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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평화 통일 [세종논평 No.2020-15]
2020-06-12 조회수 : 5,619 박종철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현재적 함의와 남북관계 개선 모색
평화 통일

 

 

[세종논평] No. 2020-15 (2020.06.12.)

박종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pic@kinu.or.kr

 

6.15 공동선언 2항은 통일방안에 대한 남북한간 최초 합의

 

분단이후 남북한은 통일문제의 정통성확보를 위해 통일방안에 대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남한의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북한의 통일방안인 [고려연방제]는 통일철학, 비전, 목표, 과정 등에 대해서 상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6.15 공동선언 2항은 통일방안에 대해 남북한이 최초로 공식적으로 접합점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남북한이 통일방안의 차이를 극복하고 공존과 협력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6.15 공동선언 2항은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하였다. 남북한이 최종 목표인 통일보다는 남북한의 이질성을 감안하여 현실적으로 중간단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남한은 남북한간 대립과 불신의 골이 깊으며 조기통일에는 막대한 통일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단계적 통일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통일과도단계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 한국사회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북한은 1980년대 말 이후 북한 주도의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제도적 통일은 후대에 미루고 느슨한 형태의 체제공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인해 체제붕괴의 위협을 느낀 북한은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대안으로 남북한의 공존을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북한은 1990년 초에 주장했던 느슨한 형태의 고려연방제를 6.15 공동선언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표현하였으며,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개 제도, 두개 정부 원칙에 기초하되 북과 남에 존재하는 두 개 정부가 정치·군사·외교권 등 현재의 기능과 권한을 그대로 갖게 하고 그 위에 민족통일기구를 내오는 방법으로 북남관계를 민족공동의 이익에 맞게 통일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고 설명하였다.


이후 북한은 통일중간단계와 연방제를 접목하는 방안에 대해 고심했다. 예를 들면, 2002년에 6.15 공동선언이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지향하는 것으로,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북과 남이 통일방안에 대해 완전히 합의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서로의 통일방안의 공통점을 인식한 데 기초해 그것을 적극 살려 통일을 지향하기로 했다는 의미” 라고 언급하였다. 그리고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2014년 7월 느슨한 연방제, 낮은 단계 연방제로 불리던 통일방안을 ‘연방연합제’로 공론화하였다.  

 

북한의 새로운 통일방안 제안 가능성

 

2019년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과 남은 통일에 대한 온 민족의 관심과 열망이 전례없이 높아지고 있는 오늘의 좋은 분위기를 놓치지 말고 전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입니다.”라고 함으로써 통일방안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였다.

 

당시 북한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북·중정상회담 등을 통해 외교적 입지를 넓히는 한편, 국내외 여건이 북한에게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전민족적 합의에 의한 통일 추진’을 강조함으로써  민족대단결 원칙에 입각한 통일전선전술을 중시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평화적인 통일방안 모색’을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폐기, 북한의 평화적 이미지 제고, 남한주민의 대북 우호적 이미지 제고 등을 의도했다고 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 평화체제 전환 논의, 남북관계 진전 등이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통일방안 논의를 선제적으로 주장하고, 이를 통해 대미협상 및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했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놓이고 남북관계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2019년 말 핵억제력 강화와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새로운 길’을 천명하였다. 더욱이 코로나 19로 인해 북한의 경제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새로운 통일방안을 제시하기 보다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생존전략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통일보다 정상국가의 위상을 확립하고 생존과 발전을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화·협력을 통한 실질적 통일에 역점

 

남북한이 통일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보다 우선 평화정착과 협력을 통해 공존·공영을 현실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일방안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 앞서 비핵화, 평화체제 전환,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구체적 과제에 대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통일은 한순간에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 평화와 번영의 긴 여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이다. 평화를 정착시키고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에 이르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한이 평화공존을 거쳐 남북협력을  제도화한 바탕 위에서 실질적인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남북한이 상호체제를 인정·존중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호신뢰가 중요하다. 상호신뢰는 상이한 이념, 가치체계, 정치·경제체제를 지닌 남북한이 공존하기 위한 밑바탕이다. 긴장과 갈등을 감소하는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신뢰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평화공존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기본협정을 체결하여 남북관계의 제도적 틀, 절차, 규범을 마련하는 한편, 한반도평화협정, 경제협정, 사회문화협정을 체결하여 남북관계를 제도적으로 지속가능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법적·제도적 토대 위에서 남북한이 경제적으로 윈윈하고 사회문화적으로 공감하는 틀을 만들면, 공생의 바탕이 형성될 수 있다. 평화공존과 공생의 원칙 위에서 평화와 번영이 교차하고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실질적인 통일상태가 달성될 수 있다. 결과로서의 통일을 강조하기보다 남한과 북한이 점진적으로 결합하고 수렴되는 통합을 추진하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 『세종논평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