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일 미국은 의회 하원 435석 전원과 상원의 35석, 주지사직 36명을 놓고 중간선거를 치렀다. 미국 대통령 임기 중반에 상반기 성적을 평가하는 성격으로 이루어지는 중간선거에서 대체로 집권 초의 기대를 맞추지 못하는 집권당이 의석을 잃는 경향을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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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미국 중간선거와 포스트 트럼프 국제질서 |
| 2026년 11월 4일 |
윤여철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yoon.yeocheol@gmail.com
I. 들어가는 글
지난 11월 3일 미국은 의회 하원 435석 전원과 상원의 35석, 주지사직 36명을 놓고 중간선거를 치렀다. 미국 대통령 임기 중반에 상반기 성적을 평가하는 성격으로 이루어지는 중간선거에서 대체로 집권 초의 기대를 맞추지 못하는 집권당이 의석을 잃는 경향을 보여 왔다. 특히 트럼프 2기 들어 더욱 강화된 일방주의 정책과 대통령 개인의 기행과 부패에 대한 반발로 이번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의 약진이 예상 되어왔다. 민주당의 하원 석권은 오래전부터 점쳐져 왔으나1) 상원은 금번에 투표가 이루어지는 선거구가 전통적 공화당 우위 지역이라는 점에서 공화당이 힘들게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선거 막바지에 중도층과 기존 트럼프 지지층 일부마저 이탈하면서 민주당은 하원과 상원 모두 큰 차이로 다수당에 복귀하는 결과를 가져와 당초 블루웨이브로 불리며 예상되던 금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약진은 "블루나미(민주당 쓰나미)"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선거 결과는 향후 미국 국내 정치는 물론 국제질서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간선거에 세계의 관심이 그전보다 더욱 집중되었던 것은 트럼프 2기 이후 미국 중심주의 외교·안보 정책과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 접근이 깊어지면서 국제질서 전반에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많은 동맹국이 대응에 고심해 왔기에 금번 선거가 트럼프의 잔여 임기는 물론 그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 방향에 전환점이 될 가능성을 주시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중대한 의미에 비추어, 아직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2년여 남아있기는 하지만, 현시점에서 중간선거 결과가 미국 국내 정치 구조 및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나아가 향후 민주당 정부 집권 시 형성될 정책 방향과 향후 국제질서를 진단해 보고 우리의 선택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중간선거 패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으나 행정부의 과도한 보복 관세 남발과 중동·우크라이나 등지에서의 불필요한 긴장·군사 충돌 촉발이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폭등을 야기하고 이로 인한 물가 상승과 실질소득 감소 등으로 유권자들의 민생 감당 능력(Affordability)이 붕괴한 것이 중간선거 참패의 결정적 원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30%대 초반까지 내려온 트럼프의 지지율은 공화당 후보들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트럼프의 과격한 반이민 정책과 ICE 요원들의 강제 추방 과정에서 폭력 자행 등으로 공화당 지지층까지 지지가 감소하고 있고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라틴계와 아시아계 유권자의 대거 이탈과 트럼프 자신과 가족들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후안무치한 부패 행위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급증한 것도 중요 요인이었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예상보다 큰 폭으로 대승을 거둔 결과, 일부 공화당 내 전통적 국제주의 안보 매파 세력은 트럼프식 모험주의가 민생과 당을 침몰시켰다는 반론의 명분과 정치적 공간을 마련하고 전통적 외교 방식으로 회귀할 동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는 의회 내 '초당적 동맹 수호 연대' 형성을 견인하고 2028년 대선 주자들의 노선에도 영향을 미치며 미국 사회에 한동안 계속될 MAGA의 잔영 효과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라는 개인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중간선거 패배 이후 잔여 임기 동안 트럼프가 그간의 행동을 반성하고 노선을 수정하기보다는, 국내적으로는 선거 결과 불수용 입장을 견지하여 혼란을 장기화하고 의회의 견제에 저항하며 대외적으로는 행정부 중심으로 한 일방주의적 정책과 예측불가능성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소위 "Angry Duck")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러한 집착은 역으로 그의 비전통적 정책에 대한 미국 사회 전반의 피로감을 극대화하여 기존의 예측 가능한 규범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열망을 자극할 가능성도 높다. 예견하기 이르기는 하나, 만약 차기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이를 바탕으로 다자주의 자유주의 규범 재건에 나서되, 그간 표출되어 온 MAGA 지지층의 불만과 민주당 내 사회주의자연합(DSA)의 대중 편향적 성향을 반영하면서 제이크 설리번식 '중산층 대외정책'을 바탕을 둔 '선별적·절충형 다자주의'의 접근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의회 간의 격론을 거치면서 드러날 우크라이나 전쟁 최종 종결 형태는 미국의 향후 대외 문제 관여 향방을 보여줄 것이며, 한편 그간 미국의 전통질서로부터의 이탈을 우려하고 복귀를 촉구해 온 유럽은 프랑스(RN) 독일(AfD) 등 극우 정당의 득세로 내부 결속이 흔들려 다자주의 재건의 단일 파트너로 기능하는 데 한계를 보일 것이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트럼프 잔여 임기 2년간은 트럼프의 레거시 집착과 특유의 거래주의를 최대한 활용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우라늄 저농축 및 재처리 권리 확보)과 핵추진잠수함(SSN) 도입 승인을 과감한 대미 투자와 함께 패키지로 추진하여 트럼프 임기 내에 조기 관철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트럼프 말기 개최 가능성이 남아있는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한미 소통 및 조율을 강화하는 한편, 북한의 호전성에 대비한 한·미 간 확고한 방어 태세를 확고히 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이 확보해 나가는 핵잠 및 원자력 잠재력을 '인태 연합방위의 핵심 공공재'로 규정하여 미국 조야에 안착시키면서 중장기적으로 한미동맹에 대한 민주당 및 초당파 지지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통상관계도 그간의 혼란스런 관세 정책을 호혜적인 방향으로 정리하도록 협의해 나가면서, 양국 간 지속적 무역 확대에도 도움을 주고 향후 우리의 대미 투자 확대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기반으로서 한미 FTA의 복구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II. 트럼프와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 요인
금번 선거에서는 민생 경제를 비롯한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여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은 물론, 기존 공화당 지지층의 이반 내지는 투표 의욕 저하를 초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공화당의 철옹성으로 알려진 캔자스(1932년 이후 민주당 상원의원 최초 배출), 텍사스, 오하이오, 아이오와, 메인 등지에서 민주당 후보가 상원에 당선되고 텍사스, 조지아, 오하이오 등 주요 주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주지사에 당선되어 2024년 트럼프 대선 승리 공식이 붕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1. 대외 모험주의와 '민생 감당 능력(Affordability)'의 결합
일반적으로 외교·안보 이슈는 미국 국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들어 예측 불가능한 일방적 대외 개입과 대중동 강경 군사작전과 같은 불필요한 분쟁(war of choice) 및 관세 위협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을 초래하였고, 이는 국제 유가 폭등과 해상 물류비 급등으로 직결되어 미국 내 수입 물가 전반을 강하게 압박하였다. 일반 미국 시민들이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을 두고 트럼프 탓을 하고, 특히 추계 농번기에 농가 장비에 들어갈 경유 가격 상승에 반발하는 장면은 이번 전쟁이 민생에 미치는 영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2) 한편, 이러한 유가 폭등으로 미국 메이지 정유사들의 수익은 폭등하여 불평등을 심화한 측면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 명분으로 동맹국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부과한 전방위 고율 관세는 수입 원자재 및 소비재 가격 상승을 가져왔다. 특히 상대국의 맞불 관세로 인해 미국 농가와 제조업 수출길이 막히며3) 국내 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Mamdani 뉴욕 시장 당선 시부터 화두가 된 민생 감당 능력(Affordability) 위기를 가져와 공화당 지지층의 표심 이탈을 가져오는데, 유가 상승, 식료품·생필품 가격 급등, 주거비 상승 등 실질 가계 구매력이 붕괴하면서4) 교외 지역 중도층과 무당파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국익 수호'가 아닌 '가계 경제를 파탄 내는 무책임한 대외 모험주의'로 규정하기에 이른다. NBC 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55%가 트럼프의 정책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으며, 트럼프의 경제 정책 지지율은 28%까지 추락, 유권자의 50~57%가 가스, 식료품, 주거비 등 치솟는 생활비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한 것으로 나왔다.5)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구호가 유권자들에게는 "삶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만드는 정책(Unaffordable Policy)"으로 전락하여 서민의 어려움을 가져옴으로써 미국 선거에서 중요한 결정요소가 아닌 대외정책이 이번에는 민생에 대한 영향으로 선거에 악재로 작용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국민의 불만을 트럼프 정부가 얼마나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는가는 러시아산 경유에 대한 제재 면제 조치를 취하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정유시설에 대한 폭격을 중지하라고 압박을 행사하는 반응으로 드러났다.
물가에 대한 영향 이전에 미국-이스라엘 동맹의 이란 전쟁(Iran War) 개입과 이에 따른 지정학적·경제적 충격이 유권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어 유권자의 62%가 이란 전쟁이 "치러야 할 가치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으며,6) 이는 일반 유권자 사이에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2. 트럼프 개인에 대한 거부감과 부패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와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반감으로 트럼프의 직무 수행 지지율은 30%대 중후반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과거 빌 클린턴(1994년)이나 버락 오바마(2010년) 시절의 대패 직전 지지율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비교되고 있다. 그 결과 무당파(인디펜던트)를 포함한 다수 유권자가 이번 투표를 '트럼프에 대한 반대투표'로 정의하며 민주당 지지로 선회, 대거 결집했으며, 유권자의 52%가 트럼프가 지지하는 후보를 뽑지 않겠다고 응답했다.7)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을 위한 ICE 요원들의 강제집행 과정에서 나타난 사상자 발생 등 폭력 사태, 합법적 이민자들에 대한 불이익은 당초 이 정책을 지지한 계층의 환멸을 가져왔고8) 트럼프 지지의 한 축을 담당한 복음주의 기독교도들도 2022년 6월 연방대법원 판결(Dobbs vs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로 1973년 Roe vs Wade 판결로 확립된 헌법상 여성의 낙태권을 폐기하는 목표가 달성된 이후 트럼프 정책에 대한 맹목적 지원 동력을 상실한 것도 지지층 결집의 이완 요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현직 대통령으로서 개인적인 용도 행사에 국가 예산을 지출하거나 외국 정부가 트럼프 개인에 대한 선물을 하거나 개인 사업 관련 시설을 이용하게 하거나 트럼프 가족들의 암호화폐 회사 설립을 통하여 사적인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부패 행위는 최근 민생 감당 능력(affordability) 문제와 맞먹는 수준의 관심과 불신을 야기하여9) 반트럼프 투표 추세를 심화하였다.
이러한 민심의 이반으로 인하여 트럼프가 일반적 득표 능력을 무시하고 MAGA 충성파 중심으로 무리하게 내세운 후보들이 연달아 패배10)하고 공화당 선거 전략이 붕괴한 결과, 패배의 폭이 커지면서 트럼프의 책임론이 더욱 깊어지고 전통적 공화당의 비난이 깊어질 전망이다.
3. 부유층 편향 국내 정책 논란
자신의 대선 유세에서 워싱턴 엘리트들을 비난하면서 소외계층을 보호한다고 주장하던 트럼프가 오히려 부유층에 유리한 세제 개편을 통해 불평등을 심화하고 저소득층 의료지원인 메디케이드 지출 삭감을 추진하여 중도층의 이탈을 가속화하였다. 특히 유권자의 42%가 공화당의 2025년 세금 및 지출 법안을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반감이 표심에 반영되었다.
III. 공화당 패배에 따른 미국 정치 지형 변화
금번 중간선거 결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전반기를 거치며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상실하고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결과, 워싱턴의 권력 중심축이 급격히 분열되고 정치적 조기 레임덕이 예상되는 한편 트럼프 측도 강한 저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11) 즉, 입법권과 예산권을 상실한 트럼프는 오히려 재선의 부담이 없다는 측면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대통령 행정명령과 정상외교를 중심으로 추진하면서 자신의 레거시를 강제 관철하려는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12) 그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가 배출한 모든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어,13) 통상 임기 말 권력 누수를 일컫는 "lame duck"이 아니라 분노에 휩싸여 물불 가리지 않는 "angry duck"이 될 것이라는 예측마저 대두하고 있다.
그러나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예산 통제로 인하여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크게 제한될 것으로 보이며, 상원에서도 다수를 점하게 됨에 따라 행정부 내 주요 인사는 물론 각급 판사의 임명 관련해서도 상원 인준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이미 공화당 내부에서도 자신들의 선거 패배의 책임이 큰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국 국내적으로는 최근 예비선거에서 전통적인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다수의 본선 후보를 배출한 민주당의 좌익 계열, 미국 민주 사회주의자 연합(DSA, 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은 큰 약진을 하였는데 그들의 강한 진보적 성향이 공화당의 흑색선전에 의해 '공산주의자'로 묘사되면서14) 오히려 2028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득표에 전반적 지장을 초래하는 요소가 될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15) 아울러 민생감당능력 담론과 사회주의자 연합의 부상은 미국 사회의 불평등에 주목하고 기득권층과 기업들을 공격하는 MAGA와 다른 형태의 포퓰리스트 기조를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금번 중간선거 결과가 예상보다 심각한 공화당 패배로 귀결됨으로써 공화당 내 레이건식 전통적 공화당 외교정책을 지향하는 국제주의·안보 매파 중심의 소수 상·하원 안보·외교 중진들은 트럼프의 독단적 관세와 무분별한 갈등 촉발이 유가를 올리고 당에 해를 입혔다며 중간선거 공화당 참패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며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도 대두하고 있다.16) 이 경우 트럼프 충성파(Freedom Caucus 등)의 입지가 위축되고 전통 보수파 시각이 당내 수용도가 높아지기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17) 상황에 따라서는 민주당 의회 지도부와 공화당 전통 매파가 연대하여, 트럼프의 돌출적인 주한미군 감축 협박, 나토 무력화, 추가적 일방 관세를 원천 봉쇄하는 국방수권법(NDAA) 및 무역 권한 회수 입법을 통과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 선거 패배의 배경인 '미국 유권자의 민생 심판'이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과 국내 일반 시민의 민생 간의 교차점(nexus)을 제기하여 차기 2028년 대선 주자들의 국제정치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즉, 차기 대권을 노리는 공화당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Affordability 위기' 분노를 목격한 후, 극단적 MAGA 노선과 거리를 두고 '물가 안정과 동맹 협력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적 패권 외교'로 선회할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으며, 현재로서는 미국 보수층을 주도하는 MAGA 세력이 남길 잔영 효과를 부분적이나마 제한하는 구조적 전환도 발생 가능하다고 보인다. 반면, 민생부담능력(affordability) 화두의 영향력이 미국 정치를 좌우 포퓰리스트 경쟁으로 몰고 가면서 반기업적,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면 MAGA와 다른 형태의 자국 중심주의 정책으로 발현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MAGA 사조는 앞으로도 미국 국내 정치에 상당 기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가 임기 이후에도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 보여준 것처럼 재야에서 계속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도 있으나 그의 연령이나 대중의 피로도로 볼 때 예전의 관심은 끌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를 이어 MAGA 진영을 이끌 밴스 부통령도 트럼프와 같이 지지층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나 군중 동원 능력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그간 트럼프에서 파생되던 영향력을 트럼프가 없는 상태에서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아울러 과거 트럼프를 폄훼하던 그들의 전력에 비추어 그의 정치 신조의 일관성에 대한 의문이 재점화되거나, 아예 실용주의나 전통적 공화당 가치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루비오 국무장관도 그의 온건 실용주의 경향으로 그간 트럼프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넘어서는 진정성 있는 MAGA의 사상적 지도자로서 남아있을지가 불확실해 보이고 앞으로 MAGA 기조를 강화하는 역할을 담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역으로 이들이 트럼프와 거리를 두면서 실용주의 기조로 돌아서서 전통적인 공화당을 재건하고 2028년 대선을 주도할 가능성도 제기되기도 한다.
IV. 미국 대외정책 변화와 국제질서·한반도 정세 전망
1. 국제질서
트럼프가 중간선거 패배 이후 정책 정상화 압력에 저항하며 일방주의 기행을 거듭할수록 미국 유권자들의 혼란과 피로감은 극에 달하며,18) 이는 차기 민주당 후보에게 "예측가능한 다자 규범의 복원"을 추진할 강력한 정치적 동인을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19)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방식도 향후 국제질서 형태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인바, ① 트럼프 임기 내에 강제 영토 동결처럼 푸틴의 침략을 용인하는 종전은 미국의 고립주의를 정당화하여 초당파의 결속력을 약화하고 나토의 해체와 "CRINK"의 결속을 공고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한편, ② 전쟁이 트럼프 임기 이후에 나토와 연계된 다자 안보 보장형으로 마무리되고 유럽의 적극적 방위비 분담과 미국의 질서 있는 안보 보장이 결합할 경우, 이를 계기로 미국과 유럽의 협력 기반을 마련하고 미국도 공화당 전통파와 민주당이 공유하는 '책임 있는 다자주의' 재건을 시도해 볼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예측 불가형 일방주의 정책을 이미 경험한 유럽은 미국의 전통주의 노력이 있더라도 불확실성에 대한 헤징을 위해 '전략적 자율성'을 계속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프랑스의 국민연합(RN), 독일의 대안당(AfD) 등 내부 극우 세력의 부상으로 EU 공동 외교·안보 정책이 마비되고, 동·서유럽 간 안보 인식 균열이 겹치면서 다자주의 복원 파트너로서 유럽의 역량이 심각하게 제약되고 미국과 엇박자를 이루면서, 미국 일각의 전통질서 및 역할 복귀 노력이 있어도 추동력을 얻지 못할 가능성도 대두된다.
2. 미국 대외정책 방향 전망
과거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1기의 일탈적 정책의 영향을 탈피하기 위해 다자주의 복귀와 자유주의 규칙 기반 질서를 추구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제이크 설리번이 안보-산업-통상 전략을 결합하여 구축한 '중산층을 위한 대외정책'과 미국 산업 중심의 입법(IRA, Chips Act)을 통하여 미국 경제의 경쟁력과 국민의 혜택 확대를 강력히 지향하여 자국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국내 정치적 취약성을 보완했던바, 민주당 신정부가 성립될 경우, 동맹 복원과 다자 연대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이러한 실용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미국 중심주의에 아직도 충성하는 일부 국민들을 포섭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20)
따라서 미국 정부로서는 유권자들의 민생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국내 제조업 재건과 노동자 보호 요구를 포기할 수 없으므로, 통상 분야에서는 '바이 아메리칸'을 유지하는 '선별적·절충형 다자주의'가 결과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 한반도 관련 사항
미국의 고립주의 경향이 공화당 일부 전통파와 민주당의 연대로 상당 부분 교정되면서, 규범 기반 질서가 일단은 한미일, AUKUS, 쿼드 등 핵심 소다자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강력히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러시아·북한의 권위주의 연대를 억제하고 지정학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 의회와 차기 행정부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한국)의 방위력 강화와 평화적 핵연료 주기 확보를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승인하는 기조로 전환할 최상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상태에서 유럽의 내부 분열과 북·러의 전략적 밀착으로 인해 동유럽과 동북아의 지정학적 회색지대 불안정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중간선거 압승으로 기세를 올린 민주당 의회의 엄격한 청문회·비핵화 검증 압박으로 인해 이벤트성 합의 추진은 상당 부분 봉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이지만, 최근 암호화폐 탈취 사건 관련 이를 북한과 대화 소재로 삼겠다21)면서 개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보인 바와 같이, 트럼프가 잔여 임기 중 깜짝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마지막 발자취를 남기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울러 북한 역시 금번 중간선거 결과를 예의 주시하면서 장기적인 이행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정도로 취약해진 트럼프와의 불확실한, 그리고 위험부담이 있는 담판보다는 기존 북·중·러 연대 입장을 유지하면서 '적대적 두 국가론'과 대남 호전적 위협을 통해 방어적 태세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V. 정책 제언
1. 트럼프 잔여 임기 중 달성 목표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트럼프 잔여 임기 2년간은 트럼프의 레거시 집착과 거래주의를 최대한 활용해 트럼프와 달성한 대규모 대미 투자와 핵잠수함 개발/핵농축 재처리 승인의 전격 맞교환을 실현해야 한다. 레거시와 성과에 쫓기는 트럼프에게 미국 내 함정 MRO 기지 구축, 미 조선업 부흥 투자, 포탄·군수물자 공급 등 파격적인 패키지를 제시하고 그 반대급부로 호주(AUKUS) 수준의 한국형 핵추진잠수함(SSN) 도입 승인 및 일본 수준의 원자로용 연료 농축 및 재처리 허가를 백악관 정상 결단으로 확약할 것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22)
특히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공화당 전통파가 트럼프의 결정을 거부하고 후속 민주당의 일부 경직된 비확산 주의자들이 들어서기 전, 트럼프 임기 내 행정부 차원의 '협정 개정 양해각서(MOU)'는 '공동 성명'을 선제적으로 체결하여 기본 틀을 마련하는 노력을 최대한 전개할 필요가 있다.
2. 미 의회 초당적 지지기반 구축
한국 정부는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 외교·군사위 중진들과 향후 트럼피즘 이후 부활할 공화당 정통 보수 의원들을 집중적으로 접촉하여, 한국이 확보하게 되는 원자력·핵잠 역량이 "미국의 안보 부담을 덜고 대중·대북 억제력을 분담하는 필수 자산"임을 설득하여 트럼프 잔여 임기 내에 초당적인 지지기반을 구축하여 핵잠과 농축·재처리 지원 관련 합의 이행을 위한 기본 틀을 마련해야 한다. 신정부 취임 이후에도 동 사안이 CRINK 공조의 등장 등 변화된 국제 안보 환경 속에서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 필수적임을 인식시켜 조속히 완성해 나갈 수 있도록 동력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23) 아울러 미 국방수권법(NDAA)에 주한미군 감축 저지 조항뿐 아니라 한미 원자력 및 해군력 협력을 지원하는 부속 조항을 명문화하도록 유도하여 안전판을 마련하여 미국 측의 방위 공약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한반도 안정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다.
3. 한반도 안보 관리
우리 정부로서는 원칙적으로 남북 대화 기회를 마련하고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결과를 점치기 어려운 북미 정상회담에 대비하여 한미 양국 간 소통과 조율을 강화하여 대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이되, 북한의 대남 무력 위협 증대와 우리의 대북 억제력 약화는 수용할 수 없는 레드라인 임을 명확히 해두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2개 적대 국가론 선포 이후 심화되는 북한의 호전성,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를 통해 획득한 전투 경험으로 강화된 공격 능력을 감안, 우리는 한미 연합 방어준비태세를 질적으로 강화하고 한국형 3축 체계 완성을 가속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전작권 전환 관련,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에 완성할 경우, 한국인 사령관의 한미 연합전력의 지휘에 문제가 없고 유사시 증원군 및 전략자산 전개에 지장이 없는 체제를 상호신뢰하에 구축하는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만약 조기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전환 시점이 차기 정부로 넘어갈 경우, 현 상태에서 지속적인 연합전력 강화를 위한 미측 추가 조치를 확보하면서 동맹 강화의 의지를 각인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차기 미 민주당 정부 집권에 대비, 민주당 친한파 의원과 주지사 등 대선 후보군에 폭넓게 소통하여 우리의 동맹 내 역할 강화 의지를 전달하고 역할 강화 차원에서 핵잠, 핵연료, 전작권 전환 등이 필요함을 각인시켜 우리 관심 사안의 동력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신정부와 한미 관계를 재설정하는 과정에서 공화당 전통파의 지지를 견인하여 핵협의그룹(NCG)을 초당적으로 제도화하고 실기동 훈련과 결합한 영구적 연합 억제 기구로 정착시키도록 해야 한다.
4. 포스트 트럼프 질서에 대한 적응
전반적인 미 국내 포퓰리스트 압력 아래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 보호무역 장벽을 강화하는 경우에도 한국 정부는 트럼프 임기에 시작된 대미 현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지렛대로 활용하고 전략물자 공동 연구개발 및 공동생산을 통해 이를 우회하고 한국의 실익을 확보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편, 미국 신정부가 트럼프의 혼란스런 관세 정책 전반을 정리하는 노력도 전개하겠지만, 우리 정부도 그간 한미 양국의 무역 확대에 지대한 효과를 가져온 한미 FTA가 조속히 재가동되도록 해야 하며 특히 트럼프 임기 중 서약한 각종 투자 사업의 조기 실현과 국내 기술 공유와 고용증대 기여를 위해서는 한미 FTA 조기 복구가 시급함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동맹 내 역할을 확대하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신뢰를 확보하는 노력을 전개하는 한편,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중견국과도 소통을 계속 유지하면서 급변하는 세계 질서에 대응하는 전략을 교환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상호 긴밀히 협조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유럽 주요국 극우화에 따른 EU 차원의 결속력 약화에도 대비하면서, 유럽 각국에 차별화된 전략을 적용하여 러시아 위협에 직면한 폴란드·발트 3국·루마니아 등을 중심으로 K-방산 및 군수 유지보수 네트워크를 확충하여 관리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크라이나와의 양자 관계는 우크라이나 측의 비공개 합의 위반에 대한 우리 측의 불쾌감을 충분히 표명했으므로 향후 양국 관계는 막후교섭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한국은 이 문제를 단순히 전후 우크라이나 복구 사업 참여에 대한 실익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한국과 같은 자유 진영 국가들의 시각에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의미를 고려하고 한국의 국제적인 '신뢰 자산'을 관리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24) 미국이 민주당 신정부 수립 경우, 유럽과 협력하에 우크라이나 적극 지원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음을 감안하여 적절한 향후 대응 수순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 The Economist, 2026.10.19. Republicans stare down the midterms barrel
- Al Jazeera, 2026.9.7. Iran war: How US consumers spent an additional $100bn on fuel
- PBS News, 2026.4.13. Already under financial pressure, farmers squeezed further by tariffs and Iran war
- Time Magazine, 2026.9.13. Iran War Has Cost U.S. Nearly $40 Billion and Fueled Inflation, CBO Finds
- NBC News (2026.9.20.) Most voters say Trump has hurt the economy
- 상동
- 상동
- 트럼프의 MAGA 지지파는 자신들에 동의하지 않는 공화당원들을 RINO (Republicans in name only, 껍질만 공화당원)라며 경멸했으나, 공화당 반대파는 트럼프를 RITO(Republican in theory only, 이론상으로만 공화당원)이라고 결별을 선언하는 것으로 알려짐
- CBS Polling Partners (2026.10.26.) 83% of voters state that government corruption is a major factor in the congressional vote.
- 공화당 아성인 텍사스 상원의원 선거에서 트럼프가 John Cornyn 현직 상원의원이 아닌 텍사스주 법무장관 Ken Paxton을 지지했으나 민주당 Talarico 후보에게 큰 폭으로 패배
- Washington Post, 2026.10.20. Would Trump accept GOP midterm losses? 7 in 10 Americans doubt it.
- CNN, 2026.10.22. Midterms and Iran: Congress could change hands, but Trump would still control the war
- CBS News, 2026.11.3. Trump says he is prepared to use "tremendous powers" if Democrats take control
- AP, 2026.7.26. Republicans decry a new 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platform as Dem primaries split the party
- Politico, 2026.6.24. Democratic socialists are coming for 2028
- Polish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2026.7. The Republican Party ahead of the 2026 midterms
- The Atlantic, 2026.9.25. The Republicans Are Bolting From Trump
- Kristen Soltis Anderson (NYT Opinion, 2026.5.5.) Trump Is Losing Normie Republicans
- Philip Gordon (Foreign Affairs, 2026.6.9.) Don't Give Up on Global Order
- Rana Foroohar (FT Opinion 2026.10.9.) Foreign policy matters — and the Democrats need one
- 머니 투데이 (2026.11.1.) 트럼프 "바이낸스 해킹, 소행 확인되면 북한과 대화"
- 박인국 (조선일보, 2026.10.12.) 이재명 외교, '골키퍼 없는 페널티킥' 놓칠 것인가)
- 마이클 그린 (중앙일보, 2026.10.22.) 트럼피즘의 종말
- 이재승 (중앙시평, 2026.10.20.) 우크라이나 전쟁,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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