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대규모 관세전쟁과 미중 전방위적 경쟁, 러우전쟁 장기화와 중동분쟁 격화, 대만해협 위기 고조 등으로 시진핑 지도부는 새로운 다극화 국제질서 가속화를 위해
![]() |
상하이 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9.3 전승절: 새로운 국제질서 전환과 북중러 3국 연대 함의 |
2025년 9월 10일 |
-
정재흥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jameschung@sejong.org
-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대규모 관세전쟁과 미중 전방위적 경쟁, 러우전쟁 장기화와 중동분쟁 격화, 대만해협 위기 고조 등으로 시진핑 지도부는 새로운 다극화 국제질서 가속화를 위해 러시아,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국가들과 보다 긴밀한 전략적 정치-경제-안보협력을 강화시켜 나가기 시작하였다. 특히 중국은 평등하고 민주적이며 질서 있는(平等有序) 다극화 국제질서 구축을 위해 러시아를 중심으로 브릭스, 상하이협력기구(SCO),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긴밀히 연대하여 미국-서방 주도 규칙 기반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RBIO)에 있어 대안적 국제질서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속에서 8월31일부터 9월1일까지 중국 천진(天津)에서 열린 제25차 상하이협력기구(SCO)정상회의는 중국이 주최한 다섯 번째 회의로 약 20개국의 정상-정부 수반과 10개 국제기구 대표 등이 참석한 역대 최대 규모의 회의였다. 의장국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공개 연설을 통해 "보다 평등하고 공정한 다극화된 국제질서 수립"을 천명하고 회원국들 간 안보 및 경제 협력의 가속화 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중국은 다극화 국제질서 구상과 연계하여 회원국에 무상원조 200억 위안과 주요 회원국 은행에 추가 대출 100억 위안을 제시하고 브릭스 신개발은행(NDB)에 이어 상하이협력기구(SCO) 개발 은행 설립 계획을 내놓았다. 또한 일부 서방 국가의 자유무역질서훼손과 차별적 제재, 갑질(覇淩, 괴롭힘)적 조치를 비판하며 러시아, 브릭스, 상하이협력기구(SCO)회원국과의 연대를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상하이협력기구(SCO)+플러스 형식으로 확대된 이번 정상 회의에는 약 21개국 정상들이 함께했다. 시진핑 주석은 기조연설을 통해 "냉전적 사고방식, 패권주의, 보호 무역주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새로운 위협과 도전에 대응하고 정의롭고 합리적인 국제질서 개편을 강조하였다. 정상회의 결과로 일부 국가들의 패권주의 형태를 비판하고 민족 분열주의, 종교 극단주의, 국제테러리즘 등에 공동 대응하고 냉전적 사고와 패권주의,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하는 천진 선언이 공식 채택하여 발표하였다. 지난 2018년 칭다오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 이후 채택된 칭다오 선언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고 역내 지역 지속적 평화와 안정을 수호한다는 중국과 러시아 평화 이니셔티브를 지지를 담았던과 달리 이번 천진 선언문에는 북핵 관련 직접 언급이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對이란 공습,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살 중단 문제, 서구의 일방적 제재 반대 등 기존 미국과 서구 중심 국제질서 한계와 글로벌 거버넌스 개편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중국은 회원국들과 지속적 협력을 위해 자국의 초대형 시장을 개방하고 태양광-풍력 발전 프로젝트, 인공지능(AI) 협력센터 구축, 중국판 GPS 베이더우(BeiDou/北鬥) 위성 항법 시스템 공유, 우주-달 탐사 공동 협력 등 첨단기술분야 까지 회원국간 협력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중장기 구상도 제시했다.
상하이협력기구(SCO)정상회의 이후 중국은 모든 회원국들 의제들을 취합하여 상하이협력기구(SCO) 미래 10년(2026-2035)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미래 10년(2026-2035) 발전계획 주요 내용은 상하이협력기구(SCO)개발은행 설립, 무상원조 200억 위안(2025-2028), 추가 대출 100억 위안(2025-2028), 회원국 대상 장학금 확대와 석/박사과정 신설, 루반공방(Luban Workshop/직업 기술훈련) 10여개 설립, 직업훈련 1만여개 제공 등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한 협력 과제 등을 제시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상하이협력기구(SCO) 미래 10년 중장기 계획 청사진이 마련된 것을 매우 높이 평가하며 중국이 우호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이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2035년까지 다극화 국제질을 가속화하겠고 밝히며 세계 무역기구(WTO) 규범을 훼손하는 일방적 관세 부과, 주권 간섭, 갑질(覇淩, 괴롭힘)조치 등 서방의 패권적 행태에 반대하고 공정하고 평등한 다극 국제질서 구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였다. 이번 천진 공동선언은 세계무역기구(WTO)중심 다자무역체제를 강력히 옹호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대규모 관세 부과 등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적 보복 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한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더 이상 침묵하는 다수가 아닌 행동하는 다수가 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히며 이익 수호를 위한 회원국들 사이 연대와 실천을 강조했다. 특히 기조연설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우 전쟁의 본질을 서방의 직접적 개입과 우크라이나의 가입 시도에서 찾는 주장을 펼쳤고 모디 인도 총리는 신흥개발도상국 발전 열망이 시대에 뒤떨어진 틀에 갇혀서는 안되며 다채로운 꿈과 열망은 기존 흑백 화면에 담을 수 없으며 화면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밝혔다. 이처럼 러우 전쟁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고 글로벌 사우스와 브릭스, 상하이 협력기구(SCO)회원국들이 새롭게 결집하면서 글로벌 질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와 일방주의 정책 등에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며 중국, 러시아, 인도 3개국 정상이 다함께 모여 의기투합을 보여주고 있어 새로운 국제질서 변화 가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GCI)는 중국의 글로벌 발전 구상(GDI), 글로벌 안보구상(GSI), 글로벌 문명구상(GCI) 3대 이니셔티브를 포괄하는 상위 구상으로 미국-서방 주도 국제질서와 차별한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2024년 기준 브릭스 전체 무역액과 경제력 규모는 서방 선진국 G7을 능가하는 중이며 두 그룹간 격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20년 중국과 인도 국경분쟁이 발생하여 상당수 군인들이 사망하면서 양국 관계가 매우 악화되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에 대해 50% 관세 폭탄 이후 중국-인도관계는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으며 약 5년 만에 국경무역과 직항 노선 재개에 합의하였고 약 7년 만에 중국을 공식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가졌다. 향후 유라시아 지역의 주요 국가인 중국, 러시아, 인도 3개국 관계 강화가 국제질서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
2025년 9월 3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정식 명칭: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대회:紀念中國人民抗日戰爭及世界反法西斯戰爭勝利80周年大會)은 2015년 70주년 이후 전승절 기준 두 번째 대규모 열병식으로 중국 공산당 주도의 항일 무장투쟁 승리라는 역사적 서사를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행사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역사 왜곡과 나치주의와 군국주의 미화를 단호히 규탄하며 대(對)나치 및 대(對)군국주의 공동투쟁의 역사가 중러 양국 전략적 협력의 핵심 기반이라고 평가했다. 1)
물론 미국, 일본, 서방국가들은 러우 전쟁을 야기시킨 러시아에 대해 강한 반발과 불만을 제기하며 전승절 열병식 행사에 대거 참석하지 않고 보이콧 하였다. 중국 전승절을 통해 국제 사회가 분열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어 진영간 격렬한 대립이 아닌 상호 소통하고 대화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실상 러우 전쟁이 3년 반을 넘어가며 유럽과 대립하는 러시아, 미국과 경쟁을 벌이는 중국 모두 과거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며 중러 전략적 협력관계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중러 모두 역사적 경험 등을 상하이협력기구(SCO), 브릭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함께 공유하며 모스크바와 베이징에서 각각 전승절 행사를 개최하였다.
이번 전승절 열병식은 약 70분간 진행되었고 45개 편대 규모로 22,000 여명 병력이 참가하였다. 육/해/공군과 로켓군 등 4개 군종, 군사우주, 사이버,정보지원, 병참보장 등 4개 병종이 참가했으며 극초음속(하이퍼소닉) 미사일, 레이저 무기, 스텔스 무인기, 탄도 미사일 요격체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무인 잠수정 등 현대전 양상에 부합하는 신형 전력이 대거 공개되었다. 이중 러시아 핵어뢰 포세이돈과 유사한 초대형 무인 잠수정(XLUUV) AJX002와 첨단 스텔스 공격 드론 FH-97,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DF-51, DF-61 등이 소개되며 중국군의 전력 현대화 성과가 크게 부각되었다.
무엇보다 북-중-러 3국 정상이 66년 만에 한자리에 모이면서 달라진 국제질서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승절 참석은 첫 다자 외교 무대 데뷔이자 2019년 1월 방중 이후 약 6년 8개월 만에 중국 공식 방문이었다. 특히 열병식 주석단 좌석 배치는 시진핑 주석(중앙)–푸틴 대통령(우)–김정은 위원장(좌) 순으로 중국이 북중러 3국 연대의 핵심고리이자 중심축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처럼 북중러 3국 공조는 각국의 전략적 이해가 교차한 결과로 해석된다.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에 대응해 반(反)미 블록화를 도모하고, 러시아는 러우 전쟁 장기화로 인한 대러 제재를 완화할 대외적 지지 확보, 북한은 대중-대러 관계 개선과 국제적 고립 탈피,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중러 3국이 동상이몽(同床異夢) 이라 실질적 협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다른 한편에선 북한이 고립 외교에서 진영 외교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외무성 간부 회의에서 “우리 중심의 지역 외교무대에서 한국에겐 자리조차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하여 과거와 전혀 달라진 대외전략 변화를 시사했다. 전승절을 계기로 중국-러시아가 북한을 받아들이고 지지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상하이협력기구(SCO) 또는 브릭스 옵서버 참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북핵문제와 대북제재 등으로 당장 상하이협력기구(SCO) 혹은 브릭스 옵서버 국가 참여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향후 미중전략경쟁 격화, 러우전쟁 장기화, 한미일 3국 안보협력 강화 등 국제 정세가 첨예한 진영간 대결로 격화되고 북한 역시 중국과 러시아 전략적 지지 아래 유라시아 지역 중심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우호적 관계를 추진해 나갈 경우 북한의 옵서버 참여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국은 진영간 대결구도가 격화되지 않도록 보다 균형적인 대외정책 모색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기존 북미관계 개선 등을 통한 고정된 방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남북관계 개선 시도가 요구된다. 이처럼 북중러 3국 정상이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중국, 러시아, 북한 모두 새로운 다극화-유라시아 중심의 국제질서 수립을 도모하여 브릭스, 상하이협력기구(SCO)회원국들과 경제-안보 협력이 보다 구체화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이번 상하이협력기구(SCO)정상회의와 북중러 3국 정상의 전승절 참석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알리는 상징적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러우 전쟁 이후 미국-서구 중심 국제질서에 구조적 변화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이를 놓고 100년 만의 대격변(百年大變局)전환 시기로 규정한다. 특히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BRI)와 인류운명공동체 (人類命運共同體) 구상 아래 글로벌 발전 구상(GDI), 글로벌 안보 구상(GSI), 글로벌 문명 구상(GCI)에 이어 글로벌 거버넌스구상(GGI)을 제시하며 공평하고 평등한 다극 국제 질서를 촉구하고 있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새로운 다극화 국제질서 구축에 반발과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에 적극적 동참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미국과 서방 국가들 역시 과거와 구별된 보다 매력적이고 우호적 정책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상하이협력기구(SCO)정상회의와 북중러 3국 정상의 전승절 참석 이후 서방 대(對) 반서방의 진영 구도가 더욱 선명해졌고 러우 전쟁의 장기화, 미중 전략경쟁, 대만해협의 불안정, 한미와 한미일 안보협력과 북중러 연대가 맞물리며 탈 냉전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 주도권 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지난 70년간 한국은 한미동맹과 서방 주도 질서 속에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했으나 국제질서 전환기에는 기존의 미국-서방 일변도 접근만으로는 대외정책 추진이 매우 쉽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승절 불참과 우원식 국회의장 대리 참석은 한국이 처한 복합적이고 다층적 외교적 현실과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중,한러,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 않으면서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균형 외교를 시도하되 급변하는 글로벌 지정학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중장기 대외 전략 설계가 요구되는 매우 어려운 국가적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북중러 3국 연대가 구체화되어 나타날 경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뿐만 아니라 남북-북미관계에도 상당한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과거 북핵 문제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중재자 역할이었다면 점차 후원자 역할로 이동하고 있어 한반도 비핵화는 더욱 큰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급변하는 국제질서 변화구도 속에서 한국은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주변국 관계를 접근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며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중국과 러시아 관계 개선도 동시에 추구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 정치-외교적 관계 개선이 어려울 경우 전략 소통 복원 및 외교적 공간 확보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을 통한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 모멘텀을 확보하는 기민한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 이처럼 한국 역시 달라진 국제질서 변화를 자의적 시각이 아닌 매우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에서 바라보며 냉전 이후 두 번째 국제질서 대전환 시기를 준비해 나가는 노력이 요망된다. 향후 한국은 한미동맹 못지 않게 이웃 국가인 중국, 러시아와 균형적이며 우호적 관계 구축을 통해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모색하며 과거와 달라진 국제질서 현실 구도 속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과 새로운 대외정책 방안을 제시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제25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10년(2026-2035)발전 계획 제시
| 9.3 전승절 80주년 행사와 북중러 3국 정상 동시 참석
1) 지난 1930년대 항일전쟁 당시 소련은 중국을 지원했으며 1937년 10월부터 1941년 6월 사이 소련이 중국에 전투기 약 1천235대, 화포 수천문, 수만정의 총과 탄약, 장비 및 보급품을 제공하였고 1945년 소련의 중국 동북 지역 진군 이후 극동 지역 정세를 완전히 바꿔놨고 군국주의 일본의 항복을 받아 내는 계기가 되었다.
| 한국 외교의 선택과 대응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