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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논평 No.2019-16] 북한의 비핵화 협상 라인 교체와 한국 정부의 과제: ‘한반도 비핵․평화 T/F’를 통해 북․미 핵 합의안 초안 제시해야
2019년04월30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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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북한의 비핵화 협상 라인 교체와 한국 정부의 과제:

한반도 비핵평화 T/F’를 통해 북미 핵 합의안 초안 제시해야

 

[세종논평] No. 2019-16 (2019.04.30)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softpower@sejong.org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및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협상 라인 교체가 확인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총괄해왔던 군부 출신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네 차례의 북중정상회담에 모두 참석했다. 그러나 그는 김정은의 최근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에 수행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424일의 김 위원장 전송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김영철 대신 김정은의 방러에 수행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배석한 인물들은 이전까지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에서 크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었다. 이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부터였다. 리용호와 최선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정은의 전용차에 동승했는데 북한 간부가 김 위원장의 전용차에 동승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는 김 위원장이 현재 이들을 크게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영철의 위상 하락은 지난 410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부터 가시화되었다. 당시 북한은 장금철을 100명 내외의 핵심 엘리트 그룹에 들어가는 당중앙위원회 위원직에 선출하고 당중앙위원회 부장직에도 임명했지만 당시 그가 어느 부서의 부장직을 맡게 되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424일 국가정보원의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74세의 김영철이 맡고 있었던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부장 직에 같은 부서의 부부장을 맡고 있었던 50대 후반의 장금철이 임명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장금철은 북한 민족화해협의회과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에서 민간 교류 업무를 담당했던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413일자 로동신문에 게재된 김정은과 새로 선출된 국무위원회 구성원들과의 기념사진에서도 이미 김영철의 위상 하락이 간접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사진을 보면 리용호와 최선희는 김정은과 함께 앞줄에 앉아 있었지만 김영철은 군 간부들과 함께 리용호 뒷줄에 서있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의 방러에 리용호와 최선희는 동행했지만 김영철은 동행하지 못함으로써 그의 위상 하락이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물론 김영철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고 지난 411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국무위원회 위원직에도 선출되었기 때문에 여전히 제한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총괄해왔던 김영철의 위상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하락한 것은 그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큰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영변 핵시설 폐기 +α의 비핵화 조치논의에 김정은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북한은 미국에게 과도한 제재 해제를 요구함으로써 회담이 결국 결렬되고 말았는데 이에 대한 1차적 책임은 당연히 김 위원장의 책사 역할을 해온 김영철에게 있다. 김영철을 비롯한 북한 군부 강경파들이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프로그램의 일부만을 포기하고 미국이 대북 제재의 핵심 부분을 해제한 상태에서 북한이 계속 핵보유국으로 남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한미가 받아들일 수 없는 시나리오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보여준 비현실적인 협상전략은 그의 눈과 귀가 북한의 강경파들에 의해 가려져 그가 합리적인 판단에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따라서 김정은이 김영철을 통일전선부장직에서 해임하고 그를 정상외교에서도 배제함으로써 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긍정적인 신호이다. 김영철이 앞으로 비핵화 협상에 참여할 수는 있어도 과거처럼 비핵화 협상을 총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비핵화 협상 라인이 군부 출신의 김영철에서 리용호, 최선희 등 외무성 인사로 교체되었다고 해서 북한의 비핵화 협상 전략이 단기간 내에 큰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 리용호와 최선희 모두 미국에 대해 강경한 성향의 인물들이고, 김영철처럼 군부의 이익을 대변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군부의 이익에 반대되는 적극적인 비핵화 협상 방안을 김 위원장에게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북한의 전략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통해 북한이 안전을 보장받고 대외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북한 내부에서 누구도 김정은에게 과감한 비핵화 협상안을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에서 그에게 북한과 미국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포괄적 공정표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한국정부는 김 위원장에게 제시할 이 같은 포괄적 공정표를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한국정부는 청와대나 외교부에 외교와 안보, 북한과 미국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핵 과학자와 기술자들까지 포함하는 한반도 비핵평화 T/F’를 서둘러 구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채 2년도 남지 않았고 내년이면 미국이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만약 올해 안에 남미 간에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면 내년에는 비핵화 협상이 중단되고 북미 및 남북 관계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과 북한 모두 쌍방이 수용할 수 있는 비핵화상응조치합의안 초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한국정부가 우리 사회의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합의안 초안을 만들 수 있다면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되거나 북미 관계가 다시 악화되는 것을 막고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부가 T/F를 통해 구체적인 비핵화상응조치합의안 초안을 만들게 되면 먼저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한미 공동의 합의안 초안을 완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국정부가 이를 대북 특사 파견이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해 북한도 수용할 수 있는 남미 공동의 합의안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핵 합의안 초안을 김 위원장에게 제시하면서 지나치게 점진적인 접근으로는 비핵화 과정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고 미국에서의 정권교체로 북미 수교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협상이 중단될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북한이 취할 여러 개의 비핵화 조치를 동시에 병행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조기에 비핵화를 완료하고 북미 수교에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김 위원장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정부는 북한이 기존의 지나치게 단계적인 합의와 단계적인 이행 입장을 고수해 비핵화 과정이 장기화할 경우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북한 비핵화 과정이 중간에 중단되지 않도록 북한과 미국 모두를 구속하는 합의를 올해 안에 반드시 도출할 수 있도록 한반도 비핵평화 T/F’를 통해 치밀한 협상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