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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김정은 시대 국가운영체계의 재정비: 2026년 당규약과 헌법 개정을 중심으로

등록일 2026-09-09 조회수 132 저자 최은주

2026년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와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를 통해 조선노동당규약과 헌법이 잇달아 개정되면서 그 내용과 의미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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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당규약과 헌법 개정을 중심으로
2026년 9월 9일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ej0717@sejong.org
2026년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와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를 통해 조선노동당규약(이하 '당규약')과 헌법이 잇달아 개정되면서 그 내용과 의미가 주목받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은 변화는 남북관계와 국가목표의 재정의이다. 그러나 2026년 당규약과 헌법 개정을 두 국가 관계의 제도화라는 측면에서만 살펴볼 경우 이번 개정의 범위와 함의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변화와 함께 김정은 시대에 형성되어 온 정치노선과 국가운영방식이 당규약과 헌법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폭넓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개정에서는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당과 국가의 권한구조를 구체화하는 한편, 당·국가기관과 지방의 정책집행·점검·책임체계를 강화하고 경제·사회정책의 변화에 맞추어 국가의 역할과 제도의 운영방식을 조정하려는 흐름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김정은 시대에 형성되어 온 국가운영 방식이 당과 국가의 기본규범으로 제도화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당규약과 헌법의 주요 개정 내용을 함께 분석하고, 이를 통해 김정은 시대 국가운영의 변화와 향후 한국의 대북정책에 갖는 함의를 검토한다.
| 당규약과 헌법 개정의 주요 흐름
북한은 2026년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조선노동당 규약을 개정한 데 이어 3월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였다. 당규약과 헌법은 각각 당과 국가의 기본규범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지만, 당이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국가기관이 이를 법과 제도, 행정체계를 통해 집행하는 북한 정치체제의 특성상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두 기본규범의 개정을 함께 살펴보면 제9차 당대회를 계기로 북한이 향후 국가를 어떠한 원리와 방식으로 운영하려 하는지를 보다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번 개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변화는 남북관계와 국가목표의 재정의이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통일·대남기구를 정리하였고, 2024년 6월에는 당규약의 서문에서 '공화국 북반부'와 '전국적 범위'를 구분하던 당면목적과 통일전선 관련 규정을 삭제하였다. 2026년의 개정 헌법에서는 조국통일 관련 규정과 함께 기존 제9조에 포함되어 있던 '북반부', '사회주의 완전승리',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원칙이 삭제되었으며, 대한민국을 처음으로 헌법 본문에 명시하여 북한의 남쪽에 접한 별도의 국가로 규정하였다.(2023년 헌법 제9조; 2026년 헌법 서문·제2조) 다만 '적대적 두 국가'라는 표현이 헌법에 직접 조문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개정은 두 국가 관계와 영토국가성을 헌법적으로 제도화하는 동시에 통일을 전제로 설정되어 있던 기존의 국가목표를 재정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과 국가의 기본규범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도 일련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당규약에서는 2021년 제8차 당대회 개정을 통해 김일성·김정일의 혁명과 당건설·국가건설, 조국통일 업적을 개별적으로 서술하던 내용이 대폭 정리되었고, 2026년 헌법 전문에서도 김일성·김정일의 국가건설과 조국통일 업적에 관한 내용이 삭제되었다. 헌법의 명칭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으로 변경되었다. 다만 헌법에서 사회주의국가로서의 성격과 사회주의건설의 기본원칙은 유지되고 있어 이러한 명칭 변경 자체를 사회주의적 국가성격의 변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김일성-김정일주의와 혁명전통에 관한 규정도 유지되었으며, 당규약에서 이미 사회주의건설의 총노선으로 규정하고 있던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이 2026년 개정 헌법에서도 같은 위상으로 명시되었다.
따라서 2026년 당규약과 헌법 개정은 김일성-김정일주의와 혁명전통의 계승을 유지하면서 김정은 시대에 형성된 당·국가 운영원리와 정책과제를 기본규범에 보다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치적 결정과 통제를 중앙과 최고지도자에게 집중하는 동시에 정책을 실제로 수행하는 당조직과 국가기관, 지방의 집행기능과 책임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은 이번 개정을 관통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 당 운영체계와 정책집행·관리기능의 강화
2026년 당규약 개정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당의 영도를 실제 정책집행과 조직운영의 과정으로 구체화했다는 점이다. 2021년의 당규약 개정이 총비서제와 비서국의 복원 등 김정은 시대 당 운영의 기본적인 조직 틀을 정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2026년 개정은 이러한 조직들이 어떠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작동하고 정책집행을 관리할 것인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였다.
먼저 정치건설·조직건설·사상건설·규율건설·작풍건설이라는 '5대 당건설노선'이 당규약 서문에 명문화되었다. 이는 2022년 이후 제시되어 온 새시대 당건설 방향을 당의 기본규범으로 격상한 것으로, 당건설의 범위가 사상교양과 조직생활뿐 아니라 간부관리와 규율, 사업작풍 등 당의 실제 운영과 정책집행을 포괄하도록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1)
정책집행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체계도 강화되었다.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소집주기는 1년에 한 번 이상에서 6개월에 한 번 이상으로 변경되었다. 이는 제8기 이후 이어져 온 반기별 전원회의 개최를 규약에 반영한 것으로, 당대회와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정책의 이행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취하는 운영방식을 제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국은 당대회와 당중앙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사업을 조직·지도하고,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정치국회의 사이에 제기되는 중요 문제를 처리한 뒤 그 정형을 전원회의에 보고하며, 비서국은 간부사업을 비롯한 당 내부사업과 지방당조직 문제 등을 담당하면서 월 1회 이상 회의를 개최하도록 하였다.(당규약 제26~29조) 이를 통해 정책의 결정과 집행, 보고와 점검을 담당하는 당 지도기관 사이의 기능과 관계가 보다 구체화되었다.
국방사업도 이러한 정책집행 점검체계에 포함되었다. 당중앙군사위원회를 6개월에 한 번 이상 소집하고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앞서 당의 국방정책 집행정형을 총화하여 전원회의에 보고하도록 하였으며, 도·시·군 당군사위원회도 해당 당위원회 전원회의에 국방정책 집행정형을 보고하도록 규정하였다.(당규약 제30조·제39조) 이는 국방사업을 당중앙과 각급 당위원회의 정례적인 정책결정·집행·점검체계 안에서 관리하려는 방향을 보여준다.
총비서에게 부여된 조직·인사·규율 관련 권한도 구체화되었다. 총비서는 당의 중요간부를 직접 임면하고, '특출한 공로를 세우거나 정치사상적으로 준비된' 공민을 당원 또는 후보당원으로 직접 받아들이며, 당원을 출당시키거나 당의 조직원칙과 규율을 중대하게 위반한 당조직과 당기관의 부서를 해산할 수 있도록 규정되었다.(당규약 제24조) 이는 당중앙 차원의 집체적 의사결정체계를 유지하면서도 당조직과 당원에 대한 총비서의 직접적인 조직적 통제 권한을 당규약에 보다 명확하게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원과 당조직에 대한 규율도 사상과 조직생활뿐 아니라 정책집행의 책임과 재산관리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되었다. 부정축재가 세도·관료주의·부정부패와 함께 당원이 반대하여 투쟁해야 할 대상으로 명시되었으며, 당책벌에는 견책과 사업정지가 새롭게 포함되었다.(당규약 제4조·제7조) 또한 맡은 사업을 무책임하게 수행하여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당조직에는 경고·엄중경고·사업정지·재구성 등의 책벌을 줄 수 있도록 하였다.(당규약 제20조) 이는 당정책의 관철 여부를 당조직과 간부에 대한 평가 및 규율과 보다 직접적으로 연결하려는 변화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규율 강화가 실제 당 운영에 적용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2026년 6~7월 북한이 공개한 인민군 총정치국 간부 박희철의 부정축재 사건은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조사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소환, 최고재판소의 재판으로 이어졌다.2) 이는 당규율에 따른 조사와 정치적 책임 추궁, 사법적 처리가 연계되는 양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상의 변화는 최고지도자의 조직적 통제 권한과 제도화된 정책집행·관리체계가 함께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의 방향과 주요 결정은 당중앙에 집중하면서 전원회의·정치국·비서국과 각급 당조직을 통해 정책을 집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점검하며, 집행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는 운영체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비한 것이다.
| 국가수반의 권한 강화와 국가기구 체계의 재정비
당규약에서 총비서를 중심으로 당의 영도체계와 조직적 통제 권한이 구체화되었다면, 헌법에서는 국무위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국가권력 구조와 권한관계가 한층 명확해졌다. 2026년 개정 헌법은 제6장 국가기구에서 국무위원장을 최고인민회의보다 앞에 배치하고, 기존의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령도자'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으로 지위를 변경하였다.(2023년 헌법 제100조; 2026년 헌법 제86조) 최고인민회의의 국무위원장 소환권과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에 대한 책임조항은 삭제되었으며, 국무위원장에게 법령 등에 대한 거부권과 최고인민회의 휴회 중 중요간부의 사업정지·임면권 등이 새롭게 부여되었다.(2023년 헌법 제91조·제104조·제106조; 2026년 헌법 제90조·제96조)
특히 정령권의 변화는 국무위원장의 권한 강화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는 국무위원회가 정령을 채택하도록 규정되어 있었으나, 2026년 개정에서는 국무위원회의 정령권이 삭제되고 국무위원장이 명령과 정령을 내도록 변경되었다.(2023년 헌법 제111조; 2026년 헌법 제91조·제108조) 이는 기존 국무위원회의 정령권이 국무위원장에게 이관된 것으로, 국가기구에 부여되어 있던 권한을 국무위원장의 헌법상 권한으로 보다 직접적으로 규정한 변화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무위원장에게 국가수반으로서의 지위와 주요 국가적 권한을 집중시키고, 이를 헌법의 국가기구 체계와 권한관계에 보다 분명하게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당규약 개정과 함께 보면, 당에서는 총비서에게 조직·인사·규율상의 권한을 구체적으로 부여하고 국가에서는 국무위원장에게 국가수반으로서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최고지도자의 당적 지위와 국가적 지위를 각각의 기본규범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조가 한층 선명해졌다.
핵무력에 관한 규정도 국무위원장의 헌법상 권한 강화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2년의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는 핵무력의 사명과 구성, 지휘통제, 핵무기 사용조건과 집행절차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국무위원장에게 핵무력에 관한 결정권을 부여하는 한편, 지휘통제체계가 위협받는 상황에 대비한 운용방식도 제시하였다.3) 2026년 개정 헌법은 이러한 핵무력 지휘·통제체계의 일부를 헌법에 반영하여, 국무위원장에게 핵무력에 대한 지휘권을 부여하고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핵무력 사용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헌법 제89조) 이는 기존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던 핵무력 지휘·통제에 관한 국무위원장의 권한을 헌법에 직접 명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방 관련 규정도 확대되었다. 국방 장은 기존 4개 조문에서 6개 조문으로 늘어났으며 국방과학기술과 국방공업의 주체화·현대화·과학화, 전민항전준비 관련 조항이 신설되었다.(헌법 제60조·제61조) 이는 핵무력과 함께 국방과학기술과 국방공업, 사회적 동원 등 김정은 시대에 추진되어 온 국방정책의 주요 내용을 헌법상 국가과제로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지방발전과 경제·사회제도의 변화
2026년 헌법 개정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김정은 시대에 확대되어 온 지방발전과 경제·사회정책이 국가의 기본규범에 반영되고, 이를 집행하기 위한 국가기관의 역할과 운영방식도 함께 조정되었다는 점이다. 헌법 서문에 "시대의 변천과 혁명실천의 요구에 맞게 사회전반에 대한 인민정권의 통일적지도와 관리를 끊임없이 강화"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번 개정에서는 북한이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온 주요 정책의 기본원칙과 과제가 헌법에 반영되고, 이를 지속적으로 집행·운영·관리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과 제도적 기반도 함께 정비되었다.
2026년 개정 헌법에서는 지방발전과 관련한 조항이 신설되어 국가가 시·군의 자립적이며 다각적인 발전을 추동하고 지방공업공장의 현대화와 정보화를 추진하며, 지방발전의 물질기술적 토대와 조건을 마련하도록 하였다.(헌법 제26조) 지방발전정책의 확대와 함께 지방주권기관의 권한과 중앙의 지도체계도 재정비되었다. 지방인민위원회는 인민회의 휴회중 해당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사무장·위원과 재판소 판사·인민참심원을 선거·소환할 수 있도록 권한이 확대되었으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는 지방인민위원회의 주권사업을 지도하는 권한이 명시되었다.(헌법 제112조·제140조)
특히 지방인민위원회와 상급기관의 관계가 기존의 '복종'에서 '지도밑에 사업'하는 관계로 변경된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2023년 헌법 제152조; 2026년 헌법 제144조) 이는 중앙의 통일적 지도 아래 지방주권기관이 자신의 권한과 책임에 따라 구체적인 사업을 조직·집행하는 기능을 보다 강화하려는 변화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방 단위에서 수행해야 할 정책사업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과도 관련되어 있다. 지방공업공장과 지방병원, 각종 생활서비스시설의 건설과 운영이 확대될수록 지방 차원에서 사업을 조직하고 필요한 자원과 인력을 확보하며 지속적으로 운영·관리하는 기능도 중요해진다. 2026년 6월 당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시·군인민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높이는 문제가 별도의 의정으로 다루어진 것도 이러한 정책 방향과 연결하여 볼 수 있다.4)
과학기술 관련 규정의 순서도 조정되었다. 제3장 문화에서 과학연구사업과 과학기술발전계획에 관한 규정이 기존보다 앞부분에 배치되었으나 조문의 내용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어, 이러한 재배치의 의미를 확대해석하기는 어렵다.(2023년 헌법 제50조·제51조; 2026년 헌법 제40조·제41조)
경제 관련 규정에서는 개인소유에 관한 규정의 변화도 주목된다. 기존에는 개인의 텃밭 경작이나 부업 등 개인소유가 형성되는 구체적인 방식을 열거하였으나, 개정 헌법에서는 이를 '개인이 합법적으로 얻은 수입'이라는 포괄적인 규정으로 변경하였다.(2023년 헌법 제24조; 2026년 헌법 제21조) 이는 현실에서 다양해진 개인소득의 형태를 헌법상 개인소유의 범위 안에서 포괄할 수 있는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개인소유의 인정 기준을 '합법적으로 얻은 수입'으로 규정함에 따라 무엇을 합법적인 소득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의 법적·정책적 규율도 중요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세금이 없어진 우리 나라'와 근로자들이 '실업을 모른다'는 기존의 표현이 삭제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2023년 헌법 제25조·제29조; 2026년 헌법 제22조·제27조) 북한은 그동안 세금의 폐지와 완전고용을 사회주의 경제제도의 특징이자 우월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제도로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표현상의 정리로만 보기 어렵다. 이는 세금의 부재와 완전고용을 사회주의 경제제도의 고정된 특징으로 명시하던 기존의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현실의 경제운영과 향후 제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힌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정 헌법에서도 사회주의국가의 성격과 사회주의적 소유 및 계획경제의 기본원칙은 유지되고 있어, 이러한 변화 자체를 사회주의 경제제도의 기본 성격 변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보건분야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기존 헌법에 명시되어 있던 전반적 무상치료제와 의사담당구역제·예방의학제도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은 삭제되고, 그 자리에 '사회주의보건제도의 공고발전', '의료서비스(봉사)의 질', '보건부문의 물질기술적 토대 강화'를 중심으로 조문이 재구성되었다.(2023년 헌법 제56조; 2026년 헌법 제49조) 주민들의 기본권에서도 '무상으로 치료받을 권리'가 '치료받을 권리'로 수정되면서 '무상'이라는 표현이 삭제되었다.(2023년 헌법 제72조; 2026년 헌법 제71조)
이러한 보건 관련 규정의 변화는 북한의 의료보장 방식이 조정되고 있을 가능성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2026년 3월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보건보험기금에 의한 의료보장제의 도입 확대를 제시하고 보건법 개정을 예고하였다.5) 헌법에서 전반적 무상치료제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 삭제되고 별도의 기금을 통한 의료보장 확대가 정책과제로 제시되었다는 점은, 국가가 의료서비스를 보장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재원조달과 운영방식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보건보험기금의 조성주체와 부담방식, 국가예산과의 관계, 주민의 기여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이러한 변화가 주민의 직접적인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지방발전의 헌법상 과제화와 지방주권기관의 기능 강화, 개인소유에 대한 포괄적 규정, 조세와 실업에 관한 기존 표현의 삭제, 보건분야에서의 '무상' 표현 삭제 등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이루어진 변화이지만, 북한이 현실의 경제·사회 운영과 확대된 정책과제를 헌법에 반영하면서 국가의 역할과 제도의 구체적인 운영방식을 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국가의 통일적 지도와 사회주의제도의 기본원칙을 유지하면서 중앙과 지방의 역할, 개인의 경제활동을 규율하는 방식, 주민생활 보장에 필요한 재원과 부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여지를 넓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관련 법률과 하위규정의 제·개정 방향은 이러한 변화가 실제 제도와 운영에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파악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 평가와 정책적 함의
앞서 살펴본 2026년 당규약과 헌법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당에서는 총비서의 조직·인사·규율 권한을 구체화하고 국가에서는 국무위원장의 국가수반 지위와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하는 권한구조가 보다 명확해졌다. 둘째, 당 지도기관과 국가기관, 지방의 정책집행·보고·점검체계를 구체화하고 집행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운영체계가 정비되었다. 셋째, 지방발전과 개인소유, 조세·고용, 보건 등에서는 현실의 경제·사회 운영과 확대된 정책과제를 반영하여 국가의 역할과 제도의 구체적인 운영방식을 조정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권한의 단순한 중앙집중이나 지방의 자율성 확대라는 어느 한 방향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정책의 방향과 우선순위, 정치적 통제는 중앙이 보다 강하게 장악하면서 확대된 정책사업의 집행과 관리에 대한 각급 조직과 국가기관, 지방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방식이 함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발전과 경제·사회정책의 헌법상 제도화는 북한 지도부의 정책적 우선순위와 제도적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 자체가 정책의 집행능력이나 실제 성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적 변화가 후속 법률과 정책, 실제 당·국가 운영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가 향후 북한 국가운영체계의 변화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한국의 대북정책에서도 몇 가지 정책적 함의를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의 변화를 대남·통일정책에 한정하지 않고 국가운영체계 전반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국가 관계의 제도화는 중요한 변화이지만 2026년 개정에는 당 운영방식과 권력구조, 핵 지휘체계, 지방발전과 경제·사회제도 등 국가운영 전반의 변화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이 변화된 대내외 환경에 대응하여 국가의 정책결정과 집행, 경제·사회 운영체계를 어떠한 방향으로 재정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의 대북정책도 북한의 개별적인 대남 메시지나 행동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이러한 제도적 변화의 방향과 지속성을 고려하여 수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 남북관계에서는 북한의 두 국가 관계 제도화를 정책의 현실적 조건으로 고려하면서 대화와 협력이 가능한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당규약과 헌법의 개정은 북한의 대남정책 전환이 상당한 수준으로 제도화되었음을 의미하므로, 남북관계를 특수관계로 보아온 기존의 관계 설정만을 전제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설계하기는 어렵다. 향후 남북관계가 재개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북한이 현재의 헌법적 조건 아래 남북 간 접촉과 대화, 협력을 어떠한 방식으로 설정하려 하는지를 살펴보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적·제도적 방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다만 남북대화의 재개 자체를 북한의 대남전략이나 남북관계에 대한 기본인식의 변화로 해석하기보다, 대미관계와 대외환경, 경제적 필요 등 당시 북한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북한의 핵문제에서는 핵능력과 함께 지휘·통제체계의 변화를 주요 분석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 2026년 헌법이 핵무력에 대한 국무위원장의 지휘권과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사용권한의 위임을 헌법상 권한으로 규정한 만큼, 향후 핵전력의 고도화뿐 아니라 지휘체계와 권한위임, 핵·재래식 전력의 관계, 위기상황에서의 의사결정 구조를 지속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의 핵운용체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문제이면서 한반도 위기관리와 향후 군비통제 논의를 준비하는 데에도 중요한 과제이다.
넷째, 지방발전과 경제·보건 분야의 제도 변화를 향후 남북협력 수요를 파악하고 협력방안을 준비하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지방의 집행책임과 국가의 지원체계를 함께 정비해 나간다면 향후 협력 수요도 시설건설과 물자지원에서 운영재원, 전문인력 양성, 설비 유지관리, 의료서비스, 생산 및 품질관리, 정보화 등 운영단계의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현 단계에서 직접적인 남북협력이 어렵더라도 북한의 지방발전과 사회서비스 운영에 관한 자료를 축적하고 관련 분야의 다양한 형태의 협력방안들을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다섯째, 북한 사회주의 운영체계의 변화 가능성을 중장기적인 관찰과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개별적인 제도 변화를 시장화나 사회주의 원칙의 후퇴로 성급하게 규정하기보다 북한이 사회주의적 국가책임과 통일적 지도를 유지하면서 변화된 경제·재정 여건에 맞게 중앙과 지방, 국가와 기관·기업체 사이의 역할과 부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특히 조세·고용·보건 관련 표현의 변화가 향후 관련 법률과 재정·운영제도의 변화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6년 당규약과 헌법 개정은 북한이 김정은 시대에 추진해 온 정치·경제·사회·국방정책을 당과 국가의 기본규범으로 정리하는 동시에 향후 이를 실제로 운영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정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규범의 변화 자체와 함께 이러한 규정들이 제9기(2026~2030년)의 실제 당·국가 운영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당중앙의 정책결정과 국가기관의 집행, 중앙의 통일적 지도와 지방·경제단위의 책임, 국가의 사회적 책임과 새로운 재원·운영방식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지속적으로 추적할 때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국가운영이 향하는 방향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1. 김정은, "새시대 우리 당건설방향과 조선로동당 중앙간부학교의 임무에 대하여 조선로동당 중앙간부학교 기념강의", 『로동신문』, 2022.10.17.
  2. 조선중앙통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전원회의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 2026.6.23.; "당, 정, 군 연합회의 진행", 『로동신문』, 2026.7.11.
  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법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 『로동신문』, 2022.9.9.
  4.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전원회의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 『로동신문』, 2026.6.23.
  5.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시였다", 『로동신문』, 2026.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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