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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논평 No. 2018-38] 북한 비핵화의 단계적 추진 전략과 한미 공조의 방향: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현실적 북한 비핵화 전략 모색
2018년08월16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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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북한 비핵화의 단계적 추진 전략과 한미 공조의 방향: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현실적 북한 비핵화 전략 모색

[세종논평] No. 2018-38 (2018.8.16)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softpower@sejong.org

 

문재인 대통령은 815일 제73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정부의 남북대화 성과를 소개하면서 9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입장과 올해 남북 철도, 도로 착공식 개최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하면서 이 공동체가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다.

아직까지 북한의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동아시아철도공동체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너무 이상적으로도 비쳐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북아에는 남북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북일, 한일, 중일, 미중 간에도 심각한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 사회는 북핵 해결 이후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 구축까지 내다보는 중장기적인 전략비전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포괄적 조치가 신속하게 추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단기간 내에 신속하게 완료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한국과 미국은 긴 호흡을 가지고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고 비핵화의 진전 단계별로 북한에 어떠한 보상을 제공할 것인지를 적시한 구체적인 비핵화와 보상의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에서 개최될 3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가기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딛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그리고 남북 간에 더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며 북미 간의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주도적인 노력도 함께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만약 한국정부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져야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입장이라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평화협정 체결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시된다. 그러므로 한국정부는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정도 진전되었을 때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인지 구체적인 구상을 제시해야 한다.

만약 북한의 비핵화 완료 시점까지 미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고 하면 북한은 그 같은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태도에 반발해 비핵화 조치 이행은 물론 협상마저 포기할 수도 있다.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 완료 시점까지 대북 제재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남북이 올해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을 갖더라도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본격적인 공사를 진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한국정부는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단계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들과 북한이 요구 받은 조치들을 취했을 때 어떠한 보상을 할 것인지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 물론 미국이 북한에 주고자 하는 보상과 북한이 요구하는 보상이 다를 수 있으므로 북한의 비핵화와 보상의 로드맵은 관련 당사국과 국제사회의 긴밀한 협의를 기반으로 북미간 협상을 통해 작성해야 할 것이다.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들의 목록을 작성하는데 있어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수용 가능성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알려진 바와 같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76일 방북 시 미국의 보상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은채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핵 신고 리스트제출을 요구했다면 이는 북한에게 강도 같은 요구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다. 북한이 핵 신고 리스트를 제출하는 순간 북한은 그가 가진 카드의 모든 를 미국에게 보여주는 셈이 되고 이후 비핵화 협상은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북한에게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할 때에는 반드시 보상의 시간표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견지하되 북한의 실질적 핵위협해소와 북한의 핵개발 능력제거를 구분해서 이 목표에 단계적,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북한의 실질적 핵위협이 해소되면 남중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대북 제재를 상당 수준 완화하며, ‘핵개발 능력까지 제거되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전면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현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의 폐기 또는 해외 반출을 추진하고, 후속 행정부 임기 내에 북한 핵물질의 해외 이전과 핵 관련 시설의 해체 등을 추구하는 단계적 해결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2019년까지 ICBM을 포기하면 북한의 의류와 수산물 수출 및 경협 등 민생 분야와 관련된 UN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먼저 해제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및 남북 철도 도로 연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2020년까지 북한이 핵탄두를 포기하면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남중이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에 북한의 핵위협이 실질적으로 제거된다면 차기 미 행정부에서는 북한 핵개발 관련 시설의 해체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핵개발 관련 시설이 해체되면 대북 제재를 전면적으로 해제하면서 사용 후 핵연료의 해외 반출을 조건으로 북한의 경수로(LWR) 건설을 허용 및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에 경수로가 건설된다면 북한은 에너지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경수로의 사용 후 핵연료 해외 반출이 이루어진다면 국제사회는 북한이 사용 후 핵연료를 가지고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약 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 북한의 핵 과학자 및 기술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북한 내부적으로 비핵화 과정에 대한 반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북한의 핵 관련 인력과 기술의 제3세계 유출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 관련 인력을 양지로 이끌어내어 그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도 경수로 제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줄 경우 북미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추방하고 경수로를 플루토늄 추출 용도로 전용해 핵무기를 제조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의 핵 제조 관련 시설이 해체된 상황에서 만약 북한이 다시 핵개발을 시도한다면 핵무기 제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북한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경제 파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고 대북 제재가 전면 해제된 상황에서 북한이 경수로를 이용해 핵무기를 다시 제조하게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북미 간의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와 보상의 일정표에 합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전에 한미 간에 북한의 비핵화와 보상의 일정표에 대해 긴밀한 협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미 국무부를 상대하는 한국 외교부에 큰 힘을 실어주고, 외교부는 미국과의 대북 정책 조율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