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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NATO 3.0' 구상으로 보는 대서양 동맹의 변화와 함의, 한국에 시사점

등록일 2026-07-03 조회수 267 저자 이성원

77년간 지속된 대서양 동맹(NATO)은 현재 중요한 분기점에 놓여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하에서 유럽 내 미국의 안보 기여 축소 기조와 방위비 인상 요구는 점차 강화되고 있다. 올해 초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NATO 회원국 간의 직접적인 외교적 군사적 마찰이 가시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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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3일
이성원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sw.lee@sejong.org
77년간 지속된 대서양 동맹(NATO)은 현재 중요한 분기점에 놓여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하에서 유럽 내 미국의 안보 기여 축소 기조와 방위비 인상 요구는 점차 강화되고 있다. 올해 초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NATO 회원국 간의 직접적인 외교적 군사적 마찰이 가시화된 데 이어, 이란 전쟁 과정에서 호르무즈해협 군사 작전과 기지 사용에 대한 NATO 국가들의 소극적인 관여와 지원 거부가 나타나면서 미국과 유럽 국가 간의 균열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역사적으로 이질적 위협 인식과 지역 전략, 비대칭적 방위 분담 등의 내재적 불안정 요인은 NATO 내에서 반복적인 긴장을 생성해 왔기에, 현 국면이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2기 하 NATO 회원국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은 기존에 존재해 왔던 부담·의존·신뢰의 구조적 균열선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동맹 역할과 비용의 재조정을 제도적으로 고착시키고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현 NATO의 미래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가? 유럽을 향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메시지는 비교적 명확하고 일관된다.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전략(NDS)의 핵심 명제 가운데 하나는 '유럽이 과도한 위협 인식에서 벗어나 역내 재래식 방위의 1차적 책임을 담당하고, 미국은 제한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의 국방전략이 본토 방위, 인도·태평양에서의 중국 부상 억지, 그리고 미국 방위산업 기반 강화라는 핵심 목표를 중심으로 재구축되면서, 유럽은 사실상 미국의 핵심 전력 운용에서 후순위로 밀려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역내 관여 축소는 더이상 정치적 수사가 아닌 전략 기조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NATO의 정체성과 작동 방식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바꾸어 놓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핵심 프레임은 'NATO 3.0'이라는 이름으로 구현되고 있다.
'NATO 3.0' 구상은 지난 2월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엘브리지 콜비가 브뤼셀 NATO 국방장관회의에서 제시하였다. 해당 구상에 담긴 문제의식은 동시다발적 전장 환경에서 미국이 본토 방위와 서반구의 이익, 그리고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거부적 억지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냉전기 현실주의에 기초한 억지 및 방위 개념으로의 회귀, 즉 'NATO 1.0'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미국이 지향하는 NATO는 '의존'이 아닌 '파트너십'에 기반한 동맹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란 전쟁 직후,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 6월 18일 브뤼셀에서 'NATO 3.0' 구상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의 연설에는 냉전 이후 유럽이 보여온 국방정책의 비효율성과 실질적인 군사 능력이 결여된 안보 위임 행태에 대한 강한 비판이 담겨 있었으며, 미국과 NATO 회원국 간의 근본적인 관계 재정립과 역할 분담이 불가역적인 추세임을 강조하였다.
7월 7~8일 NATO 정상회의가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개최된다. 'NATO 3.0'의 이행 로드맵은 핵심 아젠다로 다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NATO 사무총장 뤼테는 6월 브뤼셀 NATO 국방장관회의에서 "'NATO 3.0'이 NATO Force Model 기여 조정과 역할 확대를 통해 이미 시작되었으며, 'NATO 3.0'은 궁극적으로 더 강한 NATO 안에 더 강한 유럽을 의미한다."고 맞받은 바 있다. 금번 NATO 정상회의는 러우 전쟁과 이란 전쟁이라는 동시적 분쟁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함께 유럽 NATO 회원국이 공약한 국방 투자 이행과 방위산업 확대 등 자체 방위력 강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각국의 이행과 후속조치를 점검하는 장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따라서 한국도 NATO 정상회의의 함의를 진단함에 있어서, 우리가 참여하는 IP4 협력의 기계적 확대 여부를 넘어 'NATO 3.0'을 통해 구체화되는 동맹 간 역할 분담과 전력 재배치가 어떠한 형태로 합의되고 이행되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향후 한미 동맹과 한-NATO 협력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본 고는 최근 대두되는 'NATO 3.0' 구상을 중심으로 대서양 동맹의 변화 추세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NATO 3.0'의 제기된 배경과 핵심 내용, 이행 현황과 주요 쟁점을 살펴보고, 한국에 시사점을 간략하게 도출해 보고자 한다.
| 'NATO 3.0'의 배경
'NATO 3.0'은 미국이 유럽의 NATO 동맹국을 바라보는 정치적 시각과 군사·전략적 이해가 함께 녹아 있다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장기간 만성화된 유럽의 안보 의존 행태에 대한 비판의식과 함께 미국 주도 역외 작전에 비협조적인 면모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보복으로 이 개념을 해석한다. 한편, 또 다른 해석은 'NATO 3.0'이 즉흥적 수사가 아닌 미국 국방전략의 변화와 연계되어 일관되게 추진될 군사적 재조정의 로드맵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 미국과 NATO 유럽 회원국 간의 관계를 고려할 때 'NATO 3.0' 구상은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점상 유럽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압박으로 읽힐 여지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NATO 유럽 회원국 간의 외교적·군사적 마찰로 동맹 간 신뢰가 크게 흔들리던 지난 2월, 콜비 차관은 'NATO 3.0'을 미국이 유럽에 방위 책임의 이전을 요구하는 개념으로 처음 제시했고, 이후 이란 전쟁 수행 과정에서 유럽을 향한 미국의 강도 높은 비판과 맞물려 다시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스라엘 주도로 발발한 이란 전쟁에서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군사기지 활용과 호르무즈해협 군사 작전 참여 요청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유럽이 내세운 주된 명분은 전략적 목표의 불확실성, 전쟁 준비 및 수행 과정에서의 사전 협의 부재, 그리고 NATO 조약의 범위를 벗어난 작전이라는 점이었다. 대이란 군사작전에 대한 이러한 소극적 태도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NATO의 무기력함을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한편, 유럽 내 미국 역할의 축소와 NATO 탈퇴까지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수사적 압박과 함께 발표된 5,000명 이상의 주독 미군 철수 계획과 바이든 시기 공약되었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및 극초음속미사일 배치 취소는 유럽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펜타곤은 유럽 전력태세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전구별 요구 및 현장 여건을 반영한 재조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시기적으로 이란 전쟁과 맞물리면서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보복 조치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NATO 3.0'은 미국의 안보 공약이 더 이상 무조건적으로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신호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NATO 3.0'에는 미국과 유럽의 NATO 회원국 간 반복적인 마찰,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거래주의와 압박적 정치 수사의 성격이 묻어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이 개념은 아직 완성된 정책 패키지로 보기에는 미약하지만, 미국의 대유럽 전력태세 검토(Force Posture Review)를 'NATO 3.0'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하려는 시도의 측면도 존재한다. 즉, 유럽의 재래식 방위 책임 확대와 미국의 선택적 결정적 지원이라는 새로운 분업 체계를 실현하기 위한 지휘구조와 전력 재배치의 구체적 구상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NATO 3.0'은 NSS와 NDS가 반복적으로 제기해 온 동맹 간 부담과 역할 분담의 구조적 비대칭성 개선, 그리고 제한된 군사적 자원의 선택적·집중적 운용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제도화하는 이행 조치라는 점에서 일관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NATO 3.0' 구상이 발표된 이후 최근 구체화되고 있는 유럽 전력 재편의 흐름을 보면, 정치적 담론을 넘어 동맹의 역할과 책임 분담을 제도적으로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처럼 'NATO 3.0'은 트럼프 행정부의 누적된 불만과 동맹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정치적 압박의 성격과 구체화되고 있는 전력 재편의 제도적 이행 조치라는 성격이 혼재되어 있다. 개념과 기능의 복합적 성격 때문에 'NATO 3.0'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각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나오는 대유럽 메시지의 내용과 강도도 상이할 뿐더러, 현 구상의 집행 속도와 순서에 대한 행정부와 의회 간 명확한 합의가 부재하여, 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유럽은 이 구상에 대한 체계적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NATO 3.0' 구상의 핵심 내용: 부담 분담, 지휘구조, 전력태세
그렇다면 NATO 3.0에 담긴 내용은 무엇인가? 간략하게 ① 방향성, ② 조직 체계, ③ 자산 배치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방향성 측면에서 'NATO 3.0' 구상의 핵심은 동맹국 간 군사적 부담과 역할 분담이라는 NATO 초기의 본질적 모습으로의 회귀이다. 헤그세스 장관과 콜비 차관이 묘사한 NATO는 다음과 같은 세 단계의 시계열적 변화를 보여 왔다.
NATO 구축 초기부터 냉전기까지 동맹국 간 부담 분담이 기능했던 시기를 'NATO 1.0', 소련 붕괴 이후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확장 속에서 유럽의 방위 축소와 안보 위탁 행태가 심화된 시기를 'NATO 2.0'으로 구분할 수 있다. 'NATO 2.0'은 냉전 종식 이후 NATO가 위기관리, 안정화 작전 등의 형태로 역외 작전을 확대하면서 유럽 집단방위의 초점이 흐려지고, 자유주의 국제질서 프레임에 종속되면서 가치 연대의 성격이 짙어져 동맹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된 시기로 묘사된다. 'NATO 3.0'은 향후 NATO가 나아가야 할 청사진으로 제시되었으며, 유럽이 재래식 방위의 1차 책임을 온전히 담당하고 미국은 제한적이지만 결정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협조 체계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헤그세스 장관은 6월 국방장관 회의에서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 시대는 끝났으며, NATO 3.0 모델의 목표가 실질적 억지에 초점을 둔 군사동맹의 본질을 되찾는 데 있다고 강조하며 유럽 주도의 재래식 방위 구축 의지를 재확인했다.
조직 체계 차원의 변화를 살펴보자면, 콜비 차관의 연설 직전인 2월 6일 NATO는 공식 발표를 통해 NATO 지휘구조 전반에서 기존 미국 주도의 지휘권이 유럽 국가에 이전되는 합의가 있었음을 밝혔다. 주요 변화는 영국의 JFC 노퍽(Joint Force Command Norfolk)의 지휘권 인수, 이탈리아의 JFC나폴리(Joint Force Command Naples)의 지휘권 인수, 그리고 독일과 폴란드의 JFC브룬씀(Joint Force Command Brunssum) 순환 공동 지휘가 포함되었다. 이러한 지휘구조 변화에 대해 다면적 평가가 가능하겠으나, 4성급 사령부인 3개 합동군사사령부가 유럽 지휘구조 안에 들어갔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하겠다. 이는 전시에 유럽 방위를 누가 주도하는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상징성이 있다.
자산의 변화 관점에서 유럽에서의 미국의 감축 및 자산 재배치 움직임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6월 12일 뉴욕타임스는 NATO 작전 계획 및 유럽 전구에 배치 할당된 전력의 감축 계획을 상세히 다루었다. 6월초 서면을 통해 동맹국에게 전달되었다고 보도된 문서에는 F-16 및 F-15전투기 150대 → 100대 감소, 해상초계기 26대 → 15대 감소, 공중급유기 8대 철수가 포함되었고, 미사일 탑재 잠수함 1척, 항공모함 1개 전투단과 호위 군함, 전략 폭격기 그룹 1개 등 전략 자산의 유럽 외 전구로 재배치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되었다.1) 펜타곤은 이 계획에 대한 공식적 언급을 자제하였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럽 주도의 방위 모델 구축 및 이행 메커니즘의 추세를 볼 때, 상당한 실현 가능성을 포함한 계획으로 평가되고 있다.
| 'NATO 3.0'을 준비하는 유럽의 인식과 대응
유럽의 현 안보 논의는 미국의 방위 축소를 상정한 상황에서 외부 안보 위협에 대한 억지력과 작전 연속성, 그리고 핵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전개되고 있다. 앞서 살펴본 NATO 지휘체계의 변화에서 볼 수 있듯이, 'European NATO'라 불리는 구상과 이어진 3개 JFC 작전급 지휘권 이전의 취지는 기존 미국 중심의 지휘통제 체계에서 유럽 회원국 장성들이 보다 핵심적인 역할을 점진적으로 담당하고, 미국의 군사 자산을 자체 전력으로 보완하여 향후 미국의 지역 방위 기여 축소로 야기될 수 있는 안보 공백을 점진적으로 메우는 데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핵심 정보 인프라에 대한 독보적 역량과 접근 권한을 바탕으로 SACEUR의 수장으로서 미국은 전시 전력의 동원·배치에 대한 실질적인 최종 결정 권한을 행사한다는 측면에서 상징적 변화를 넘어선 실질적 작전권 전환으로서는 한계를 보인다. 즉, 현 유럽 논의의 전제는 급진적인 미국 철수가 아닌 최소 10년에 걸친 철저히 관리되고 통제된 방식의 점진적 책임 이전과 유럽의 역할 확대 계획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NATO 내 지휘구조뿐 아니라 유럽은 자체 방위력 강화와 방위산업 생태계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재정 정책을 내놓고 시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2025년 EU는 Readiness 2030 백서를 내놓았으며, 공동 차입을 위한 1,500억 유로 규모의 SAFE 기금을 시행했다. 2025년 11월 말 국가별 계획 제출을 받아 2026년 4월 기준 EU 내 19개 신청국이 모두 승인을 얻어내면서 절차가 신청 대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유럽의 통상적 관료체계를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이다. 아울러 2025년 EU 집행위는 Omnibus V 법안을 발의하여, 방산 조달과 투자, 인허가 등 방위산업 전반에 걸친 과도한 규제를 간소화함으로써 전시 상황에서 무기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책을 내놓았다. 일련의 기금 마련과 규제 완화 정책 정비는 유럽산 무기 생산 확대 측면에서 고무적인 진전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SAFE 기금 활용 단계에는 여전히 제도적 맹점이 존재한다. 회원국들은 EU 공동조달 규정을 우회하여 신규 투자 형태가 아닌 기존 국방 예산을 대체하는 형태로 지출할 가능성이 존재하여, 신청한 자금이 실제 국방력 강화 예산으로 온전히 사용될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SAFE를 통한 저금리 자금 조달이 가능해졌지만, 한정되고 노후화된 생산 체계로 인해 유럽의 무기 개발 생산량과 속도는 자금의 조달 속도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아울러, 러시아 위협의 지리적 근접성이 높은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난 핵심 무기 체계는 여전히 역외 수입을 통해 조달되고 있어, SAFE 기금의 적용권 밖에서 거래되고 있다. 즉, 유럽이 재무장 계획을 통해 여러 가지 제도적 제약과 실행 체계의 틈이 존재해 목표하는 유럽산 무기 생산 확대와 방산 생태계 강화, 나아가 미국에 대한 방위 의존 탈피를 단기간 내에 실현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전력 공백 리스크'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인식차: 속도·시간표
'NATO 3.0'을 두고 제기되는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는 유럽과 미국이 말하는 NATO 3.0이 같은 내용인지에 관한 것이다. 마크 뤼테 NATO 사무총장은 지난 6월 25일 아틀란틱 카운슬과의 인터뷰를 통해 NATO 3.0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유럽은 개별국의 재래식 전력을 강화하고 NATO 내 지휘통제 구조에서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동부전선, 발트해, 나아가 북극에서의 주도적 방어를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뜻 보면 미국과 유럽은 'NATO 3.0'의 문제의식과 방향성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NATO 3.0'의 이행 조건과 시간표에 있어서는 미국과 유럽 간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지난 6월 미국 유럽사령부(EUCOM)는 위기 시 NATO에 투입하기로 계획된 미군 전력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사 분쟁 발생 시 미국의 전투기, 공중급유기, 해군 함정의 투입 규모는 대폭 감소될 것임을 유럽 동맹국에 알렸으며, 이러한 조치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폴란드에 대한 육군 기갑전투여단 배치 취소와 루마니아 주둔 여단 철수 결정의 연장선으로 해석 가능하다. 미국의 'NATO 3.0'은 복수 전선에서 미국의 작전 수행 능력을 담보하기 위해 요구되는 즉각적인 실행 조치의 면모를 보인다. 반면 유럽은 유럽 주도의 재무장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즉각적인 감축이나 철수를 전제조건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국방장관 루벤 브레켈만스는 미국과 유럽 양측 사이에 No Surprise 정책, 즉 미국 감축 속도의 하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유럽에서의 미국 감축이 유럽의 증강 속도와 규모에 맞추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브뤠헐 연구소는 현 유럽의 방위태세를 점검하면서 단기적으로 러시아의 침공을 억제하려면 약 30만 명의 추가 병력과 연간 최소 2,500억 유로의 국방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으며, 유럽은 이러한 맥락에서 미군 감축과 유럽의 억제력 강화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지 않는 시나리오를 상정하여 'NATO 3.0'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 유럽의 선택지: 지속되는 의존 vs 유럽식 모델 구축
유럽은 'NATO 3.0'을 실현하기 위한 실제적 역량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동시에 유럽식 방위 모델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인식의 변화를 겪고 있다. 먼저, 유럽의 현 상황에 대한 중장기 전망을 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단기적으로 유럽의 'NATO 3.0' 실현을 위한 재무장은 방향성 측면에서는 시작되었으나, 백서가 제시한 시간표인 2030년까지 미국을 실질적으로 대체할 수준의 독자 방위 역량으로 완성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쟁 장기화와 미국의 방위분담 압박이 지속될 경우 유럽 재무장은 일시적 대응이 아닌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지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부분적 재무장'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국방비 증액 및 공동조달 논의는 확대되겠으나 실제 전력화 속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국방비 증액만으로 즉각적인 전투 수행 능력의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주도적 작전 설계·지휘·통제 능력, 감시·정찰 체계, 통합 정보망 구축 등 여전히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NATO 3.0'의 이행 여부는 복합적 변수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유럽 안보 관여 축소 속도 및 정권 교체에 따른 기조 변화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 위협의 지속성과 강도도 재무장의 규모와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유럽 각국의 재정 지속 능력과 정치적 수용성 또한 고려되어야 하는 주요 요인이다. 이처럼 'NATO 3.0'의 방향성이 구체화되고 있으나 실제로 유럽 국가들의 독자적 재정·정치적 여력이 부족하며, 역량 있는 국가들은 자국 기업 우선 조달 기조를 강화하면서 실질적인 유럽 지역 방위를 위한 산업 통합에는 큰 제약이 존재한다.
현실적 제약은 분명하지만 'NATO 3.0'에 대한 유럽 내 논의를 살펴보면, 미국과 대서양 동맹을 바라보는 기존의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 핵심은 미국의 안보 우산이 영구적인 약속이 아니라는 점과 전략적 자율성은 더 이상 수사가 아닌 무기화된 동맹 기조 속에서 유럽이 선택해야만 하는 불가역적인 방위태세라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유럽 방위 논의의 중심 아젠다는 '미국 없는 유럽'이었고, 핵심 고민은 불안정한 결핍 상태에서 미국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더 오래 붙잡아 둘 수 있는가였다. 이러한 논의의 큰 흐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점차 미국의 지원 없이 유럽 지역의 억지를 수행하는 것이 매우 큰 도전이자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 부재 속에서도 자체적으로 기능하는 방위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진지하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유럽의 인식 변화는 미국과 대서양 동맹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유럽외교협의회의 최근 여론조사(2026년 6월)에 따르면, 유럽 응답자의 11%만이 미국을 동맹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25%는 적대국 또는 경쟁국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 이는 미국을 필요한 파트너로 인정하지만 견고한 동맹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국방비 증액의 필요성에 대한 전반적인 지지 확산과 함께 과거 민감한 이슈였던 유럽의 핵공유 문제에 있어서도 보다 전향적인 여론이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곧 불확실성이 커진 동맹관계 속에서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관점에서 현 대서양 동맹의 균열 속에서 미국의 공백을 대체·보완할 수 있는 유럽 주도 국가는 어디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2026년 4월 Foreign Affairs는 단기적으로 유럽 방위를 책임질 결정적인 네 국가를 독일, 프랑스, 영국, 폴란드로 지목한 바 있다.3)
미국의 NATO 체계 내 영향력은 여전히 독보적이며 그 역할을 대체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렵지만, 유럽은 분명히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자립과 자체 방위력 강화를 지향한다는 목적의식 아래 더디게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NATO 3.0이 한국에 주는 두 가지 시사점: 한미동맹 관리와 한-NATO협력 설계
'NATO 3.0' 구상은 그간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 요구해 왔던 역할과 책임의 분담을 수사를 넘어 실행적 메커니즘으로 제도화하는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향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아시아 지역의 동맹 관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 and 재조정이 구체화되는 시기에 'NATO 3.0'은 또 다른 이름으로 등장할 수 있다. 유럽이 'NATO 3.0'을 마주하면서 드러낸 뼈아픈 딜레마는 역내의 안정적인 미국의 억제를 담보할 수 있는 충분한 협상 레버리지는 많지 않은 반면, 미국의 감축 타임라인 내에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물적, 기술적, 재정적 여력과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동맹의 재조정 흐름 속에서 방위 주도성을 높이면서 미국과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성숙을 꾀하기 위한 우리 중심의 '한미 동맹 현대화' 구상 속 협력 의제 확장과 심화가 요구된다. 한반도 억지를 위한 자체 방위 강화, 확장억제의 신뢰성과 안정성 확보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자강의 노력과 다변화된 대미국 협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미국이 요하는 첨단산업과 방산 공급망의 확장, 특히 강점을 지닌 조선과 반도체 분야에서의 투자 및 협력은 상호 보완성을 지닌 동맹의 가치를 각인시키는 실질적인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겠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은 한국을 수차례 "모범 동맹"으로 치켜세운 바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관심과 자산이 쏠려 있는 이란과의 협상과 러-우 전쟁의 협상과 같은 주요 국제 문제들이 마무리되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동맹 재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고, 수면 아래 놓여 있던 한미 동맹의 쟁점 사안들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NATO 3.0' 논의의 핵심 쟁점은 주도적 억지 수행과 지속가능하고 수평적 역할 및 기능 분담에 기반한 동맹 형성이다. 전작권 전환과 미국산 무기 구입의 확대, 대미 산업 투자 이행, 방산 및 조선 협력 등의 현안은 거시적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미국의 요구 수준과 한국의 셈법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아, 시점과 이행 방식에 있어서 일정 수준의 마찰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특히 최근 추진되는 핵추진잠수함 합의는 한국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로서, 대미 협상에서 단순히 한국이 고급 해양전력 확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그림이 아닌,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한국이 보다 주도적 억지 역할을 수행하고 동맹의 군사적 지속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위치시켜 획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검토가 면밀히 이루어지고, 미국의 백악관, 국무부, 전쟁부, 에너지부, 의회 등 핵심 의사결정 기관을 대상으로 한 세밀한 맞춤형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겠다.
둘째로, 현 'NATO 3.0' 논의는 한국이 NATO와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 설정에도 시사점을 던져준다. 최근 수년 사이 한-유럽, 한-NATO 협력 논의는 급격히 확대되었다. 그리고 그 협력의 핵심 추동 요인은 러우 전쟁 하에서 늘어난 방위 수요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공유된 위협 서사이다. 소위 유사한 입장과 딜레마를 공유하며 뜻과 이익을 함께하는 파트너로서 일정 수준의 위협 인식을 공유하는 것은 필요하겠다. 하지만 한-유럽, 한-NATO 협력 잠재성의 근간을 완벽히 정렬되기 어려운 위협 인식 공유에 두는 것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분명한 제약이 존재한다. 현 시점에서 한-유럽 협력의 본질은 대러, 대중, 대북 위협 인식의 공유나 가치 수호에 있기보다 전략적 보완성에 있다. 한국이 러시아 억제를 위한 주도적 방위 역할에는 한계가 분명하고, 유럽의 대북, 대중 억제 또한 상징성을 넘어서기 어렵다.
러-우 전쟁에서 유럽이 직면한 현실은 단순히 무기 부족이 아니라 무기 생산, 군수 지원, 장비 역량, 방산 공급망과 기술 역량의 총체적 결여였으며, 한국은 유럽이 직면한 한계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다. 한국이 보유한 산업 역량은 유럽의 전략적 과제와 직접 연결되고, 패권 경쟁 하에서 유럽 또한 한국을 수출 시장을 넘어 핵심 산업 영역에서의 역량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하게 되면서 전략적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한-유럽 간 지속 가능한 안보 협력이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NATO 표준 정보 접근성 확대와 산업·기술 협의 심화를 통한 실질적인 공동개발의 문턱 완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다소 정체되어 있는 NATO와 IP4의 관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가치동맹으로서의 상징적 연결을 넘어서는 실질적 이익을 창출하는 협력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한국은 NATO의 새로운 역할 분담 구조 속에서 어떠한 전략적이고 실질적인 상호보완적 관계를 가져갈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접근할 필요가 있다.
'NATO 3.0'의 이행 하에서 한국은 유럽의 집단방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행위자가 아닌, 억지력과 재무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역할 제공자로서 협력의 방향성을 설정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은 이번 NATO 정상회의에서 IP4 협력의 기계적 확대 여부보다 'NATO 3.0'의 거시적 프레임 하에서 진행되는 미국과 유럽 간 역할 분담과 전략 자산의 조정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시점에 진행되고 제도화되는지, 그 안에서 유럽이 마주한 방위 공백은 무엇이며, 한국은 그 공백을 어떻게 전략적 가치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 이를 위해 NATO와 공유할 수 있는 핵심 아젠다가 무엇인지를 찾기 위한 접근법 모색이 요구된다.

  1. Schuetze, C.F. and Schmitt, E. (2026) 'U.S. Plan Is Said to Pull a Third of Fighter Jets It Provides NATO for Europe', The New York Times, 12 June.
  2. Kobzová, J. and Zerka, P. (2026) Home alone: Europeans are ready to defend themselves. Policy Brief. Europea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ECFR), 10 June.
  3. Kapstein, E.B. and Caverley, J. (2026) 'Europe's New Defense Core: As America Steps Back, Four Countries Will Shape the Continent's Security', Foreign Affairs, 10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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