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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전망 2026-특집호-제5호] 2026 미국 대외정세 전망

등록일 2025-12-11 조회수 280 저자 신범철

파일명 2026 미국 대외 정세 전망 저자명 신범철 수석연구위원

지난 1년 동안 국내 정치, 군사 부문 및 북한 사회-사상 영역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으며, 2026년 초에는 제9차 당대회가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회가 열릴 경우, 북한의 정치제도 구성 변경과 엘리트 교체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정세전망 2026-특집호-제5호]
2026 미국 대외정세 전망
2025년 12월 11일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bcshin@sejong.org
      2026년 하반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분기점을 맞이한다. 11월 예정된 중간 선거 승리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정책의 성과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들 것이다. 이를 위해 가급적 많은 국제분쟁을 중재하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대외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동맹국 및 우방국과 체결한 투자 합의 이행을 위해 노력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중동 평화 협상의 진전이 예상되지만, 해당 지역의 구조적 불안정성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여진(餘震)이 예상된다. 동아시아에서는 중-일간 갈등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과 직접 부딪히지 않는 선에서 일본을 후원하며 세력권의 공고화를 도모할 전망이다. 한반도에서는 대미 투자 약속 이행, 동맹 현대화의 구체적 내용, 핵추진잠수함 건조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정부와 갈등과 협력을 반복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정상회담 추진 노력이 가시화될 것이나 북한의 태도를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 2025년 미국 대외정세 회고
      지난해 출범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불확실성 속에서 시작되었다. 가치 기반의 전통적 대외정책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를 기반으로 거래 중심의 외교 행보를 거듭했고,1) 지난 한 해 동안 변화무쌍한 행보 속에서 국제관계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그 결과 국제질서는 복합화 양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여러 지역에서의 무력 충돌은 중단과 재발을 반복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아쉬웠다고 평가했던 1기 집권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2기 행정부를 충성파로 꾸렸다. 그 결과 행정부 내에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할 만한 핵심 인사가 존재하지 않았고, 일방적인 의사결정과 신속한 이행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과 안보 두 영역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통상의 영역에서는 관세를 무기로 동맹국 및 우방국에 새로운 협상을 강요했다. 탈냉전 이후 자유무역을 촉진해 온 미국의 입장은 더 이상 관심의 영역이 아니었고, 일방적인 관세 인상을 발표한 후 그 인하를 매개로 미국에 대한 투자나 우호적인 통상 여건을 마련했다. 그 결과 다수의 국가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개별 협상을 통해 10-25%의 관세를 부여받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상으로 벌어들인 수입을 미국인들에게 돌려주는 동시에, 미국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물가 인상의 부담으로 인해 관세 정책의 성공 가능성은 향후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안보의 영역에서 미국은 선택적 개입을 통해 주요 국제분쟁을 종식하면서, 러시아 및 중국과는 전면적 대결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나 멕시코 인근에서 마약 소탕을 명분으로 제한적인 무력을 사용하면서 아메리카 대륙의 맹주임을 과시했다. 동시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과 이란, 태국과 캄보디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의 평화 협상에 관여하며 분쟁 해결사로서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는 트럼프 스타일의 강압 외교가 나름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가치를 지향함에도 실행력을 담보하지 못했던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절대적 힘이 통하지 않는 러시아나 중국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승리를 담보할 수 없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동중국해 문제에 있어서는 압박의 수위를 조절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 역시 미국 제일주의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관세 협상을 매개로 3,500억 달러라는 엄청난 대미 투자를 이끌었고, 주한미군을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물론 한국의 관점에서는 매년 수백억 달러의 흑자를 볼 수 있는 방대한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협점을 찾은 것이지만, 전통적인 한미관계에서 볼 수 없었던 거래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나마 한미 양국이 자발적 공감대를 이룬 것은 대북정책이었는데, 북한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원칙 외에도 적극적인 대북 관여 정책, 특히 대화의 재개와 관련하여 양국 정상이 공감대를 이룰 수 있었다.

      한편, 연말에 접어들며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으로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강력한 이민단속 정책은 지지층의 환호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에 부작용을 낳고 있고, 엡스타인 파일 문제로 지지 기반인 마가(MAGA) 그룹이 분열되고 있으며, 정부 셧다운 여파로 지지율이 하락 중인 상황이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위상 저하가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했던 2025년 말 미국의 대외정세는 긍정적 관점이든 아니면 그 반대의 관점이든 점점 더 투명해지며 새로운 해를 맞고 있다.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경제력과 군사력이라는 ‘하드 파워(Hard Power)’적 측면에서는 여전하지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인권 존중이라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적 측면에서는 서서히 퇴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 2026 미국 대외정세 주요 관찰 사항
       2026년 미국 대외정책은 기본적으로 2025년의 연장선이 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 국내 정치 환경의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도전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와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올 수 있다. 그 밖에도 평화 협상과 분쟁이 반복되는 중동에서의 항구적 평화 문제, 중국과의 전략경쟁, 관세 협상 이행 과정이 관심을 끌어모으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중간 선거

      집권 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2) 동시에 지난 11월 뉴욕 시장, 버지니아 주지사 등의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패배의 상처를 안았다 이러한 악재가 이어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내내 11월에 치러질 중간 선거를 걱정하며 대외정책을 전개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임기가 3년여 남은 단임 대통령이다. 현재 공화당은 하원과 상원 모두를 장악하고 있지만, 이 중 하나라도 주도권을 빼앗긴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고, 정국의 주도권은 민주당 또는 차기 대선주자들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력은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었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대통령에 재선되었다. 하지만 재선 가능성의 결여라는 한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는데 최대의 도전 요인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 선거에 반드시 승리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 대내외정책도 조정할 전망이다.

      중간 선거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는 경제다. 미국의 국내 경제 상황이 개선되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과도한 관세 인상으로 인해 미국 국민의 생활 물가를 높여놓았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만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있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게 현금을 되돌려주면서 인기를 유지하려 들겠지만, 물가를 잡는 일은 쉽지 않다. 고물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금리 인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관계가 미국 경제 미칠 영향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며, 기존 합의를 존중하되 동맹국이나 우방국으로부터 추가적인 혜택을 얻는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 반면에 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강력한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제분쟁

      2026년도 국제분쟁에서 미국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칠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이미 4년이 지나고 있는 장기간의 전쟁으로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모두 지쳐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2026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형태로든 종전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 관계, 유럽과 러시아 관계, 러시아와 북한 관계 등 다양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전쟁이 끝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는 전후 복구의 주도권을, 유럽에서는 나토 회원국에 대한 리더십을, 그리고 러시아에 대해서는 국제사회로의 복귀를 도우며 자국의 영향력을 키우려 들 것이다.

      물론 러시아의 계산법은 다르다.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가는 종전 협상이 아니라, 러시아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끝내려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러시아를 설득하며 종전을 이끌려 하고 있지만, 그의 평화안은 우크라이나에게 불리한 조항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3) 따라서 당분간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반대로 인해 평화협정 체결이 지연될 수 있겠지만, 국력이라는 현실은 결국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넘어설 수 없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중동 평화 문제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 영역이다. 이스라엘 내부의 하마스에 대한 종전안은 당분간 준수되겠지만,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넘어 서안지구마저 정리하고자 한다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중동 국가와의 관계가 새로운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반면에 팔레스타인 문제가 안정을 찾는다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며 중동의 안정을 더욱 촉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이스라엘 내부의 불안정이 완전히 해소될지는 불투명하고, 네탄야후 총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도 한계가 있기에 불확실성이 제거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그 밖에도 2026년에는 지구촌 곳곳에서 새로운 갈등이 예상되며 트럼프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역시 미국 제일주의에 기반해서 필요한 분쟁에 대해 선택적으로 개입하며 단기적 성과를 올리고 이를 다시 미국 국내 정치에 활용하는 방식의 접근이 예상된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잠재적 갈등 사안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최근 발간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은 이러한 기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의 의도대로만 전개되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경제적 성장과 시진핑 체제의 단호한 대응으로 인해 이미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전면적 충돌의 경우 미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으로 인해 11월 중간 선거에 부정적 결과가 우려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관계를 적절히 유지하며 미국의 대중국 투자 보장이나 중국의 대미 투자 약속 및 미국산 물품 구매 등에 더 큰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인도태평양 지역 내 동맹국과 우방국 관계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합의된 사안들의 이행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의 압박 수위를 유지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한국이나 일본은 상당한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는데, 아직 그 구체적 이행과 관련해서는 불투명한 영역이 존재한다. 미국과 일본 간에는 투자 대상의 확정 문제, 한국과 미국 간에는 투자 대상 확정 외에도 농산물 시장이나 기타 영역에서 비관세 장벽 철폐 문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논의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다면 갈등이 불가피한데, 2025년처럼 일방적인 압박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합의된 투자 금액을 조속히 받기 위해 유연한 접근을 택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미국은 안보적 관점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과 협력할 사안이 많다. 대중국 견제를 위한 외교적 연대는 물론이고 한·미·일, 한·미·일·호 등 다양한 소다자 군사협력을 통해 대중국 억제 태세를 강화하고자 할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다자협력 의지는 그리 높지 않고, 호주와의 AUKUS 협력도 부진한 상황이지만, 협력의 방향성은 유지하려 들 전망이다. 이와 관련하여 변수가 존재하는데, 한국과 관련해서는 10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허용한 핵추진잠수함 건조 이행 문제, 일본과 관련해서는 일본 내 핵추진잠수함 관련 논의4) 향방에 따른 미일간 협의 문제가 부각될 전망이며, 그 논의의 진행 과정에서 갈등과 협력이 반복될 전망이다.
    | 2026년 미국 대외정책 전망과 한반도
      트럼프 대통령 대외정책 기조의 유지 속 긴장 요인 관리

      2026년 미국의 대외정세는 2025년보다 유리한 여건에서 출발할 것이고, 따라서 변화의 폭도 상대적으로 적을 전망이다. 어려운 관세 협상을 타결해 놓은 상황이므로 적어도 2025년보다는 우호적인 대외정책이 전개된다는 의미이며, 그 결과 유럽, 러시아, 중동, 중국 및 한일 관계에서 갈등의 폭은 줄어들 전망이다. 이러한 기조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을 촉진하고, 중동 지역에서 형식적이나마 평화의 기운을 북돋게 될 것이다. 중국과의 전략경쟁 역시 겉으로는 휴전과 같은 상황 속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을 치열하게 전개할 전망이다.

      하지만 동맹국과의 미묘한 긴장 관계는 일거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러시아나 중국, 그리고 북한과 같은 적대적 상대방에 대해서는 충돌을 회피하는 행보를 보이는 데 비해, 유럽이나 일본, 그리고 한국과 같은 우방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국익에 최적화된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26년 내내 이미 합의된 대미 투자의 방법론 등을 가지고 긴장 관계가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 트럼프 행정부가 합의 사항의 일방적 해석과 강제 이행을 선택한다면, 미국과 동맹국 간의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게 될 전망이다.

      한미관계 역시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예외가 아니다. 중간 선거로 인해 대미 투자에 민감하게 반응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투자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압박의 강도를 높일 전망이다. 다행히 총액은 3,500억 달러지만 대미 투자의 연간 상한액이 200억 달러를 넘지 않는 상황이기에 한국에 있어 단기적 부담은 적다. 그럼에도 투자 영역과 관련하여 한미간에 이견이 발생할 수 있고, 이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영역에 대한 투자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보복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행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핵추진잠수함 사업이나 원자력 협정과 관련한 문제들의 진전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 과정에서의 한미동맹의 현대화 달성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 우위 확보를 위한 지역 정책을 전개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및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을 추진할 것이고 그 대상은 북한 위협 억제 외에도 대중국 견제가 포함될 것이다. 한미 협력의 구체적인 내용은 한미동맹의 현대화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10월의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현대화는 합의 되었지만, 그 세부 사항과 로드맵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그 결과 한미동맹 현대화의 구체화 과정은 내년도 한미 양국이 직면한 가장 민감한 도전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유연하게 활용하려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정상회담 공동 팩트 시트를 통해 “모든 위협”에 대비할 수 있는 주한미군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합의에 한국 정부가 동의한 이유는 관세 협상 때문이겠으나, 향후 중국 문제와 관련하여 추가적인 조율 과정에 유의해야 한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SSN) 건조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과정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들 것이다. 무엇보다 어디서 건조하는가의 문제가 현안으로 재부각될 수 있다. 당연히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하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조선소 운용을 통해 미 군함 및 잠수함 건조 사업 획득 참여가 보장된다면 부분적인 미국 건조도 검토해 볼만 하다.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미국 내 창출되는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미국의 중간 선거가 치러지며 여당인 공화당이 패배한다면, 핵추진잠수함 건조 사업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따라서 조속한 시기에 구체적인 문서 합의를 만들어 내고 필요한 의회 승인을 확보해야 한다. 2026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미북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의 한미 정책공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4월로 전해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전후하여 미북 정상회담이 다시 한번 추진될 수 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긍정적인 기여가 이루어지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이다. 미국의 어떤 대통령도 풀지 못했던 북한 문제를 풀어냈기에 노벨 평화상은 물론이고 11월 중간 선거에서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성과를 담보할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화답이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첫째,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여부다. 만일 조기에 종전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의 지원이 줄어들 것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미북 관계 개선을 통한 안전판 확보 문제를 고민할 것이다.

      둘째, 김정은 위원장의 목표가 무엇인가다. 만일 그가 선언한 바와 같이 남북한이 적대적으로 공존하는 것이 실제 목표라면 미국과의 대화보다는 적정한 긴장 속에서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유지를 통해 정권의 안정을 도모할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의 목표가 정상 국가를 지향하는 것이라면 미국과의 대화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미북 정상회담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중간 선거가 본격화되는 10월 이전에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북한이 화답하지 않을 경우, 대북 강경정책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2017년의 ‘화염과 분노’나 ‘코피 전략’이 다시 언급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다만,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고 대북 압박을 강화한다고 해서 11월 중간 선거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중간 선거는 경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였고,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누차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의 돌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이 실패한 것임을 자인하는 것으로 비추어질 수 있기에 그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은 유사한 입장을 지닌 한국 정부에게는 기회 요인이다. 따라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한미 공조 및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갈 수 있는 준비를 미리 해놓아야 할 것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회담 성사가 곧 대한민국의 국익’이라는 인식이다. 회담 성사도 중요하지만, 북한 비핵화의 중장기적 추진, 남북간 실질적 군사적 긴장 완화, 이산가족 및 억류자 문제 해결, 북한 주민 인권 문제의 중장기적 해결 등 우리가 지향해야 할 대북정책의 방향성을 상실하지 않으면서도 대화의 문을 여는 지혜가 발휘되어야 한다.

    1) 미국 제일주의에 대해서는 David Rowe, “The Meaning of America First,” Key Alumi Magazine (Fall 2025, Vol. 47.1.) https://bulletin.kenyon.edu/article/the-meaning-of-america-first/ 참조 (2025. 11. 25 방문)
    2) The Economist “Tracking the presidency: 40% approve, 57% disapprove, 4% not sure,” (Nov. 25, 2025.) https://www.economist.com/interactive/trump-approval-tracker (2025. 11. 25 방문)
    3) BBC, “Updated peace plan could be a deal Ukraine will take – eventually,” (Nov. 25, 2025.) https://www.bbc.com/news/articles/cn4d27dx80no (2025. 11. 25 방문)
    4) 중앙일보, “日 방위상 “핵잠수함 도입 논의 당연…한국도 호주도 보유,” (2025. 11. 1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1589 (2025. 11. 25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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