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작금의 국제질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미국과 서방이 주도해 온 이른바 ‘규칙 기반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RBIO)’가 근본적 도전에 직면하는 거대한 구조적 변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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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와 신(新) 국제질서의 대두: 중러 전략적 협력을 중심으로 |
| 2026년 3월 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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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흥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jameschung@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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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작금의 국제질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미국과 서방이 주도해 온 이른바 ‘규칙 기반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RBIO)’가 근본적 도전에 직면하는 거대한 구조적 변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탈냉전 이후 지속되어 온 미국의 단극적 일극 체제는 다극화(Multipolarity)질서를 추구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전략적 연대에 의해 균열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외교적 마찰을 넘어 전 지구적 차원의 지정학적 위기로 발현되고 있다. 특히 2026년 1월을 기점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촉발된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두로(Nicolas Maduro) 대통령 체포 작전, 이란-이스라엘 분쟁 격화, 그리고 중일 갈등 격화 및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은 개별 국가 간의 국지적 분쟁으로 환원될 수 없다. 오히려 일련의 사건들은 상호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으며 기존의 서방 주도 단극 질서와 중·러가 추구하는 새로운 다극 질서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핵심 지정학적 단층선(Geopolitical Fault Lines)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6년 새롭게 고조되고 있는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 양상 흐름과 신냉전 혹은 진영간 대결 구도와 다극화 국제질서의 실체를 규명하고자 한다. 약 4년 동안 이어진 러우전쟁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 속에서 러시아가 어떻게 중국, 이란, 북한과 전략적 밀착을 도모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반(反)서방 연대가 중남미, 중동, 동북아라는 세 개 핵심 지정학 대결 전선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출현되고 있는지 중요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더 나아가 국제정치적 지각변동과 파편화 현상이 한국의 대외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기존 미국, 일본, 중국, 서방 중심으로 고정된 한국의 대외전략 변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새로운 다극화와 유라시아 질서 통합을 단순히 인식하거나 한중, 한러관계에만 국한되어 단순한 접근만을 모색할 경우 한국은 매우 쉽지 않은 대외적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 몇 년간 국제정치 무대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연대가 냉전 이래 단순한 이해관계의 일치를 넘어 군사, 경제, 외교 등을 포괄하는 준동맹(Quasi-alliance)수준으로 급격히 진화했다는 점이다. 양국은 미국과 서구 중심의 일방주의를 타파하고 유엔(UN) 중심의 다자주의 수호라는 명분 구도 아래 실질적으로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중심으로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를 급속히 확대 개편하여 독자적 세력권을 구축하는 데 적극 매진하고 있다.
2026년 2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 회담은 이러한 중러 결속의 제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상기 회담에서 양국은 상호간 핵심 이익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하였으며, 글로벌 지정학적 이슈 등을 놓고 공동 대응 메커니즘을 한층 격상시켰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 북한, 이란, 미얀마, 벨라루스 등 5개국이 '21세기 다양성과 다극성의 유라시아 평화 헌장'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중러 양국이 주도하며 유라시아 대륙을 중심으로 하는 거대한 정치-경제-안보 협의체의 공식적 출범을 의미한다. 중국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및 동유럽의 일부 국가들까지 상기 구상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미국과 서방 중심의 국제질서 개편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더욱이 2월 4일 진행된 중러 정상 화상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유라시아 지역 안보 불가분성(Indivisible Security)과 연대를 적극 천명하며 미국과 서방 주도 나토(NATO) 동진 및 한미일 3자 안보 협력 강화, 배타적 진영 군사 블록 형성에 대해 강도 높은 우려를 표명하였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 모두 러우 전쟁이 야기한 새로운 국제질서 변화를 '백년 만의 대변혁(百年未有之大變局)'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구조적 세력 권력 전이를 완성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발현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
2026년 1월 2일 새벽, 미군 특수부대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외곽 군사 기지를 전격 급습하여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한 절대 결의 작전(Operation Absolute Resolve)은 글로벌 지정학 위기 서막을 여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시각에서 비롯된 마두로 체포 작전은 단순히 부패하고 독재적 정권의 교체를 넘어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팽창하던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계산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동안 친중-친러 성향을 보여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붕괴는 중국과 러시아 모두에게 뼈아픈 지정학적, 경제적 손실을 안겨주었다. 그동안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며 저렴한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왔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통신, 인프라 분야에서 자국 기업들의 중남미 진출을 위한 핵심 교두보로 베네수엘라를 적극 활용해 왔다. 이번 사태로 인해 중국은 막대한 채무 회수의 불확실성과 원유 공급망의 심각한 차질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국과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피하면서 기존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이라는 외교적 수사강조를 통해 미국의 일방주의와 패권주의를 규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중남미 국가들 내부에 잠재된 반미 분위기와 새로운 다극 국제질서 주도를 통해 자국의 정치-외교-경제적 영향력을 확대 유지하려는 전략적 인내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 비록 경제 투자 규모는 중국에 미치지 못하나 베네수엘라를 대미 견제를 위한 비대칭적 자산으로 높게 평가해 왔다. 그동안 서방의 대러 제재를 우회하여 에너지 및 군사 무기 분야에서 마두로 정권과 깊은 유착을 맺어온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사태 직후 중러 양국이 유엔 안보리를 공동 소집하여 미국의 불법적 행동을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은, 개별 국가의 위기를 넘어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을 위한 중러 양국의 전략적 연대가 중남미 무대에서도 긴밀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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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네수엘라 위기와 더불어 중동 지역에서는 이란을 둘러싼 복합적 안보 위기가 글로벌 지정학적 환경을 심하게 요동치게 하고 있다. 지난 2025년 발생한 이스라엘과의 치열한 전면전은 이란의 군사-민간 인프라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으며 미국-서방의 장기화된 이란 경제 제재는 2025년 말 촉발된 대규모 민중 소요 사태로 이어지며 이란 체제 내부의 심각한 취약성과 민족 갈등 등을 노출시켰다. 특히 이란 내부 권력의 공백과 혼란을 틈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완전한 핵-미사일 포기 등을 압박하며 2026년 2월 28일부터 이란 지도부를 포함한 핵/미사일 군사 기지에 대규모 공습을 개시하였다.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 대규모 공습을 통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고 임시 지도자로 알리 라리자니 최고 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이 전면에 나서며 강력한 보복과 응징을 밝혔다. 특히 이란이 보유한 각종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공격용 드론 등을 통해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 주요 미군 주둔 지역(바레인, 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 대규모 보복성 공격을 연이어 실시하고 있다. 이란의 파상적인 보복성 공격 차원에 이어 후티 정부군과 헤즈볼라, 하마스 등 친 이란 시아파 무장단체까지 모두 합세하기 시작하며 중동 지역 전체로 분쟁이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이란은 전 세계 원유 수송로 지역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통해 대규모 원유 수송 선박들이 항로를 멈추거나 우회하는 등 에너지 가격 등도 급등하고 있어 글로벌 지정학 위기가 경제-에너지 분야로 급격히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한편 친중-친러 성향의 이란 이슬람 정권 붕괴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중동 지배력 강화를 좌시할 수 없는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과 전략적 밀착을 통해 역내 세력 균형을 유지하고자 본격적인 중재자 역할과 개입이 예상된다. 이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전개된 중국, 러시아, 이란 3국의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인 '해상안보벨트 2026(Maritime Security Belt)'이다. 특히 러시아는 스토이키호 코르벳함을 파견하고 S-400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및 통신 인력을 이란에 지원하였으며, 중국은 최신형 전자전 정찰함인 랴오왕(818A)전자전 정찰함을 페르시아만 부근 오만에 급파하여 자국의 베이더우(北鬥) 위성 네트워크를 통한 미군 자산 동향 정보를 이란에 제공하고 있다. 이는 무력 해상 훈련 시위를 넘어 이란원유 등을 수송하는 이른바 '그림자 함대(Shadow Fleet)'를 미국과 나토의 해상 봉쇄로부터 보호하려는 실질적인 연합 해상 작전 능력을 배양하는 데 주요 목적이 있다.1) 이란과 러시아 소유의 일부 그림자 함대는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등을 끄고 소유주와 선적국을 수시로 바꾸며 공해상에서 수시로 환적하며 수출이 금지된 러시아 및 이란 원유를 운송하는 노후 유조선들 일컫는 용어이다.
이번 중국, 러시아, 이란 3국 해상 훈련에 대해 푸틴 대통령 정책 고문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안보 보좌관은 새로운 다극화 해양 질서 구축을 위한 미국-서방과 브릭스(BRICS)사이 해양 전략 경쟁으로 규정짓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일대일로(BRI)의 핵심 거점이자 에너지 안보의 주요 핵심 축인 이란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3월경 중국 베이징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이 중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중국 3자 회의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등 중동 지역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다. 러시아 역시 러우전쟁 이후 이란과 군사안보 및 에너지 밀착을 강화하며 대미 항전의 동반자로 삼고 있다. 이미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 이어 중동 지역 문제에서 이란과 상호 협력하고 있으며 중동과 유라시아 지역 정세 안정을 강한 개입 의지를 밝히는 중이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을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의 정식 회원국으로 편입시킨 것은, 이란을 새로운 다극화 국제질서 내의 제도적 틀 안으로 끌어들여 미국과 서방의 이란 고립 작전 무력화 및 정치-경제-군사적 후방 지원 등을 통한 중장기 유라시아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인 동북아에서는 중일 갈등과 대만 문제가 맞물리며 신냉전의 가장 첨예한 화약고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25년 11월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의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중국은 이를 자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침해로 간주하고 전례 없는 수준의 보복 조치를 단행하였다. 이는 과거의 정치·외교적 항의 수준을 넘어 일본 제조업의 숨통을 죄는 희토류,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 광물 수출 전면 중단과 이중용도 품목의 금수 조치라는 가혹한 경제 강압(Economic Coercion)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중일 간의 극단적 대립 이면에는 대만을 둘러싼 미중 사이 근본적 체제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줄곧 대만 독립 노선을 추구하는 라이칭더 민진당 정부는 미국, 일본 등 자유 민주주의 진영과의 연대를 통해 중국의 강경 대응과 압박에 맞서고 있다. 반면, 중국의 시진핑 지도부는 대만 통일을 '핵심 이익(核心利益)중의 핵심이익'으로 대내외에 선언하고 무력 사용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지 않은 채 대규모 대만 포위 군사훈련과 외교-경제적 압박을 전개해 나가는 중이다.
한편 2026년 2월 14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일본의 행보를 군국주의의 부활이자 전후 수립된 국제질서에 중대한 도전이자 위협으로 비난하며 "그동안 동아시아는 전반적으로 평화로웠고 중국은 평화의 중류지주(中流砥柱, 주된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다카이치 총리 발언은 전후 역내 질서를 뒤흔드는 위험한 신호"로 중국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왕이 부장은 일본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 행사 가능성 시사를 전후 국제질서에 심각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독일 전후 청산과 일본의 군국주의 역사 인식을 비교하며 일본의 철저한 반성을 촉구하였다. 아울러 중국은 궁극적으로 대만통일을 실현하여 중화민족 단결과 부흥을 실현한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미 시진핑 지도부는 중국식 강군(強軍)육성을 강조하며 대만 수복 의지를 밝히고 있어 중국군 현대화 방향도 대만 해협 유사시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군사력 구조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중국은 대만 유사 사태 발생 시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전략적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러시아 또한 중국의 '하나의 중국(一個中國原則)' 원칙을 강력히 지지하며 중국과의 보조를 맞추고 있다. 양국은 2022년 12월과 2024년 10월 대만 해협 인근에서 중러 연합 해상훈련 및 해군/해경 공동 순찰 등을 전개하며 제1도련선 돌파 등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2026년 2월 1일 중국을 공식 방문한 쇼이구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다시금 확고하게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중일 갈등 이후 일본의 군사 대국화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분명한 뜻을 밝혔다. 이는 역내 지역에서 중일 갈등이 단순히 양자 간의 문제를 넘어 유라시아 전체의 안보 지형과 직결된다는 중러의 유라시아 안보 불가분성 원칙이 전략적 차원을 넘어 군사적으로 구체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고 브릭스와 유라시아를 거점으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을 규합하여 새로운 다극화 국제질서를 구축하고자 적극적인 연대와 협력을 가속화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중러 양국은 미국의 패권주의 및 일방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며 베네수엘라 마두로 부부 체포, 이란 분쟁, 중일갈등 및 대만 문제 등에 공동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란에 대한 미국의 무력 투사 및 압박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실질적 군사적 개입(Boots on the ground) 가능성은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이란 분쟁이 촉발시킨 대결과 파편화 과정 구도에서 중국과 러시아 대응 여부에 따라 국제질서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 중국, 러시아 강대국 정치의 냉혹한 경쟁과 대결은 신흥국들과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깊은 딜레마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다수의 개발도상국은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다극화 국제질서가 제공하는 새로운 차원의 경제적 이익 및 대안적 금융 시스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며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협력과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질서 재편을 놓고 미중러 3자 강대국 전략 경쟁이 격화될수록 글로벌 지역의 분쟁 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고 상호 진영간 경쟁과 대결이 고착화되는 국제질서의 파편화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2026년의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 고조와 갈등은 러우전쟁의 장기화,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발발하고 있는 글로벌 지역 위기들이 화학적으로 결합하며 과거 냉전 시대를 능가하는 복합적 위기의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3국의 협력과 북중러 3국의 연대가 팽팽하게 맞서는 작금의 현실은 국제질서가 다극화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배타적인 진영간 블록으로 파편화(Fragmentation)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은 작금의 국제질서 상황을 '백년 만의 대변혁(百年未有之大變局)' 시기로 규정하며 기존 미국과 서구 중심 질서의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함을 강조하며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일대일로(BRI)'와 '인류운명공동체(人类命运共同体)' 구상 아래 글로벌 발전(GDI)・안보(GSI)・문명(GCI)・거버넌스(GGI) 구상을 제시하며 보다 공평하고 평등한 다극화 국제질서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2023년 3월1일 개정된 대외정책 개념을 통해 보다 공정한 다극 국제질서가 형성 중에 있으며 국제사회의 주권적 발전 중심(sovereign centre of global development)기조 아래 다극 국제질서 구축을 역사적 임무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다극적 국제질서 구축을 위해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더욱 긴밀한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며 중남미, 중동, 동북아 지역에 본격적인 개입이 시작되었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 전략적 협력을 통한 새로운 국제질서 개편을 도모하기 시작하자 미국과 서방 국가들 역시 중러 주도 국제질서 개편에 강력히 반발하여 국제질서 전환기 혹은 파편화 시기에 진입하였다.
이처럼 엄중하고 복잡한 대내외 외교-안보 환경 구조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기조로 삼고 있는 이재명 정부는 지난 70년간 이어진 한미동맹을 축으로 삼으면서도 한중, 한러관계의 급격한 악화와 갈등을 막기 위한 고도의 외교적 균형 감각을 발휘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러우전쟁 장기화, 중일갈등과 대만문제, 이란-이스라엘 분쟁이 한반도의 안보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에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미 한국은 수입 원유의 약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재명 정부는 자율성과 다자주의에 기초하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 기조 아래 한미동맹 관계를 유지하되 중국, 러시아를 배제하지 않은 새로운 다자주의 구상과 자주적 외교 공간 확대가 필요하다. 아울러 남북관계 개선과 조속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기존 미국, 일본, 중국 등 특정 국가 일변도 혹은 양자관계 차원 대외 인식 구조 틀에서 벗어난 보다 과감한 창의적 접근과 새로운 다자외교가 필요하다.
이처럼 급변하는 글로벌 지정학 위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한국은 국제질서 파편화 혹은 진영화의 논리에 완전히 매몰되는 것을 경계하며 중견국 위치를 통해 다자외교와 외교적 자율성을 확대해 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글로벌 지정학 위기가 촉발시킨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기 속에서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이념경직성과 일변도를 탈피하고 보다 유연한 전략적 접근과 창의적 시각을 통해 중장기 대외전략의 수립이 그 어느 시기 때보다 절실히 요망된다.
|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 전개와 중러 전략적 협력관계 본격화
| 제1 단층선: 마두로 대통령 체포와 미중러 3국 중남미 전략 경쟁
| 제2 단층선: 이란-이스라엘 분쟁과 중동 정세 악화
| 제3 단층선: 중일 갈등 격화와 대만 해협 위기
| 새로운 국제질서 출현 가능성과 파편화 현상
1) 이란과 러시아 소유의 일부 그림자 함대는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등을 끄고 소유주과 선적국을 수시로 바꾸며 공해상에서 수시로 환적하며 수출이 금지된 러시아 및 이란 원유를 운송하는 노후 유조선들 일컫는 용어이다.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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