 경험을 인도태평양의 핵심 파트너와 공유하는 것이며, 동시에 프랑스 방산·원자력 역량의 국제적 신뢰성과 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 한국 조선업과 프랑스 해군기술의 결합은 제3국 해양방산 시장에서도 상호보완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 한국은 대형 조선소, 정밀용접, 모듈 건조, 일정관리, 가격경쟁력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프랑스는 고급 해군기술, 전투체계 통합, 핵추진 함정 운용 경험, 유럽·중동·인도태평양 방산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양국이 협력하면 단순한 핵잠 협력을 넘어 잠수함 MRO, 수상함·잠수함 공동 패키지, 해군교육, 원자력 안전서비스, 제3국 방산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다.
넷째, 한불 협력은 2026년 한불 정상회담에서 격상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실질화하는 계기가 된다. 양국은 안보·국방 분야의 전략대화, 상호운용성, 정보교환을 심화하고, 민수 원자력 분야에서는 안전, 방사선 방호, 연료주기와 사용후핵연료 관리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9)
이 공동성명은 군사용 해군원자로 이전을 약속한 문서는 아니지만, 한불 협력의 외교적 기반을 넓힌 문서이다. 한국이 프랑스를 단순한 '대체 공급자'가 아니라 '전략적 공동설계 파트너'로 존중한다면, 프랑스도 한국과의 협력을 자국 국익과 위상에 부합하는 기회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 미국의 국익: 한불 협력은 한미동맹을 보완
한국의 한불 협력은 대미 설득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미국은 세 가지 이유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첫째, 한국이 미국 원자력법과 의회 절차를 우회한다고 의심할 수 있다. 둘째, 미국 원산 기술·장비·핵물질·소프트웨어가 프랑스 협력에 간접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 셋째, 한국 핵잠수함이 한미 연합작전, 잠수함 작전보안, 인도태평양 해군전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불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대미 설명의 첫 문장은 '프랑스는 미국의 대체재가 아니다'여야 한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LEU 연료를 공급받는 경로를 기본으로 하되, 프랑스와는 비핵 설계·함정통합·정비·교육·지상시험 분야에서 협력함으로써 한국형 핵잠수함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해야 한다. '프랑스 카드'라는 표현보다 'LEU 기반 비확산 모델의 기술검증 파트너'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협력체)에서 호주에 제공될 핵물질은 완전 용접된 동력장치 형태로 이전되는 특수핵물질이고, HEU 기반이라는 점에서 비확산 논쟁을 수반한다.10)
반면 한국은 20% 미만 LEU 사용, 국내 건조, 핵무기 비보유·비개발, IAEA 안전조치 체계 구축을 공식화했기 때문에 미국에 더 낮은 비확산 부담의 동맹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한국 핵잠수함은 미국의 통제 밖에서 움직이는 독자 핵전력이 아니라, 한미 연합 대잠전과 해양억제 능력을 강화하는 동맹 부담분담 수단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미국 행정부 설득에서는 의회뿐 아니라 에너지부(DOE), 국방부(DOD), 해군 원자로 관련 기관, 국가핵안보청(NNSA), 국무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DOE와 NNSA는 핵물질·원자로 정보·핵안보 기준을, DOD와 미 해군은 작전보안·대잠전·연합운용·잠수함 산업기반을, 국무부는 비확산 외교와 동맹정치를, 의회는 법적 승인과 예산·감독을 중시한다. 한국은 각 기관의 우려를 하나의 패키지로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클린 체인(clean chain)' 원칙을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불 협력에 미국 원산 핵물질·핵장비·핵정보·소프트웨어를 무단 활용하지 않고, 기술 원산지와 접근권한을 분리 관리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한미 협력망, 한불 협력망, 국내 독자개발망을 구분하고, 미국 원산 기술이 포함된 자료는 미국의 사전동의 없이 프랑스 측과 공유하지 않는다는 방화벽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이 원칙은 미국의 정보보호 우려를 줄일 뿐 아니라 프랑스에도 한국 협력의 법적 안정성을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한국의 대미 설득 패키지는 다섯 가지 문구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LEU-only: 한국 핵잠은 20% 미만 LEU만 사용한다. 둘째, no HEU: 미국 또는 제3국으로부터 HEU를 공급받는 방안은 논의하지 않는다. 셋째, no nuclear weapons: 한국은 핵무기 보유·개발을 추구하지 않는다. 넷째, full IAEA consultation: IAEA와 INFCIRC/153 제14항에 따른 해군핵추진용 핵물질 안전조치 특별절차를 협의한다. 다섯째, alliance interoperability: 한국 핵잠은 한미 연합작전, 정보보호, 대잠전 네트워크와 정합적으로 운용된다. 이 다섯 문구는 워싱턴의 우려를 줄이는 동시에 서울의 협상 목표를 명확히 해준다.
| 한불 협력의 비용 효과성과 구체적 메커니즘
프랑스와의 전략대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제기될 수 있는 핵심 질문은 두 가지이다. 첫째, 한국이 프랑스에 제공할 반대급부는 무엇인가. 둘째, 미국과 비핵 분야 협력을 추진할 수도 있는데 왜 추가 비용을 들여 프랑스와 구체적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한불 협력을 추상적 우호관계가 아니라 비용 효과적 위험감축 메커니즘으로 설계하는 데 있다.
한국이 프랑스에 제공할 수 있는 반대급부는 네 가지이다. 첫째,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생산역량과 일정 관리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 둘째, 한국은 인도태평양에서 프랑스의 전략적 존재감을 강화할 수 있는 안정적 파트너이다. 셋째, 한국은 SMR, 원전 운영, 방산, 사이버·우주·해양안보 분야에서 프랑스와 연계 가능한 산업협력 기반을 갖고 있다. 넷째, 한국과의 협력은 프랑스가 LEU 해군핵추진 모델의 국제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비확산 친화적 해군핵추진의 표준을 선도하는 기회가 된다.
프랑스와 추가 비용을 들여 협력해야 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미국은 한국 핵잠의 연료 공급과 동맹 운용에서 필수적 파트너이지만, 한국이 선택한 LEU 해군핵추진 모델의 운용·정비·연료교체 경험에서는 프랑스가 훨씬 직접적인 참고 사례를 제공한다. 미국의 지원만으로는 HEU 기반 장수명 노심 경험과 LEU 기반 정비·재장전 모델 사이의 차이를 충분히 메울 수 없다. 한국이 프랑스와 협력해야 하는 이유는 '미국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의 강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비용 효과성을 높이려면 협력 메커니즘을 단계별로 낮은 문턱부터 설계해야 한다. 첫째, 한불 국방부 간 해군핵추진 비밀정보보호·기술보호 절차를 협의한다. 둘째, TechnicAtome, Naval Group, CEA, EAMEA 등과 비핵 분야 협력 범위를 특정한다. 셋째, 프랑스 수출통제상 허가가 필요한 설계자료·소프트웨어·장비 목록과 허가 불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사전에 구분한다.11)
넷째, 공동 작업반을 '핵연료'가 아니라 '안전성·정비성·교육·지상시험' 중심으로 구성한다. 다섯째, 연례 한불 해군핵추진 안전대화 또는 1.5트랙 전문가 협의체를 만들어 양국 정부·해군·원자력안전기관·산업계·전문가가 단계적으로 신뢰를 축적하도록 한다. 이 방식은 프랑스의 자존심을 존중하면서도 한국의 현실적 목표를 달성하고, 미국의 우려도 최소화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다.
| 한국 측 추진절차: 범정부협의체에서 특별법·국회·IAEA 패키지로
핵추진잠수함 사업은 일반적인 함정 획득사업이 아니다. 원자로, 핵연료, 잠수함 플랫폼, 방위사업, 대외협정, 정보보호, IAEA 안전조치, 방사성폐기물 관리가 동시에 움직이는 국가전략사업이다. 한국 정부는 이미 2025년 12월 18일 국방부 주관으로 관계부처·기관이 참여하는 핵추진잠수함 범정부협의체 첫 회의를 개최했고, 2026년 6월 10일 제2차 전체회의도 개최했다.12)
그러나 범정부협의체의 존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향후에는 이를 상설 사업단 또는 대통령실·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 아래의 '장보고-N 사업 추진위원회'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 기구는 한미 LEU 연료협상과 IAEA 안전조치 협의, 한불 비핵 분야 협력의 범위 설정, 특별법 또는 특례입법 준비, 총수명주기 비용, 4~6척 건조 시 전력구조, 지상시험원자로와 정비기지 입지,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식을 통합 검토해야 한다.
국내 법제의 첫 관문은 헌법 제60조다. 핵잠 협력 협정이 단순한 연구협력 양해각서라면 국회 동의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핵연료 공급, 군사 원자로 안전, 비밀정보 교환, 장기 재정 부담, 사용후핵연료 처리 의무를 포함한다면 국회 동의 또는 최소한 비공개 보고와 예산 승인 절차를 병행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안전하다.13)
두 번째 관문은 원자력 안전·보안 법제다. 한국의 기존 원자력안전법과 방위사업법은 민수 원전과 일반 방위력개선사업을 전제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해군용 군사 원자로의 안전심사, 승조원 자격, 핵연료 계량관리, 물리적 방호, 사고 책임, 방사성폐기물 관리, 핵잠 해체까지 포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핵추진잠수함 건조·운용 및 원자력 안전·보안에 관한 특별법' 또는 기존 법률의 특례장 신설이 필요하다.14)
세 번째 관문은 IAEA 안전조치다. 한국은 비핵무기국으로서 포괄적안전조치협정(CSA)을 적용받는다. 해군핵추진은 핵무기 개발과 무관한 비금지 군사활동이지만, 그 핵물질이 일정 기간 일반적인 안전조치 적용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IAEA와 별도 약정을 협의해야 한다. AUKUS의 경우에도 IAEA 사무총장은 호주가 제14항 약정과 필요한 이행 메커니즘을 갖추기 전에는 영국 또는 미국이 호주에 해군핵추진용 핵물질을 이전할 수 없다고 밝혔다.15)
한국은 이 선례를 참고하되, 한국형 모델의 차별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호주 사례는 HEU 동력장치, 버지니아급 도입, 영미 해군원자로 정보 공유가 결합된 복합 사례인 반면, 한국은 LEU 사용과 국내 건조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한국은 한미 연료협정 체결과 병행해 IAEA와 'LEU 기반, 비핵무장, 검증 가능한 해군핵추진 모델'을 선제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 실행 로드맵
앞 절들이 한불 협력의 필요성, 절차, 대미 설득 논리, 프랑스 협력 범위를 각각 검토한 것이라면, 본 절은 이를 시간순 실행계획으로 재배열한 것이다. 여기서는 앞의 논의를 반복하기보다, 한국 정부가 언제 무엇을 어떤 순서로 추진해야 하는지를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로드맵의 기본 원칙은 "한미 LEU 연료협정 우선, 한불 비핵 협력 선행, 지상시험시설(LBTS: Land-Based Test Site) 기반 기술검증, 프랑스 연료 옵션의 후순위 검토, 4~6척 순환운용 체계 구축"이다.
특히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개소는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개발 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 연구소는 공개적으로 선박용 원자로 개발·실증 연구시설로 설명되어 왔지만, 그 실증 인프라와 전문인력, 안전관리 체계는 정책적·기술적 관점에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용 원자로와 추진계통을 해상 탑재 이전에 육상에서 검증하기 위한 핵심 기반으로 연계될 수 있다. 핵추진잠수함 개발에서 가장 위험한 단계는 원자로 자체의 설계뿐 아니라 원자로-선체 인터페이스, 방사선 차폐, 냉각계통, 진동·소음 저감, 비상정지 및 사고대응 절차, 정비 접근성, 승조원 교육체계가 실제 함정 운용 조건에서 통합적으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이러한 실증·검증 기능을 단계적으로 수행한다면, 한국은 핵잠용 원자로와 추진계통의 개발 리스크를 크게 줄이고, 프랑스와의 함정통합·안전운용 자문을 결합해 건조·검증 일정을 상당히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이 표의 의미는 단순하다. 한국은 한미 LEU 연료협정을 기본축으로 유지하면서, 프랑스와는 초기부터 핵연료 공급 문제가 아니라 함정통합·정비·교육·안전운용·기술검증 협력을 먼저 제도화해야 한다. 특히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연계한 LBTS 기반 검증이 본격화될 경우, 프랑스의 LEU 기반 해군핵추진 경험은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의 개발 위험을 줄이고 건조·검증 일정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프랑스 연료 옵션은 필요할 경우에만 한미 협정과 충돌하지 않는 중장기 예비수단으로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 결론: 지금 필요한 것은 절차를 갖춘 전략적 실행론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는 이미 국가전략사업의 문턱을 넘어섰다. 그러나 핵잠은 선언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LEU 연료협정, IAEA 안전조치, 특별법, 국회 설득, 지상시험, 승조원 교육, 정비기지, 사용후핵연료 관리, 대미·대불 외교가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이 복잡성을 숨기면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고, 반대로 이를 정교하게 제도화하면 한국의 핵잠 추진은 국제사회가 수용 가능한 비확산 친화적 모델이 될 수 있다.
한불 협력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프랑스는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간단한 우회로가 아니다. 오히려 프랑스 협력은 미국과의 LEU 연료협정을 성공시키기 위한 보완축, 한국의 독자 원자로와 조선 역량을 해군핵추진 체계로 통합하기 위한 기술검증 파트너, 장기 정비·교육·안전문화의 제도적 파트너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프랑스를 존중하면서도 미국을 안심시키고, 한국 국민과 정책결정자에게는 핵잠수함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현실적 길을 제시한다.
정책적으로는 세 가지 조치가 시급하다. 첫째, 범정부협의체를 상설 사업단으로 격상해 한미·한불·IAEA 협의를 통합 조정해야 한다. 둘째, 핵추진잠수함 특별법 또는 특례입법안을 준비해 안전·보안·핵물질·방사성폐기물·해체까지 규율해야 한다. 셋째, 2027년 상반기 한미 LEU 연료협정 체결을 목표로 미국 의회·DOE·DOD·NNSA·국무부 설득 패키지를 마련하고, 프랑스와는 교육·함정통합·정비·안전운용 협력부터 제도화해야 한다.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은 외국 기술의 단순 도입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한국의 독자 원자로-조선 역량, 한미동맹의 제도적 기반, 프랑스의 LEU 해군핵추진 경험, IAEA 투명성 체계가 결합된 책임 있는 해군핵추진 모델이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추진될 때 한국은 북한의 고도화되는 핵·미사일과 미래의 전략핵잠 위협에 대응할 장거리·장기은밀작전능력을 확보하면서도, 국제 비확산 체제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핵추진잠수함 보유국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1. 대한민국 국방부,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2026.5.26.
  2. Alain Tournyol du Clos, France's Choice for Naval Nuclear Propulsion: Why Low-Enriched Uranium Was Chosen,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Special Report, December 2016.
  3. 알랭 투르뇰 뒤 클로는 파리 에콜 폴리테크니크 출신으로 해군건축과 원자력공학을 전공했으며, 프랑스 국방부 해군건조국과 TechnicAtome에서 해군추진 분야의 기술·관리 책임을 맡았다. 1999년 프랑스 원자력청(CEA)에 합류해 원자로부문 책임자를 지냈고, 이후 주중 프랑스대사관 원자력 참사관을 역임했다.
  4. '오버홀(overhaul)'은 기계나 설비를 완전히 분해해서 각 부품을 점검·청소·수리·교체한 뒤, 거의 신품에 가깝게 성능을 복원하는 정비 작업을 말한다.
  5. Alain Tournyol du Clos, France's Choice for Naval Nuclear Propulsion, pp. iii-4.
  6. George M. Moore, Cervando A. Banuelos, and Thomas T. Gray, Replacing Highly Enriched Uranium in Naval Reactors, NTI Paper, March 2016, pp. 1-4.
  7. 여기서 '정비성'은 군사·공학 분야에서 쓰는 표현으로, 장비나 함정이 고장났을 때 또는 정기점검이 필요할 때 얼마나 쉽고, 안전하고, 빠르게 점검·수리·교체·분해 재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가를 뜻한다. 핵추진잠수함 맥락에서는 원자로 구획에 정비 인력이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가, 방사선 차폐와 정비 동선이 적절한가, 연료교체나 주요 부품 교체가 가능하도록 선체 구조가 설계되어 있는가, 냉각계통·전력계통·추진계통의 이상을 신속히 진단하고 수리할 수 있는가, 정비 중 승조원과 기술자의 피폭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가 등이 모두 정비성에 포함된다.
  8. Chunyan Ma and Frank von Hippel, "Ending the Production of Highly Enriched Uranium for Naval Reactors," The Nonproliferation Review, Spring 2001, pp. 86-89 참조. Chunyan Ma는 중국 국방과학기술정보센터(China's Defense Science and Technology Information Center)의 무기체계개발·군비통제 연구원이며, 이 논문 작업 당시 몬터레이국제학연구소(Montere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펠로우와 프린스턴대학교 에너지·환경연구센터 방문연구원을 지냈다. Frank von Hippel은 프린스턴대학교 공공·국제문제학 교수로, 핵군축·비확산·핵분열성물질 통제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이다.
  9. 대한민국 외교부, 「2026년 정상 외교활동 한-프랑스 정상회담」; Élysée, "Joint statement between the President of the French Republic and the President of the Republic of Korea," 2026.4.3.
  10. White House, "Letter to Congressional Leaders Transmitting the AUKUS Naval Nuclear Propulsion Cooperation Agreement," 2024.8.7; IAEA, "Director General Statement in Relation to the AUKUS Naval Nuclear Propulsion Agreement," 2024.8.15.
  11. France Diplomatie, "Export controls on war material: SGDSN," Contrôler les exportations de matériels de guerre, 2022.11.23; Naval Group, "Prosub: France-Brazil, an unwavering proximity," 2020.12.10.
  12. 국방부, "핵추진잠수함 범정부협의체' 첫 회의...핵잠 건조 제반사항 논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5.12.18; 이종윤, "핵잠수함 제2차 범정부협의체 개최 '내년 기반 완비, 특별법 등 시동'," 파이낸셜뉴스, 2026.6.10.
  13. 「대한민국헌법」 제60조.
  14. 「원자력안전법」 및 「방위사업법」, 국가법령정보센터.
  15. IAEA, "Director General Statement in Relation to the AUKUS Naval Nuclear Propulsion Agreement," 2024.8.15.
※ 본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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