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은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나온 가장 큰 뉴스였다. 북한의 위협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이러한 역량을 추구하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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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새로운 전략 선택지와 정책 과제 |
| 2025년 11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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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워드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pward89@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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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은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나온 가장 큰 뉴스였다. 북한의 위협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이러한 역량을 추구하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김정은은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국방 5개년 발전계획’의 일환으로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을 공개했다. 이후 올해 3월 북한은 건조 중인 핵잠수함의 선체를 김정은이 시찰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속도, 은밀성, 지속 작전 능력으로 두려움을 주는 무기가 북한의 핵전력 일부로 편입될 가능성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은, 양국 간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능력을 제한하는 ‘123원자력협정’ 개정 가능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사전 언급 속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회담의 결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역대 한국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목표였다. 즉, 잠수함용 핵추진 기술을 확보하고, 미국 정부로부터 건조 승인을 얻으며, 나아가 추진용 핵연료의 공급을 허용받는 것이었다.
이번 세종포커스는 핵추진 잠수함 문제를 다룬다. 핵추진 잠수함의 전략적 논리를 검토하고, 한미 양국 정부가 현재 계획하고 있는 사안을 살펴본다. 또한, 건조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떠한 대안이 고려되어야 하는지를 논의한다. -
핵추진 잠수함은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다. 디젤연료를 사용하는 잠수함보다 속도가 빠르다. 따라서 수상함이나 다른 잠수 무기체계 등 해상 표적뿐 아니라, 탑재 무장에 따라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을 이용해 지상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훨씬 더 위협적인 전력이다.
게다가 사용되는 핵연료의 농축도(저농축 혹은 고농축)에 따라, 10년에서 20년에 한 번, 혹은 전혀 재장전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반면 디젤잠수함은 몇 달마다 인근 기지에서 연료를 보급해야 하며, 잠수한 채로 몇 주 이상 작전하기도 어렵다. 이는 수중 추진용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 디젤 엔진을 가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 지원 등으로 이러한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면, 해상전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기존의 노후하고 소음이 큰 로미오급 잠수함이나, 전술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고 알려진 신형 김군옥영웅함에 비해 훨씬 빠르고 은밀하게 한반도 주변 해역을 순환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북한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 마찬가지로 상시 해상 억제력(continuous-at-sea deterrent) 체계를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북한의 핵전력이 탐지하기 훨씬 어려워지고, 선제공격에 활용하기 쉬워지며, 결과적으로 남한에 대한 핵 위협과 강압(direct nuclear coercion) 의 신뢰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핵추진 잠수함은 북한이 미국 본토 민간 표적을 보다 근거리에서 타격할 수 있다는 위협의 신빙성을 높여줄 수 있다. 북한이 핵추진 탄도미사일잠수함(SSBN)을 서태평양에 전개할 경우, 미국이 북한의 핵 공격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한국이 단기간 내에 북한 수역으로 진입해 전력을 투사할 수 있도록 하며, 북한이 핵전력으로 한국의 지상 재래식 전력을 무력화해도 북한에 대해 보복할 수 있는 제2격 동력이 될 수 있다. 비록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은 재래식 무장만 탑재하더라도, 높은 은밀성과 정밀 타격 능력은 북한의 지휘부를 신속히 제거할 수 있는 참수작전의 실효성을 강화할 것이다.
핵추진 잠수함은 또한 한반도 연안뿐 아니라, 서태평양, 일본 열도 주변 및 동아시아 전역에서 대잠수함전(ASW) 작전을 지원하는 데에도 투입될 수 있다. 이는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뒷받침하고, 미국의 대한(對韓) 안보 공약을 강화하며,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억제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대일관계 등의 주변국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
이번 APEC 정상회의는 한국의 안보 태세에 있어 중대한 진전을 의미했다. 한국이 자국 방어에 필수적인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의 입장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향후 건조될 핵추진 잠수함에 사용할 연료를 미국이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한국이 한미원자력협정의 제약으로 인해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생산할 수 없는 유일한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을 제외하면, 한국은 독자 개발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자주적 방위 역량에 대한 국가적 의지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산업—특히 잠수함 건조 능력—을 반영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조선산업 재건(Making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MASGA)”이라는 동맹 확대 의제의 일환으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한국의 핵잠은 현재 한화그룹 (한화시스템(60%)과 한화오션(40%))이 소유하고 있는 필라델피아 조선소(Philly Shipyard)에서 건조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일자리 창출, 미국 내 재산업화 촉진, 그리고 거의 붕괴된 해운·조선 산업의 부활을 지원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한화그룹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필라델피아 조선소가 잠수함을 건조할 설비조차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핵물질을 취급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당 조선소는 주로 상선 및 민수선 중심의 사업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잠수함 건조를 위한 신규 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에는 막대한 시간과 자원이 소요된다.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경우, 한국 내에서 건조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지연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거제 옥포조선소는 이미 잠수함 기술적 기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설 업그레이드 비용도 훨씬 적게 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 숙련 인력을 재교육하는 편이, 잠수함 건조 경험이 전무한 미국 인력을 새로 양성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미국의 잠수함 건조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 내 생산시설과 인력의 적극적 활용 필요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 추진 기술과 대규모 함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 조선산업은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역량을 상실하고 있다. 정비 대기 중인 잠수함의 수는 늘어나고 있으며, 신규 건조 속도는 미 국방부의 조달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고려할 때, 한국이 미국 내에서 완전히 새로운 핵추진 잠수함 건조 인프라와 인력을 단기간에 구축하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 자국 내 기반을 두고 세계 최대의 군수 조달체계를 보유한 미국 기업들조차 안정적 공급망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화그룹이 미국 내에서 동일한 수준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잠수함(SSN) 건조에 대한 미국 측 승인을 요청하면서 중국까지 거론한 것은, 미국 안보전략의 핵심인 대중 견제 기조에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중국의 서해 내 구조물 설치로 인해 한국 영해가 침범당할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는 향후 한중 관계에서 마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핵잠수함 사업은 대북 억제와 자국 영해 방어에 목적이 있음을 대중 외교에서 적극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회 보고에서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완성하기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의 다른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본 설계는 내년에 완료될 예정이며 이는 전체 개발 과정의 약 30~40% 수준에 해당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7년 뒤 진수 가능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미국이 별도의 정치적·경제적 반대급부 없이 단순히 핵연료만을 제공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렇다면 그 반대급부는 어떤 형태가 될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모듈형 생산(modular production)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즉, 잠수함의 선체 및 전자 장비 등 일부 구성품은 한국 내 조선소와 제조시설에서 생산하고, 핵추진로는 미국에서 제작하는 형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내 시설에 대한 투자가 병행될 수 있는데, 이는 AUKUS 협정 하에서 호주가 생산 역량 확대를 위해 미국 내 시설에 투자한 모델과 유사하다. 이러한 방식은 미국 잠수함 공급망의 병목현상을 완화함과 동시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전력 건조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듈형 생산 체계나 일부 함정을 미국 내에서 건조하는 방식은 협상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AUKUS 사례에서 보듯, 미국 국내법, 특히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은 기술 이전과 부품 공급을 지연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따라서 한미 간 기술협력 모델을 구체화하는 과정은 단기간에 성사되기 어렵다.
한화오션은 이미 미 해군 버지니아급(SSN) 프로그램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잡을 뻔했다. 호주 조선업체 오스탈(AUSTAL) 인수를 추진하면서였다. 만약 성사됐다면, 한화오션은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부품을 생산하는 AUSTAL USA의 통제권도 확보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거래는 호주 정부가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거부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사례는 향후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과 미국의 잠수함 프로그램 간 협력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례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의 잠수함 부품 및 조선 관련 기업들은 미국 버지니아급 프로그램의 주요 계약자들(예: General Dynamics Electric Boat) 과 합작투자 혹은 공동 생산을 통해 미국 내 건조 역량을 확충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의 핵잠 사업의 병목 문제들도 해결되는 데에 지원해주고 동시에 미국과의 사전 합의를 통해 한국에게도 일부 비품 조달을 실현할 수 있다.
또한 버지니아급 프로그램은 공급망 안보 문제가 적지 않은 것도 볼 만하다. 특히 핵심 광물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로 인해 공급망 불안정성이 존재한다. 이 분야에서의 한미 협력은 미국 해군의 안정적 조선 능력 강화와 핵추진 기술이전 촉진(AUKUS 유사 모델) 모두에 기여할 수 있다.
한국은 영국이나 호주가 제공할 수 없는 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및 정비 인프라, 첨단 전자·부품 제조 기술, 그리고 금속 주조 및 단조 능력 등이다. 이러한 산업 기반과 전문성은 미 해군의 ‘355척 함대’ 계획 추진에도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미 양국의 강점을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하면서 양국 모두의 함대·조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미잠수함건조위원회’를 구성해, 양국의 국방부(DOD·MND)와 방산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핵추진 잠수함 사업은 비확산, 원자력법, 미 의회 승인 등, 정책·법·기술·원자력 규제 모두 풀어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 에너지부와 의회도 관여하는 것이 중대한 사안이다. 특히 ITAR 등 무기 수출 규제 문제 해결을 위해 미 의회의 관여를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 위원회는 투자·공동생산·공급망 계획 수립을 통해 조선 병목 현상을 완화하고,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전력 확보 시기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사전에 법적·규제적 문제들을 파악해 수습해야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일본의 참여도 고려할 수 있다. 일본은 세계적인 조선 및 잠수함 건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자체 핵추진 잠수함 보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세 나라가 협력한다면, 조달 비용을 절감하고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을 높여 미래 연합 해상작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미·일 3국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공급망 투자 및 공동생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AUKUS는 별도의 체제로 남겠지만, 영국과 호주 역시 산업 기반이 제한적이고 해운·조선 부문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한국(그리고 일본)과의 광범위한 협력이 상호 이익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AUKUS 회원국과의 보완적 협력 가능성을 강조하며, 확장된 다자 조선·방산 협력 네트워크 구축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
| 왜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이 필요한가?
| 현재의 계획과 그 한계
| 정책제언: 대안 및 추진방향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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