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커스

[세종포커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

등록일 2025-10-31 조회수 100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금년 초 들어서면서 동맹국과 우방국에게 관세 폭탄을 던져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최우선주의 정책(MAGA)”은 경제와 안보 양날의 칼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
2025년 10월 31일
    이정규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jklee87@mofa.or.kr
    | 서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금년 초 들어서면서 동맹국과 우방국에게 관세 폭탄을 던져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최우선주의 정책(MAGA)”은 경제와 안보 양날의 칼이다.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은 이제 더는 기존에 해 오던 세계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은 안보 문제를 미국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해결하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해외 주둔 미군의 역할 조정을 얘기한다. 소위 ‘동맹의 현대화’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최대 위협(pacing threat)으로 보고 중국 위협 억제를 국가안보 전략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이 전략을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을 조정하여 북한 위협 억제뿐 아니라 범위를 확대하여 인⋅태 지역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데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한미 간 관세 문제와 이어진 대미 투자 펀드의 규모와 사용 방식에 대한 조율은 10.29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르렀다. 안보 분야에서의 미국의 요구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한국의 국방비 증액,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으로 예상된다.

      21세기 초 미국은 냉전 이후 변화한 국제 안보 환경 속에서 전 세계 미군의 재배치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 방위태세 검토(Global Defense Posture Review, GDPR)를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역시 단순한 한반도 방위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광역적 안보 구조 속에서 재조정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2006년 반기문-라이스 전략대화(ROK-U.S. Strategic Dialogue)를 통해 양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에 관한 합의문을 채택하였다.1)

      이 합의는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되 필요시 역외(域外) 지역으로 이동·전개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역외활동이 한국의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조건을 부가하였다.2)

      이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명시적으로 실행된 사례가 없었으나,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다시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최우선주의(MAGA, America First) 정책’은 전통적 동맹에 대한 무조건적 방위 약속보다는 미국의 지정학적 이익에 따라 동맹을 재조정하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미동맹의 구조적 긴장과 대북 억제력 약화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주둔 정책의 변화를 넘어, 한미동맹의 미래 방향, 대중국 견제전략, 그리고 동북아 안보 지형의 변화를 포함하는 중요한 연구주제로 평가된다.

    1) U.S. Department of State, Joint Statement of the ROK-U.S. Strategic Dialogue, January 2006.
    2) 외교부, 「한미 외교장관 공동성명」, 2006. 2006년 1월 19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공동성명 “Strategic Consultation for Allied Partnership” "The ROK, as an ally, fully understands the rationale for the transformation of the U.S. global military strategy, and respects the necessity for strategic flexibility of the U.S. forces in the ROK. In the implementation of strategic flexibility, the U.S. respects the ROK position that it shall not be involved in a regional conflict in Northeast Asia against the will of the Korean people.“ “대한민국은 동맹으로서 미국의 글로벌 군사 전략 전환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 전략적 유연성이 실행될 때, 미국은 한국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동북아 지역 분쟁에 한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 전략적 유연성의 개념과 한미 합의
      전략적 유연성의 개념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은 미군이 전 세계적 위협에 더 기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 고정 배치되지 않고, 작전 목적에 따라 신속히 이동·배치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3) 이는 냉전 시대의 고정적 전선 방어(Forward Defense) 전략에서 벗어나, 분산적이고 네트워크화된 미군의 작전 능력을 강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2004년 럼즈펠드 국방장관 주도로 발표된 GDPR은 미군의 해외 주둔구조를 대폭 조정하고, ‘핵심 허브(hub)’와 ‘전진 기지(spoke)’ 개념을 통해 동맹국에 대한 접근을 재정의하였다.4) 한국은 동북아의 ‘핵심 허브’로서 미군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연계되는 거점으로 재편되었다.

      전략적 유연성은 단순한 병력 이동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분산·기동·예측 불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하는 현대 미군의 작전 개념 변화와 맞물려 있다. 특히 공군의 기동형 전투 운용(Agile Combat Employment, ACE), 해병대의 원정 전진 기지 작전(Expeditionary Advanced Base Operations, EABO), 그리고 국방부 차원의 역동적 전력전개(Dynamic Force Employment, DFE)개념은 이러한 유연성의 실질적 구현체로 기능한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ACE·EABO·DFE 개념의 상위 프레임에 해당한다. DFE가 전략 수준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ACE와 EABO는 전술·작전 수준에서 이를 구현하는 실행 개념이다. 즉, DFE가 “언제·어디서 전개할지”를 결정한다면, ACE와 EABO는 “어떻게 전개하고 지속할지”를 구체화한다. 주한미군은 이들 개념을 통합함으로써, 한반도를 ‘전진 배치된 고정 전력의 거점’에서 ‘전역 기동의 허브’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병력 재배치 차원을 넘어, 한미동맹의 작전 개념과 억제 전략 자체의 진화를 의미한다.

      2006년 한미 합의의 주요 내용

      냉전 이후 미국은 전 세계 주둔 미군의 구조를 재검토하게 되었고, 2004년 부시 행정부가 GDPR을 발표하면서 해외 미군을 ‘전진 고정 배치’에서 ‘기동 중심’으로 바꾸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때 주한미군도 ‘전략적 기동군’으로 재편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과거 ‘한반도 방어’ 중심의 고정 주둔형 억제력에서 중국의 부상, 북한의 비대칭 위협, 테러리즘 확산 등 역내 다중 위협에 대응 가능한 전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었다. 즉 주한미군을 동북아 전체 안정에 기여하는 역할로 임무를 재조정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였다.

      2006년 1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은 다음과 같은 원칙에 합의하였다.5)

      (1) 주한미군은 한반도 방위라는 기본 임무를 유지한다.

      (2) 한국은 주한미군의 역외 작전이 자국의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협의한다.

      (3)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활용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안보 기여를 확대할 수 있다.

      이 합의는 주한미군의 지역적 역할 확대를 인정하면서도, 한국의 주권적 통제권을 일정 부분 보장하는 절충적 성격을 지녔다. 이는 한반도 방어 중심의 동맹 구조에서 지역 안보를 포괄하는 “확장형 동맹”으로의 전환을 의미했으며,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과 대중 관계에 새로운 전략적 과제를 남겼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과 전략적 유연성의 재부상

      트럼프 행정부는 1기 행정부부터 ‘동맹은 미국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한에서만 유지될 가치가 있다’는 현실주의적 시각을 표방하였다.6) 이러한 정책은 2025년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이어져 한미동맹 내 불신과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이 한반도를 넘어 중국 견제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재등장하였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이후 이어진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핵심 외교안보 전략이다.7)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이 전략의 일환으로서 공식적으로 최종 합의될 경우, 필요시 남중국해·대만해협 등지로의 작전 전개를 가능케 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상은 한미동맹의 지역적 기능을 확대하지만, 동시에 한국이 미중 전략경쟁의 전면에 노출될 위험도 내포한다.

      기존 합의와 최근 논의의 차이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이미 2006년에 한미 양국간 공식적으로 합의된 바 있다. 그런데 최근에 ‘동맹의 현대화’ 맥락에서 다시 부상하여 민감한 이슈가 되고 있다.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먼저 2006년 버전의 전략적 유연성은 비교적 원칙적⋅개념적 합의였다. 그 핵심은 ‘한반도 밖 다른 지역 투입 가능성을 인정하고 한국의 주권과 국민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틀이었다. 최근 ‘동맹의 현대화’ 맥락에서 제기되는 전략적 유연성은 임무 범위의 확장, 동맹의 구조⋅역할의 재배치, ‘현대화’ 명분의 부여, 구체적 실행 가능성의 증대 측면에서 확연히 구분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첫째, 임무 범위의 측면에서 미군이 한국에 주둔함으로써 단순히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중국⋅러시아 등 역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을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부각되고 있다. 둘째, 동맹의 역할 측면에서 한국이 북한의 위협 대응을 더 많이 책임지고, 미군이 한반도에 고정되기보다는 더 유연하게 이동 가능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국이 북한에 대해 더 강해져야 하고, 그러면 우리가 유연성을 가지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셋째, 이번에는 동맹의 현대화라는 명칭 아래 전략적 유연성이 이전보다 공식화⋅가시화되고 있으며, 단순히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구조⋅역할⋅배치 등에 관한 논의로 나아가고 있다. 넷째, 과거에는 한국 국민의 의사나 정부의 동의가 강조된 반면, 최근에는 ‘한국이 동맹의 현대화에 기여하고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더 강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이 방위비 분담이나 방위 산업 협력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병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즉 2006년 버전은 가능성의 인정과 한국의 동의 존중이 강조되었다면, 최근에는 임무⋅역할의 확대, 한국의 참여 강화, 실행 체계 논의라는 측면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 또한 한반도 중심의 방어 개념에서 역내⋅역외 위협 대응까지 포함하려는 경향이 강해졌으며, 한국측에 요구되는 책임과 역할이 과거보다 더 커지고, 논의가 더 구조적⋅실행적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강조의 방점이 과거에는 한국 국민과 정부의 의사와 동의에 두면서 한국이 의사에 반하여 분쟁에 개입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에 두어졌다면 이제는 조건 없이 미군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더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3) Donald Rumsfeld, Global Posture Review Report, U.S. DoD, 2004.
    4) Michael J. Green, By More Than Providence: Grand Strategy and American Power in the Asia Pacific Since 1783, Columbia Univ. Press, 2017, p. 412.
    5) 윤덕민,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한국의 대응」, 『국제정치논총』 제46집 2호, 2006, 35쪽.
    6) Walter Russell Mead, “The Jacksonian Revolt,” Foreign Affairs, Jan/Feb 2017.
    7) White House, Indo-Pacific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2019.
    | 한반도 안보에 대한 영향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논의는 한반도 안보 구조 전반에 중층적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단순히 주한미군의 임무 재조정이나 전력 재배치에 그치지 않고, 억제력의 실질적 신뢰성, 동맹의 정치적 결속, 한국의 자주적 안보 역량, 그리고 역내 안보 불안정성의 확산이라는 네 가지 층위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군사적 측면: 억지력 구조의 재편과 불확실성의 동시 증폭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이 더 이상 ‘고정된 한반도 방위군’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구 전체를 기동하는 유연한 전력으로 자리 잡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미군의 DFE(Dynamic Force Employment), ACE(Agile Combat Employment), EABO(Expeditionary Advanced Base Operations)등의 새로운 작전 개념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 전구의 군사적 억제력을 양면적으로 변화시킨다.

      한편으로, 분산·기동형 전력구조는 전시 초기 미군 자산의 생존성을 높이고, 인접 전구(예: 대만해협, 오키나와, 괌)와의 연동성을 강화하여 전구 차원의 확장억제를 뒷받침한다. 즉, 주한미군이 단순히 북한 억제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체에서 미군 전력망의 하나로 통합되면, 미국의 전략적 주도권과 상황 대응력이 커져 오히려 억제의 심리적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항시적 주둔’에 기반한 물리적 억제력의 상징성이 약화되는 문제가 생긴다. 과거 주한미군의 존재는 북한에게 “미군이 곧 한국 방위선에 서 있다”는 명확한 신호였지만, 전력이 순환·분산되고 역외로 이동하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북한은 미국의 개입 의지를 과소평가하거나 한국 방위의 ‘즉응성’을 오판할 위험이 있다. 이는 억제 실패(deterrence failure)의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전략적 유연성은 억제력의 질적 고도화와 상징적 불확실성의 확대를 동시에 불러오며, 한반도 안보 환경을 보다 복합적이고 불확실한 상태로 만든다.

      정치·외교적 측면: 동맹 결속과 역할 분담의 재조정

      전략적 유연성은 한미동맹 구조의 정치적 성격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인도·태평양 전체를 아우르는 ‘역동적 전력 풀(dynamic force pool)’로 간주할 경우, 한국은 더 이상 ‘방위 수혜자’의 지위에 머무르기 어렵다. 대신, 동맹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더 큰 자율성과 더 큰 기여를 동시에 요구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미 간에는 “전략적 유연성 확대 ↔ 한국의 방위 기여 증대”라는 교환구조가 형성된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근거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첨단 무기 공동개발, 사이버·우주·AI 등 신영역 협력을 요구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주권적 통제력과 의사결정 참여권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형 확장억제 모델’, 즉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동맹의 협의 구조가 발전하면 상호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국의 전략적 종속성’으로 비쳐질 경우, 국내 여론의 분열과 동맹 피로감이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군사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설득력과 투명한 정책 소통 능력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전략적 측면: 역외 연루 가능성과 방위 공백 리스크의 병존

      전략적 유연성의 본질은 ‘기동성’이지만, 그 기동의 방향이 언제나 한반도 중심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주한미군이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사태에 투입될 경우, 한반도 내 즉각적 방위전력이 일시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 이는 북한에게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을 제공할 위험이 있으며, 국지적 도발이나 미사일 위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의 역외 작전이 한국의 기지·항만·정보망을 이용해 수행될 경우, 한국은 그 분쟁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될 가능성을 안게 된다. 즉, 한국의 영토가 사실상 미군의 역외 작전 발진기지로 기능한다면, 한국은 법적·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중국·북한의 반발이라는 안보 외적 부담이 커진다.

      결국 전략적 유연성은 한반도 방위 공백과 역외 연루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중적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의 유연성 확대를 전제로 한 한국군의 대응능력 보강—특히 장사정포 대응, 미사일방어, 정찰·지휘통제 능력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사회·심리적 측면: 안보 인식과 국내 정치의 새로운 변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한국 사회 내부의 안보 인식 지형에도 변화를 초래한다. 과거에는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억제”였으나, 이제는 “주한미군이 언제,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가시적 주둔의 감소는 일부 국민에게 ‘주한미군 이탈’ 혹은 ‘동맹 약화’로 비칠 수 있으며, 이는 안보 불안감과 정치적 논쟁을 증폭시킬 수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비용 기반 동맹론(Transactional Alliance)’이 재부상할 경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동맹의 효율화’가 아니라 ‘동맹의 조건부 지속’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불신은 국내 정치에서 “자주국방 강화” 대 “동맹 중심 안보”라는 이념적 대립을 재점화시킬 수도 있다.

      또한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주한미군 기지의 임시적 재배치나 새로운 운용 개념이 적용되면 지자체의 부담·보상 문제, 환경·소음 갈등, 위험 인식 등이 재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결국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군사적 용어가 사회적 수용성을 획득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종합적 평가

      결국, 2025년의 전략적 유연성은 2006년의 “정치적 합의” 수준을 넘어, 실제 작전·전력·외교구조를 변화시키는 실행적 패러다임으로 진화했다. 이로 인해 한반도 안보는 ① 군사적 억제력의 재편, ② 동맹 정치의 재조정, ③ 역외 리스크의 내재화, ④ 사회적 수용성의 불확실성이라는 복합적 영향을 받고 있다.

      이는 한미 양국 모두에게 “전략적 유연성의 효용과 리스크를 어떻게 균형 있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전략적 과제를 남긴다. 따라서 한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단순한 미군의 태세조정이 아니라, 한미 연합억제 구조를 21세기형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즉, 전략적 유연성이 한반도 안보를 위협이 아닌 ‘기회와 리스크의 공존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안전판·군사적 대비·사회적 설득이라는 세 축을 통합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정책 제언
       ‘2006년 문구’의 현대적 재확인과 운용 가이드라인 성문화

      한‧미 정상/외교·국방 회담에서 2006년 합의의 핵심 문구를 현대화된 표현으로 재확인하되, ‘역외 사태 시 한국이 제공할(혹은 제공하지 않을) 지원의 범주’를 법·운용 지침으로 명문화해야 한다.(예: 정보공유 수준, 병참·정비·의무·기지 사용 범위, 연합지휘관 승인 절차 등) 이는 정치적 안전판을 2025년 현실에 맞게 재설계하는 작업이다.

      ‘전략적 유연성의 대가’로서 억제력 가시성(Visibility) 유지 장치 요구

      순환·분산이 불가피하다면, ①) 상징자산(전략폭격기·핵추진잠수함 기항·다영역 합동 화력)의 전개 정례적 가시화, ②) 확장 억제 실행 연습(핵·미사일 방어·사이버·우주)을 연합 실무 연동 훈련으로 상설화하여 공백 인식·오판 가능성을 낮추어야 한다. 훈련의 ‘전구 간 연계(한반도-첫 제1열도선)’를 설계해 ‘대체 억제’를 제도화해야 한다.

      ACE/EABO와 연동된 ‘한국형 분산 거점—민군 통합 로지스틱스’

      공군·해병대·해군 기지와 민항·상용항만, 도서(島嶼) 기반 시설을 포함한 분산 운용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연료·정비·탄약·통신의 민군 공동 표준화를 추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한국군의 기지 방호·방공·전자전 역할을 확대해 ‘분산=취약’이라는 인식을 ‘분산=생존+기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역외 시나리오별 ‘참여 스펙트럼’ 사전 합의(옵션화)

      대만해협, 남중국해, 한반도 동시 위기(다중위기) 등 컨틴전시 매트릭스를 만들고, 시나리오별로 한국의 ‘직·간접 기여 옵션(0~4단계 스펙트럼)’을 미리 합의해야 한다. 예컨대 0단계(비군사·외교지원)→1단계(정보·감시·정찰 ISR/사이버 방어)→2단계(후방 허브·의무후송)→3단계(해상 차단/지대지 원거리 타격 간접 지원) 등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이는 ‘사후 정치 논란’ 리스크를 사전 규칙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전력구조 개편: 지상·포병 중심에서 ‘원거리 정밀/통합 방공/지휘통제’ 강화로

      잠재적 미군 지상전력 축소를 가정하고, 한국군은 원거리 정밀타격(장사정·극초음속 대응 체계), 통합 방공·요격(레이어드), 합동 C2/데이터 연동에 투자 우선순위를 두어 ‘공백 체감’을 상쇄해야 한다. 더불어 유무인 복합체계(드론/USV/해상 기뢰 대항)와 민간 디지털 인프라 보안을 포스처 현대화의 축으로 묶어야 한다.

      국내 정치·사회적 합의 장치

      전략적 유연성은 외교·안보 이슈이자 사회적 선택의 측면을 내포한다. ‘역외 지원의 임계선’과 ‘기지 활용의 범위’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국회 보고·공청회·백서로 투명화하고, 지방정부·지역사회와의 보상·안전 프로토콜을 선제 설계하여야 한다. 이는 2006년 문구의 ‘민의’ 조건을 2025년 방식으로 민주적 운영으로 보완⋅전환하는 과정이다.
    | 결론
      2006년 합의가 ‘정치적 안전판이 있는 ‘운용 자유도’’였다면, 2025년의 전략적 유연성은 DFE‧ACE‧EABO가 결합된 실행 중심의 전구 기동성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만큼 한반도 방위 공백 인식과 역외 연루의 회색지대가 동시에 커졌다는 의미이다. 해법은 단순한 찬반이 아니라, ① 현대화된 안전판 재확인, ② 가시적 억제의 일상화, ③ 분산 거점의 민군 통합, ④ 시나리오별 참여 스펙트럼의 사전 합의, ⑤ 전력구조의 질적 전환, ⑥ 사회적 합의의 제도화라는 ‘여섯 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전략적 유연성의 이익(억제·생존·기동)을 취하면서 비용(공백·연루·분열)을 관리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반도 안보에 양면적(double-edged) 영향을 미친다. 단기적으로는 한미동맹의 억제력 강화와 국제적 위상 제고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중 경쟁 격화와 북한의 반발을 통해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한국은 다음의 세 가지 방향으로 정책적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① 억제력의 제도화– 확장억제 정책협의체의 상설화 및 미 전략자산 순환 전개 협의 메커니즘 구축
      ② 자주적 통제권 확보– 주한미군의 역외활동 시 사전 협의제도(formal consultation)를 명문화
      ③ 전략적 균형 외교 강화–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의 중견국적 외교역량을 활용한 완충자(buffer) 역할 수행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단순히 미군의 주둔 방식을 조정하는 차원을 넘어, 한미동맹의 미래 방향과 동북아 안보 지형의 변화를 가늠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트럼프 행정부 하 미국의 동맹 정책은 실용주의적 현실주의에 입각한 재편이 진행 중이며, 이는 한반도 안보에 복합적 함의를 남긴다.

      주한미군은 근본적으로 미국의 자산이며, 미국의 군 통수권자인 미국 대통령이 그 사용에 대한 최종 권한을 갖는 것이 마땅하며, 미국이 주한미군의 역할을 확대하여 역외 지역 분쟁에 대한 대처를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행사하겠다면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이를 저지할 방법은 없다. 또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에 한미동맹의 활동 범위를 ‘태평양 지역’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행사를 정당화하는 법적 근거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주둔하기 시작할 시점부터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할 목적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여 주둔하게 되었다. 따라서 조약에 근거한 주한미군의 주둔은 주둔국과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서 역외활동을 위한 새로운 임무 행사는 주둔국과의 사전협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동맹 정신에 부합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어떻게 행사할지 구체적 내용에 관한 한미 양국의 합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우리는 그 긍정적 효과를 활용하되, 자주적 협의 메커니즘 강화, 대중·대북 외교 균형 유지, 확장억제 제도화 등을 통해 주권적 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미국과 협의하여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어떻게 강화해 나갈 것인지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세종연구소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