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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논평 No. 2018-13] 3.5 남북 합의 뜯어보기: 북미 대화의 가능성은?
2018년03월08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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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엽

 

3.5 남북 합의 뜯어보기: 북미 대화의 가능성은?

 

우정엽

 

 

한국 정부 특사단이 35일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난 이후 귀국하여 북한과의 합의 사항에 대해 발표하였다. 6개항에 걸친 발표문의 내용은 특사단이 방북하기전 기대했던 것보다 북한의 전향적인 입장 전환을 담고 있다. 북한의 전격적인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김여정 등 특사단의 방문, 그리고 우리 특사단의 김정은 면담까지 이루어지면서 커진 기대감은 앞으로 북한 핵문제 역시 순조롭게 해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데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3.5 남북 합의가 북미대화로 이어질 것인지, 북미대화가 열리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남북 정상회담을 4월말로 개최하기로 합의한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여건이 조성되고 성과가 담보될 경우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김여정 특사 일행과 만남 이후에도 남북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 이유는 현재 국제사회의 제재가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정상회담에 매달리는 것은 궁극적인 북한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국내외 정치적으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6월 지방선거가 남아 있는 시점에 성과가 담보되지 않고, 더욱이 미국이 긍정적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낮은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국내 정치적으로도 큰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4월말 정상회담 날짜 확정은 성공적인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에서 진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38일 우리 정부의 대표단이 미국에 가서 남북 합의에 대해 설명을 하도록 예정되어 있고, 이에 대해 정의용 국가안보 실장은 공개하지 않은 미국에 전달할 북한의 추가적 입장을 갖고 있다고 함으로써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무엇인가가 있다는 점을 암시하였다. 북한이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하였지만 미국은 누차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직접 표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에게 연락할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하였다. 그러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방북 특사단은 북한으로부터 미국과의 대화와 관련한 북한의 입장을 확인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곧 북한이 미국에게 비핵화 대화에 대한 의사를 직접적으로 연락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과 협의를 통해 확인하였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을 방문하여 미국에게 이야기 하고자 하는 점은 처음부터 완전한 비핵화를 조건으로 한 대화는 어려운 만큼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지를 받아들여 달라는 것이 될 수 있다. 미국이 대화를 받아들이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 용의를 남북 합의에서 밝힌 점, 한미 훈련에 대해 이해하겠다고 언급한 점, 그리고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이 없을 것임을 합의에 명시함으로써 모라토리엄에 준하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을 미국에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대화 개시 조건에 대해 미국은 이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비핵화와 관련한 선언전 동결보다 북한의 가시적 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과연 어떠한 형태로 북한이 미국에게 대화 용의를 전달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데, 가상의 시나리오를 제기해 본다. 이 부분은 우리 정부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미국에게 신뢰성있게 전달되기 어려운 만큼 미국과 북한 사이의 직접적인 접촉이 필요하다. 아마도 뉴욕 채널을 통해 미국이 고위 인사를 보내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인들을 송환하는 협의를 하고 고위 인사가 방북하는 과정에서 김정은과의 만남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단순히 미국인의 송환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것은 아니다. 북한도 이미 미국인 송환이 미국이 바라는 북한의 진정성있는 비핵화 의지와는 무관하다고 미국이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정치 체제 특성상 북한이 미국에게 먼저 대화를 바라는 모양새를 취하기보다는 미국 고위 인사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데리러 오는 과정에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형태를 취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우리 특사단과 합의를 한 이후에도 북한의 관영 언론은 여전히 핵무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이것은 다시 말해 북한의 체제에서도 내부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재와 압박에 굴복하여 미국과 대화에 나선다는 모습을 보이기는 힘들 것이다.

이러한 가설에 기초한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이번 남북 합의로 북미간 대화의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가 비핵화를 위한 협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 미국은 항상 북한이 2005년의 9.19 합의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9.19 공동성명은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 방법으로 달성한다는 것으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로 약속했고, 이른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과 국제원자력기구의 보장·감독으로 복귀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미국은 한반도 핵무기 비보유 및 대북한 군사적 공격, 침공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 북한과 미국은 상호주권을 존중하고, 관계정상화 조처를 취할 것을 약속하였다. 이번 합의문에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포함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 역시 이미 공동 성명에서 북한의 요구를 들어준 바 있다. 이 부분의 실행은 결국 6자회담의 틀에서 다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결국 북한이 비핵화 검증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미국이 말하는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에 대한 태도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북한의 선언적 동결은 미국과의 협상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 북한 핵에 대한 검증 방법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동의할 때 제재 완화 등이 비로소 논의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현재의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제재와 압박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비핵화가 구체적으로 실행되기 이전 제재 완화 등의 당근을 제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여전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