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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다층적 확장억제의 보충·중첩 모델: 2025년 노스우드 선언을 중심으로

등록일 2026-07-27 조회수 100 저자 이찬송

2025년 7월 10일, 영국 런던 북서부 노스우드 군사 본부에서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와 프랑스 대통령 엠마누엘 마크롱이 선언한 내용은 유럽의 전통적인 핵 억제 담론에서 중대한 발전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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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스우드 선언을 중심으로
2026년 7월 27일
이찬송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clee@sejong.org
| 서론
2025년 7월 10일, 영국 런던 북서부 노스우드 군사 본부에서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Keir Starmer)와 프랑스 대통령 엠마누엘 마크롱(Emmanuel Macron)이 선언한 내용은 유럽의 전통적인 핵 억제 담론에서 중대한 발전을 의미했다. 양국 정상은 핵 억제력이 각각 독립적으로 유지될 것임을 재확인하는 한편, 변화하는 유럽 안보환경에 대응하여 양국 정부가 보다 긴밀한 정책 조율과 전략적 협의를 추진할 것임을 명시하였다.1) 구체적으로, 영국과 프랑스는 양국의 핵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핵정책조정그룹(Nuclear Steering Group, NSG)을 설립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를 통해 핵전략, 억제정책, 역량 개발, 전략적 메시지에 관한 양자 협의를 제도화하기로 결정했다.
노스우드 선언에 기초해서 2025년 12월 첫번째 NSG 회의가 파리에서 개최되었고, 영국의 참관단이 최초로 프랑스 전략공군의 분기별 핵 억제력 훈련인 포커(Poker)를 참관했다. 2022년 이탈리아 공중급유기가 이 훈련에 부분적으로 참가한 적은 있지만, 프랑스가 이 훈련을 타국 관료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었다.2) 2026년 3월 프랑스는 전진 억제(dissuasion avancée; forward deterrence) 독트린을 발표했다. 여전히 엄격한 충분성(strict sufficiency) 원칙에 기초하여 프랑스의 핵탄두 수를 확대하지만, 그 규모는 비공개로 전환했다. 타국의 재정적 지원 없이 핵무기 통제는 여전히 프랑스가 하지만, 전략자산의 프랑스 영토 외 임시 배치 가능성을 언급했다. 동시에 영국, 독일, 폴란드, 네덜란드, 벨기에, 그리스,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 8개국과의 핵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밝혔다.3)
2026년 3월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과의 공동성명에서 프랑스와 독일이 핵억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NSG를 설치했으며, 독일의 재래식 전력의 프랑스 핵훈련 참여, 양국 관계자들의 전략 시설 공동 방문, 프랑스 및 다른 유럽 파트너들과의 비핵 전력·역량 공동 개발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4) 이어서 2026년 7월, 메르츠 총리는 2026년이 지나가기 전에 독일 재래식 전력이 프랑스 핵훈련에 참여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5) 도날트 투스크(Donald Tusk) 폴란드 총리 역시 폴란드가 "첨단 핵억제 프로그램"을 놓고 프랑스 및 유럽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6)
이러한 변화의 외재적 원인은 러시아의 핵 위협 증대와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 약화이다. 유럽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핵 보호와 확장억제가 필요했고, 외부 조건의 변화는 유럽의 변화를 자극했다.7)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 침범에 더해 핵전략 공세화, 핵 위협 증대, 핵 훈련 강화, 이중 용도 무기 사용, 벨라루스와의 핵 공유 등을 통해 유럽의 핵 위협 인식을 높였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으로의 전략적 이동 및 러시아, 중국과의 삼자 핵 경쟁으로 인한 확장억제 충분성의 감소,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동맹 강압 정치는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약화시켰다. 마지막으로, 전략적 자율성에 대한 유럽의 내재적 열망이 이러한 변화의 근간을 이루었다.
결론적으로, 유럽의 안보 논의 핵심은 최고의 안보 보장(supreme guarantee of security)이라고 할 수 있는 핵 억제이며 유럽적 억제(European deterrence) 논쟁이 다시 점화되었다. 유럽적 억제 논의는 시기별로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오랜 시간 이어져왔고,8) 영국과 프랑스의 노스우드(Northwood) 선언과 그에 대한 해석 역시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다.9) 상대적으로 제한된 핵 역량으로 인해 유럽적 억제가 미국의 확장억제를 단기에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은 대부분의 안보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내용이다. 전자는 후자를 보완(complement) 한다는 의견이다.10) 그러나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론 제시와 정책 제언이 약하다.
따라서, 본고는 다층적 확장억제(multilayered extended deterrence)라는 비교적 새로운 개념을 중심으로 유럽적 억제 논의를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보충(supplement) 모델과 중첩(overlapping) 모델을 제시한다. 각각의 모델들은 장단점을 보유하고, 본고는 어떤 선험적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 두 모델 모두 현실적으로 유럽적 억제의 근원이 미국의 억제력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후자를 보완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것을 2025년 노스우드 선언과 그 이후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서 설명한다. 유럽의 움직임을 위신이나 자강론적 입장에서만 해석하려는 경향을 경계하며, 유럽의 안보 커뮤니티가 제한적인 역량 속에 실용적인 대안들을 찾으려는 시도를 보고 이론적 함의를 찾는다.
| 노스우드 체제의 의의와 한계
유럽의 핵억제 담론은 미국의 확장억제와 영국 및 프랑스의 독자적 최소 핵 억제력을 결합한 구조, 즉 '미국의 확장억제 + 영국과 프랑스의 개별 최소 핵억제'가 지배적인 틀이었다. 유럽의 억제 체제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은 NATO 제5조에 따른 미국의 집단방위 공약, B61-12 등 미국의 비전략핵의 전진 배치 및 미국의 W76-2를 통한 확전통제 및 유연 반응, NATO 핵기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 NPG)과 이중임무항공기(Dual-Capable Aircraft, DCA) 운용 및 훈련을 통한 핵 공유(nuclear sharing), 영국과 프랑스의 개별 최소 핵억제 등이었다.
특별히 냉전기부터 프랑스 핵억제 접근법의 핵심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원적 억제(dual deterrence) 개념이었다. 소련 지도부가 핵무기 사용을 검토 시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로부터도 핵 보복을 받을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다면, 소련의 전략적 계산은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억제력은 더욱 강화된다는 논리였다.11) 이미 다층적 억제 혹은 다층적 확장억제 실험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영국이나 프랑스 혹은 미국의 핵심 이익들의 연계 정도는 불투명했고, 유럽적 억제 차원에서 실제적인 핵 협력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제 유럽의 핵 억제 논의는 '미국의 확장억제 + 영국과 프랑스의 개별 최소 핵억제 + 영국과 프랑스의 공동 억제 + 영국과 프랑스의 제한적 확장억제'라는 복잡한 방정식으로 진화하고 있다.12) 즉, 미국의 확장억제가 약화되면서, 유럽적 억제 파트가 다변화되고 강화되기 시작했는데, 영국과 프랑스의 공동 억제 및 영국과 프랑스의 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제한적 확장억제는 다층적 확장억제의 공공연한 선언이다.
유럽적 억제 확장의 첫 번째 구성 요소는 영국과 프랑스의 핵 공조(nuclear entente)라고 부를 수 있는 핵 협력의 제도화이다.13) 노스우드 선언은 1995년 체커스 선언(Chequers Declaration), 즉, 양국은 "어느 한쪽의 중대한 국익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다른 한쪽의 중대한 국익이 동시에 위협받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본다"고 선언한 내용을 그대로 계승했다.14) 또한, 양국은 1992년부터 공동 핵 위원회(Joint Nuclear Commission)를 통해 정기적으로 상호 이익과 위협 인식, 전략 등을 공유해 왔고, 프랑스의 에퓌르(Epure) 시설에서 양국은 자국 핵탄두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시험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15) 그러나 1995년 선언은 상호 확장억제로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질적인 협력으로 발전하지 못했는데, 2009년 2월 양국의 SSBN이 대서양에서 충돌할 정도로 작전 구획에 대한 정보 공유 부재가 단편적인 예이다.
반면, 노스우드 선언은 양국의 핵 협력의 실질화를 추구한다. 핵무기 정책(policy), 역량(capabilities), 작전(operations) 등에 있어서 어떤 조율이 이루어지는지 초기 단계에서 평가를 내리기 어렵고, 핵무기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핵 정보 공유 수준을 공개된 자료들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일부 전문가들이 제안한 핵 협력의 지표들(SSBN의 상호 항구 기항, SSBN 초계 임무 구역 조정, 핵 현대화 협력, 핵 표적 공유 등)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영국 참관단이 처음으로 프랑스 핵훈련을 참관했다. 향후, 영국군이 이 훈련에 호위 전투기나 공중급유기 같은 전력을 참여시킨다면 핵 협력 실질화의 긍정적인 지표가 될 것이다.
특별히,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 수를 합치면 약 500기 이상으로 현재 중국의 핵무기 수에 필적한다. 중국의 핵전력 증강은 이미 미국의 작전 계획과 억제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영국과 프랑스 핵의 유기적 결합 역시 러시아의 핵 정책에 도전적 요인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16) 2025년 7월, 당시 러시아 세르게이 리얍코프(Sergey Ryabkov) 외교부 차관은, "이와 같은 협력이 이제 공식화되어 안정적이고 견고한 토대 위에 구축된 만큼, [러시아가] 이를 정치적 차원을 넘어 군사적 계획 수립에도 반영할 것"이라고 발언했다.17) 러시아가 영국과 프랑스의 핵 협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고, 양국을 전략적으로 동시에 고려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유럽적 억제 확장의 두 번째 구성 요소는 영국과 프랑스의 핵 억제 활동의 공동 외연 확대, 즉, 영국과 프랑스의 유럽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이다. 프랑스와 영국은 노스우드 선언에서 "유럽에 대한 어떠한 극단적 위협도 양국의 대응을 촉발하지 않고 지나갈 수는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는 문구를 포함시켰다.18)
사실 프랑스는 기존에 공조 억제(concerted deterrence) 등의 개념을 제시하며 자국의 핵보유 정당성을 강화하고 유럽 내 핵 역할 확대를 도모해 왔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2020년, 2025년에 프랑스의 유럽 확장억제를 위한 전략적 대화를 제안했다.19) 2026년 마크롱의 전진 억제 개념은 NATO의 핵 미션 맥락에서 라파엘 폭격기의 분산을 통해 적대국의 전략적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고, 전략적 깊이를 더하려는 목적이 있었다.20) 영국은 이번 선언에서 영국의 핵전력이 "유럽에 대한 극단적인 위협(extreme threats to Europe)"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함으로써, 핵억제의 유럽적 차원을 강화했다. 아직까지 영국과 프랑스 SSBN 심해 진입 전까지 유럽 동맹국들의 재래식 보호, 러시아의 대잠전 자산 추적 훈련, 유럽식 핵지휘통제 체계 구축 등의 모습은 관찰되지 않는다. 그러나 프랑스의 전진 억제 독트린이 구체화되고 있으며, 향후 독일이 재래식 전력으로 이 훈련에 참가할 계획을 밝히는 등 핵 협력 논의가 유럽 내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노스우드 체제의 한계도 존재한다. 첫째, 영국과 프랑스의 노스우드 선언은 1995년 체커스 선언과 같이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고 실제 유럽 대륙에서의 억제력에 미칠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통적인 비판이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1995년에도 상호 억제력을 증강하고, 이러한 협력이 유럽 전체의 억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30년 동안 실질적인 변화나 기여는 미미했다. 이번에도 정치적 선언으로 그치고 전략적 행동은 뒤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특히 마크롱의 뒤를 이을 프랑스 지도자들이 노스우드 정신을 계승할지 의문이다. 프랑스의 강경한 자강론자들이 미국 주도의 핵 지휘체계에 편입하는 것을 경계할 것이다.
둘째, 영국과 프랑스의 핵 역할 확대는 유럽 내 핵 알레르기(nuclear allergy) 그룹과 핵 열광(nuclear enthusiasts) 그룹 모두를 만족시켜주지 못할 수 있다. 핵확산 측면에서 프랑스의 핵탄두 증가, 핵탄두 수의 비공개, 새로운 전술 핵탄두 개발 가능성 등은 핵 군축론자들에게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러시아의 핵 현대화 대응도 이들이 우려하는 내용이다. 핵 거부 그룹들은 프랑스 및 영국의 핵 탑재 항공기들이 자국 영토에 들어오는 것을 강하게 반대할 것이다. 핵 열광 그룹 입장에서도, 프랑스의 'force de frappe'의 기원이 미국 확장억제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에서 비롯된 만큼 확장억제 의지 및 역량에 대해 지속적인 의구심을 보낼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 모두 비전략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영국 내 배치된 비전략핵은 미국 자산으로서 NATO 미션에 묶여 있다. 프랑스 핵전략의 전략적 모호성 역시 유럽 핵 열광자들에게 충분한 확신을 주지 못한다.
셋째, 만약 영국과 프랑스가 추구하는 추가적인 억제 역량이 실현될 경우 전략적 환경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전략적 불안정성은 조율되지 않은 억제 작전 기획과 실행에서 비롯될 수 있는데, 의도치 않은 확전을 통해 역외 핵보유 국가들의 개입을 일으킬 수 있다.21) NATO의 핵기획 그룹(Nuclear Planning Group, NPG)과 병행해서 세워지고 있는 유럽의 NSG는 전자의 작전 기획과 실행을 방해하거나 NATO의 억제 작전에 투입될 전력의 분산을 야기할 수 있다. 현재 영국과 프랑스 공동의 유럽 확장억제와 함께 개별적인 확장억제까지 함께 실험되고 있다는 점 역시 조율되지 않은 억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22) 러시아는 영국과 프랑스의 핵 역할 확대에 대응하여 자국의 공세적 핵전력 강화를 추구할 것이고, 이것은 군비경쟁에 있어서 안정성을 해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유럽의 자구책은 동맹의 분열을 상징하여 적대국들로 하여금 미국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오히려 의심케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23)
넷째,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영국과 프랑스의 유럽적 억제 능력에 한계가 있다. 전략핵들은 대부분이 SLBM에 탑재되어 있고, 러시아의 대가치 표적들을 겨냥하고 있다. 일반적인 형태의 확장억제용 무기들이 아니다. 프랑스는 약 50기의 ASMP-A(Air-Sol Moyenne Portée, Amélioré) 핵 순항미사일을 보유하는데, 100~300kt의 위력을 지닌 전략 무기이다. 필요할 경우 10kt 이하의 전술적 용도의 저위력 폭발이 가능하다고 해도 1,000~2,000개의 전술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에게 위협적이지 못하다. 특별히 전략적 모호성에 기초한 프랑스의 핵전략 역시 동맹국들에게는 충분한 보장을 제공하지 못한다. 기타 조기경보, 미사일방어, 핵지휘통제 등에 있어서 양국의 확장억제 역량은 제한적이다.
| 다층적 확장억제 관점에서 본 노스우드 체제
위에서 열거한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실험을 단순히 자강적 열망의 결과나 임시적이고 비현실적인 헤징(hedging)으로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확장억제를 제공받던 유럽 국가들이 변화하는 국제 질서 및 핵 질서 속에서 자연스럽게 모색하고 추구할 수 있는 내용이며, 전개 과정은 매우 실용적이다. 본고는 유럽적 억제 강화의 노력을 다층적 확장억제 개념에서 고찰한다. 앞서 열거한 일부 한계들은 다층적 확장억제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면도 존재한다.
먼저, 다층적 확장억제를, "한 국가의 억제 수단과 방법을 이미 다른 국가로부터 이것들을 제공받고 있는 국가에게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유럽적 맥락에서 다층적 확장억제는 미국의 역할을 보충, 즉, 일부대체(partial replacement)하거나 중첩(overlapping)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첫번째 보충 모델은 핵 교전 시 확전 사다리 중간 혹은 그 아래를 유럽 국가들이 감당하는 것으로서 미국과 유럽의 핵 협력이 순차성 혹은 상호 보완성을 띈다. 미국의 역량이 미비한 저강도 확전 사다리를 유럽 국가들이 임시방편(stopgap) 형식으로 차지함으로써 미국의 확장억제를 보충해 주는 것이다. 두번째 모델은 다층적 확장억제의 효과성을 위해서 하나의 억제 시스템이 다른 억제 시스템을 촉발(triggering)하고, 이것에 대한 가능성을 잠재적 적대국에 위협으로 인식시키는 메커니즘이다. 유럽적 억제의 작동이 미국 확장억제의 작동을 동시에 불러오고, 반대로 미국 확장억제의 작동이 유럽적 억제의 작동으로 연결되게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핵 협력의 중첩성과 동시성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핵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프랑스 라파엘 폭격기가 유럽의 핵 위기 시 특정 NATO 회원국 공군 기지로 전개된다면, 러시아 입장에서 두 개의 확장억제 시스템의 중첩적인 작동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이는 러시아의 전략적 계산에 복잡성을 더할 것이다. 촉매적 수단으로서 유럽적 억제가 작동한다. 두 모델 모두 확장억제의 원천, 즉, 미국의 핵 억제와 연계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두 모델이 항상 선명하게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모델은 취약성을 보유한다. 보충 모델의 경우 잠재적 적대국과 확장억제 제공국 모두에게 의도치 않은 부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전략적 분리, 즉, 디커플링(decoupling)의 위험 혹은 그것에 대한 오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예를 들어, 유럽적 억제가 유럽 전장에서 우선적으로 작동하고, 그 이후 미국의 확장억제가 뒤따라오는 것으로 인식된다면, 현재처럼 NATO의 핵지휘통제 체계 속에 잘 조율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방향성은 그 신뢰성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 러시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영국과 프랑스의 핵 역할 확대가 아니라, 이로 인한 미국의 개입 여부이다. 러시아의 외교부 대변인이 2025년 3월 프랑스의 전진 배치 독트린을 "NATO의 핵전력이 크게 강화하고 확대되는 것"으로 평가했다.24) 이것은 오늘날 유럽식 다층적 억제 노력이 적어도 잠재적 적대국에게 NATO와의 연계 속에 이해되고 있다는 점을 가리키지만, 인식이 바뀔 수 있다.
아마도 영국이 추구하는 모델이 보충 모델일 것이다. 영국은 1962년부터 NATO의 핵 기획에 참여하고 있고, 핵전력은 이미 NATO 핵 정책에 상당 부분 포섭되어 있다. 노스우드 선언 일주일 전에 미국으로부터 F-35A DCA 12기 구입을 공표했으며, 1998년 중단한 NATO 핵 공유 프로그램 복귀를 시사했다.25) 이것은 영국의 유럽 억제 기여가 거시적인 NATO의 확장억제 틀 가운데 이루어질 것을 가리킨다. 영국은 미국의 신뢰성 약화가 야기한 NATO 확장억제의 갭을 유럽적 억제로 메우고자 노력할 것이다. 노스우드 체제와 NATO 체제를 긴밀히 연결하고, 프랑스를 이러한 구조 속에 유인한다. NATO 작전 시 혼란과 교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럽의 독자적인 조기 경보, 미사일방어, 핵지휘통제 구축 등에 반대할 것이다. 영국은 미국과의 디커플링을 심화시키고, 잠재적 적대국에게 잘못된 신호를 발신할 수 있는 어떤 단독적인 유럽 행동도 경계할 것이다.
중첩 모델의 경우 상대적으로 NATO와의 세밀한 작전적 조율을 요구하지 않지만, 의도치 않게 미국의 확전 통제(escalation control)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 프랑스는 실제 확장억제 역량의 제약 속에 전략적 중첩의 형태로 다층적 확장억제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 핵 위기 시 NATO의 핵 미션과 맞물려 프랑스의 라파엘 폭격기를 사전에 합의한 유럽국들에게 분산시킨다는 개념은 중첩 모델을 가리킨다. 프랑스는 이를 통해 유럽 동맹국들을 위해 본토의 안위까지 러시아의 핵위협에 노출시키고, 노스우드 체제를 통해 영국과 NATO의 운명을 하나로 엮는 신호체계로 여길 수 있지만, 실제 제한 핵전쟁이 벌어질 경우 프랑스의 공중 핵전력은 현재로서 경고성 선제 핵 사용 외에는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오히려, NATO의 계획과 달리 의도치 않은 확전을 일으킬 수 있다. 2026년 3월 프랑스의 전진 억제 독트린 발표 직후,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프랑스의 조치가 극도로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26) 2026년 4월에도 러시아 외교부 차관 알렉산더 그루쉬코(Alexander Grushko)는 프랑스의 핵 탑재 가능한 전략 폭격기 배치를 수용하는 어떤 유럽국들도 러시아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27) 이러한 러시아의 반응은 유럽의 전략적 불안정성이 심화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 이론적·정책적 함의
유럽의 다층적 확장억제 실험이 한국에 주는 이론적 함의는 크다. 먼저, 한국 정부와 안보 공동체는 이 실험의 전개 과정을 면밀하게 추적하고, 그 가능성과 한계를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한다. 특별히, 영국과 프랑스의 향후 구체적인 핵 조율 내용, 프랑스가 주도하는 NSG와 NPG의 양립 여부, 영국과 프랑스의 핵 전력 현대화 사업 방향 및 양국의 핵 전략의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 실험의 궁극적인 성공은 미국과 러시아의 태도에 있기 때문에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반응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긍정적이거나 소극적이고, 모스크바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유럽이 확장억제의 제공자와 확장억제의 대상자 모두에게 거부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운 전략적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 북핵 위협에 대응하여 미국의 확장억제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고, 현재 변화하는 전략 환경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증대와 대안적인 안보 협력 체계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한국에게 다층적 확장억제를 제공해 줄 중견 핵보유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과 프랑스의 추가적인 확장억제를 요구하는 것은 지리적으로 지나친 외연 확장이고, 이 국가들에게도 인센티브가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영국은 '전략적 안정성' 논의를 매개로 인도·태평양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여를 확대하고 있으며, 영국 외교·영연방·개발부(Foreign, Commonwealth & Development Office, FCDO)를 중심으로 미국의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nstitut français des relations internationales, IFRI) 등 핵안보 연구자들이 한국 안보 전문가들과의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안보협력이 다층적 확장억제 제공 목적은 아니지만, 미래 진전된 억제 협력을 위해 기반을 다지고 정보 교환의 도구로 활용해 볼 수 있다.
한국이 미국과 추진 중인 핵-재래식 결합(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이 보충 모델을 추구하는 것인지, 중첩 모델을 추구하는 것인지 진단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부분의 논의는 보충 모델을 가리키지만, 한국의 재래식 전략 무기 사용이 미국의 개입 효과를 높이는 중첩 모델의 방향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한미동맹에 있어서 전략적 자율성보다는 전략적 연계(strategic alignment)가 강조되어야 한다. 북한이나 한국의 잠재적 위협국들이 주목할 것은 한국의 자체적인 억제 역량이 아닌 미국의 궁극적인 확장억제 효과이다. 한국의 자강력 증대가 확장억제 제공국이나 확장억제 목표국 모두에게 디커플링으로 비쳐지는 것을 피해야 하고, 오히려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안보 외연 확장은 미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한미일 안보 협력, 중견국 연대, 글로벌 사우스 전략 등의 설계 시 미국의 개입 의지와 역량을 더욱 결박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1. GOV.UK, "Statement by the United Kingdom and the French Republic on Nuclear Policy and Cooperation," July 10, 2025, https://www.gov.uk/government/news/northwood-declaration-10-july-2025-uk-france-joint-nuclear-statement (accessed June 18, 2026).
  2. République Française, "New UK-France Nuclear Steering Group Meets in Paris," December 22, 2025, https://uk.diplomatie.gouv.fr/en/new-uk-france-nuclear-steering-group-meets-paris (accessed July 18, 2026).
  3. Michel Rose, "France to Boost Nuclear Arsenal, Involve European Allies in Deterrence," Reuters, https://www.reuters.com/world/europe/macron-says-france-will-increase-size-its-nuclear-arsenal-2026-03-02/ (accessed July 18, 2026).
  4. République Française, "Strengthening Franco-German Cooperation in the Field of Deterrence," March 3, 2026, https://uk.diplomatie.gouv.fr/en/strengthening-franco-german-cooperation-field-deterrence (accessed July 18, 2026).
  5. Daniel Niemann and Claudia Ciobanu, "Germany and France Initiate Nuclear Cooperation As Europe Seeks Greater Security Independence," AP, July 18, 2026, https://apnews.com/article/germany-france-nato-nuclear-exercise-macron-merz-2d03bccc2cc3519902597fa3691dc475 (accessed July 18, 2026).
  6. Rose, 2026.
  7. 예를 들어, 2025년 프랑스 국가전략검토 보고서는 러시아를 "현재 그리고 향후 수년간 프랑스와 그 파트너·동맹국의 이익, 그리고 유럽 대륙 및 유로-대서양 지역의 안정에 가장 직접적인 위협"으로 지목했다. The French Republic, National Strategic Review 2025 (July 2025) https://www.sgdsn.gouv.fr/files/files/Publications/20250713_NP_SGDSN_RNS2025_EN_0.pdf (accessed July 2, 2026); NATO 역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수십 년 만에 유럽-대서양 안보에 가장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NATO, "Deterrence and Defence," June 25, 2026, https://www.nato.int/en/what-we-do/deterrence-and-defence/deterrence-and-defence (accessed July 18, 2026).
  8. Bruno Tertrais, "Red Herring & Black Swan: A Bomb for Europe?" Berlin Policy Journal (October 30, 2018), https://berlinpolicyjournal.com/red-herring-black-swan-a-bomb-for-europe (accessed July 19, 2026); Barbara Kunz and Ulrich Kühn, "German Musings About a Franco-German or German Bomb," in Ulrich Kühn (ed.), Germany and Nuclear Weapons in the 21st Century (Routledge, 2024), 112-35; Michal Onderco and Ulrich Kühn, "Organizing Nuclear Policies in Europe: Of Bricoleur Plurality, Architect Absence, and Spoiler Disruption," International Politics 62 (2025): 947-58.
  9. 노스우드 선언에 대한 논평들은 이미 많은 곳에서 다루어졌다. Léonie Allard, "Reading Between the Lines of the New France-UK Nuclear Entente," Atlantic Council, July 16, 2025, https://www.atlanticcouncil.org/blogs/new-atlanticist/reading-between-the-lines-of-the-new-france-uk-nuclear-entente/ (accessed July 18, 2026); The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The Northwood Declaration: UK-France Nuclear Cooperation and a New European Strategic Backstop," Strategic Comments (August 2025); Timothée Albessard, "The Franco-British Northwood Declaration: A New Model of Nuclear Partnership and Deterrence?" The Japan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July 24, 2025, https://www.jiia.or.jp/eng/report/2025/07/column/2025/07/security-fy2025-01.html (accessed July 2, 2026); Bruno Tertrais, "Le parachute de secours: contours d'une dissuasion franco-britannique," (Summer 2025), https://politiqueinternationale.com/revue/revue-n-188/article/le-parachute-de-secours-contours-dune-dissuasion-franco-britannique (accessed July 2, 2026).
  10. Tertrais, 2025.
  11. Lawrence Freedman, The Evolution of Nuclear Strategy (New York: Palgrave Macmillan, 2003), 271-314.
  12. 이러한 복합적 구도는 영국과 프랑스 내 다양한 담론과 정책 선택지 속에서도 구현된다. 조비연, "트럼프 2.0 시대 유럽 자강론의 재부상과 한계: 영국·프랑스 사례를 중심으로," 국가전략 제31권 3호 (2025): 37-66.
  13. Allard, 2025.
  14. République Française, "Déclaration conjointe franco britannique sur la coopération nucléaire entre les deux pays, Londres le 30 octobre 1995," 30 octobre 1995, https://www.vie-publique.fr/discours/132220-declaration-conjointe-franco-britannique-sur-la-cooperation-nucleaire-en (accessed July 18, 2026).
  15. "The French/UK Joint Facility EPURE," n.d., https://www-teutates.cea.fr/uk/joint-facility-epure.html (accessed July 18, 2026).
  16. The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2025.
  17. TASS, "Russia to Consider UK-France Nuclear Partnership in Military Planning: Senior Diplomat," July 11, 2025, https://tass.com/politics/1988021 (accessed July 2, 2026).
  18. GOV.UK, 2025.
  19. Élysée, "Address to the French People," March 5, 2025, https://www.elysee.fr/en/emmanuel-macron/2025/03/05/address-to-the-french-people (accessed July 18, 2026).
  20. Wannes Verstraete, "Dissuasion Avancée: Macron's Realistic Complement to NATO Nuclear Deterrence," Egmont Policy Brief 403 (March 2026).
  21. Pranay Vaddi and Vipin Narang, "Why We Extend Deterrence," Strategic Simplicity (blog), March 2, 2025, https://strategicsimplicity.substack.com/p/why-we-extend-deterrence (accessed July 18, 2026).
  22. 예를 들어, 2025년 5월 폴란드-프랑스 낭시 조약(Nancy Treaty), 2025년 7월 영국-독일 켄싱턴 조약(Kensington Treaty), 2025년 8월 프랑스-독일 국방·안보위원회 공동결론 등이 있다.
  23. 이러한 논리로 동맹 보장과 확장 억제력에 대한 관계를 규정하려는 것은 비교적 새로운 시도이며 좀 더 경험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24. Reuters, 2026.
  25. The Government of the United Kingdom, "UK to Purchase F-35As and Join NATO Nuclear Mission As Government Steps Up National Security and Delivers Defence Dividend," June 24, 2025, https://www.gov.uk/government/news/uk-to-purchase-f-35as-and-join-nato-nuclear-mission-as-government-steps-up-national-security-and-delivers-defence-dividend (accessed July 2, 2026).
  26. Reuters, "Russia Says France's Plan to Expand Its Nuclear Arsenal Is Destabilising," March 4, 2026, https://www.reuters.com/world/russia-says-frances-plan-expand-its-nuclear-arsenal-is-destabilising-2026-03-04/ (accessed July 19, 2026).
  27. Mark Trevelyan, "Russia Warns European States Against Hosting French Nuclear Bomber Planes," Reuters, April 24, 2026, https://www.reuters.com/business/aerospace-defense/russia-warns-european-states-against-hosting-french-nuclear-bomber-planes-2026-04-23 (accessed July 1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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